이영춘/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사과 같은 시간 속에서
사과를 훔쳐 먹은 사과의 씨앗들이
거품으로 떠돈다
강 하구에 잠든 눈동자들이 눈을 뜨고 달려오는 밤,
사과 같은 시간 속에서, 사과의 맨발 속에서
말을 잃은 말의 군중들이
하늘의 언어로 지상에 장사를 지낸다
어느 천공의 눈동자들이 말을 잃고
달려오는 말의 시간들,
빗물에 쓸린 언어들의 혀가 빗물 속에 둥둥 떠 간다
빈 허공에서 쏟아지는 활자들이, 언어들이
수억 채의 집을 짓고, 가난을 짓고, 방황을 짓고
집은 강물이 되어 떠내려간다
평화를 부르짖는 입들과 미래를 꿈꾸는 입들이
한 덩어리로 둥둥 떠내려간다
푸른 잎사귀를 닮은 입들이 누렇게 말의 집을 짓는다
기둥 없는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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