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철 현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뒷마당 한 귀퉁이, 낡은 플라스틱 화분 하나
나는 겨우내 내팽개쳐진 고아였다
긴 겨울밤
혼자인 게 외로웠고
버려진 게 무서웠다
그러나 나는 모성으로 견뎌왔다
나는 자궁이다
내 피와 살을 삭혀 만든 흙빛 양수로 가득 찬 잉태의 곳간이다
절벽 끝 어미 새처럼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얼음덩이 같은 알갱이를 맨살로 품었다
3월, 오랜 산통 끝에 연둣빛 옥동자가 태어났다
뽀얀 속 살, 꼼지락거리는 여섯 손가락
경이롭다, 고귀하다
감격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 핏덩이를 보고 재수 없다고, 흉측스럽다고 침을 뱉는다
그리고는 인정사정없이 모종삽으로 파내어 멀리 내다 버린다
나는 난도질 당한 자궁을 안고 도적질 당한 내 핏덩이를 애타게 그리워한다
어느 낯선 뒷골목
그들에게 왕따당한 채 돌멩이처럼 짓밟히며 신음하고 있을 핏덩이
비 오는 날이면 움푹 패인 내 가슴에 귀 익은 서러운 흐느낌이 빗물처럼 고인다
나는 또 열두 달을 기다릴 것이다
여섯 손가락 옥동자를 또 낳을 것이다
혹 일곱 개일지..., 아무튼, 다섯 개는 절대 아닐 것이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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