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코너리와 제임스 본드
이현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특유의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음악이 깔리며 총구 모양 프레임 속에서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서서히 걸어오다가 갑자기 관객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다. 이어서 10여 분간 장쾌한 액션이 펼쳐진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숨 막히는 화면 전개가 끝나고 나면 섹시한 무용수들의 몽환적인 춤과 함께 스태프 소개가 이어진다.
007시리즈의 독특한 도입 부분이다. 중학생 때 ‘007 위기일발을 처음 본 후 나는 007 영화의 열혈 팬이 되었다. 이후 007시리즈 전편을 다 보았으며 나중에는 비디오를 구입하여 수시로 돌려 보고는 했다.
숀 코너리(Sean Connery)는 007시리즈의 1대 제임스 본드이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007시리즈 첫 작품인 ‘007 살인번호(Dr. NO)’를
시작으로 ‘위기일발’ ‘골드 핑거’ ‘선 더블 작전’ ‘두 번 산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네버세이 네버 어게인’까지 7편에서 본드 역활을 했다. 50여 년에 걸쳐 제작된 24편의 007시리즈에서 숀 코너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대니얼 크레이그 등 6명이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지만, 이중 숀 코너리가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연기하는 본드는 세련되고 능청맞으며, 플래이 보이에 유머 감각까지 지닌 매력적인 스파이다.
이중 내가 선호하는 배우도 숀 코너리와 로저 무어이다. 숀 코너리와 로저 무어는
능글맞고 유머 감각 있는 본드 캐릭터를 액션까지 곁들여 잘 소화했으나 이후의 배우들은 너무 액션에만 치중해 본드 이미지를 잘 표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007시리즈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매회 등장하는 섹시한 본드 걸들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신무기의 등장이다. 무기 전문가 'Q'가 제작하는 기상천외한
신무기는 불사신 본드가 위기를 탈출하는데 매번 큰 몫을 한다. 공들여 만든 첨단 장비를 장난하듯 소홀히 다루는
본드를 못마땅해 하는 'Q'의 표정도 재미있다. 또한 검은색
007 가방이 1960년대 후반 한때 대유행을 하기도 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주로 들고 다녔으나, 가방 안에 백 달러 지폐를 가득 채우면 백만 달러가
들어가서 마약 범죄자들이 애용한다는 소문도 나며 화제가 되었다.
007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대사 “젓지 말고 흔들어서”(Shaken,
not Stirred)는 본드가 바텐더에게 술을 시킬 때 나오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본드가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상대편 악역과 조우하며 펼쳐지는 스토리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얀
드레스 셔츠에 보타이와 검은색 턱시도를 입은 본드는 바텐더에게 마티니를 주문하면서 “Shaken, not Stirred”라고 말한다. 주문한 마티니를 한 모금 마시고 있을 때 등장하는 매혹적인 본드걸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리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본드걸에게 작업을
거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숀 코너리는 1989년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성(미국 피플지)’에 선정되었으며 미국 아카데미상과 영국 아카데미상, 골든글러브상 등을 수상했다. 숀 코너리를 미국인으로 아는 사람도 많은데 그는 영국인이다.
2000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영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007은 한때 한국 매스컴에서 발음 문제로 혼란을 겪었다. 영영 7, 공공 7, 심지어는 빵빵 7로 불리기도 하다가 공공 7로 통일이 되었다. 그럼
007은 무슨 뜻일까? 코드 넘버 ‘007’의
’00’은 영국 비밀정보국 M16이 제임스 본드에게 임무 수행 중 용의자를
살해하더라도 불문에 부치겠다고 부여한 살인 면허라고 한다. ‘7’은
살인 면허를 가진 일곱 번째 요원이라는 뜻이다. ‘007’이라는 코드
넘버는 짐머맨 전보(Zimmermann Telegram)의 코드 번호 ‘0075’에서 유래했는데 ‘0075’는 발음하기가 좋지 않아 ‘007’로 줄였다고 한다.
숀 코너리는 13세에 학교를 그만둔 뒤 우유 배달과 벽돌공 등을 하며 틈틈이 보디빌딩으로
몸매를 다듬어 영화배우로서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전설적인 대배우가 되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은 지난달 31일 바하마에서 향년 90세로 타계한 숀 코너리를 두고, 우리의 기억 속에 그는 영원한 '007 네버다이(Never Die)'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가족을 남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숀 코너리는
죽어서 명성과 명작과 많은 팬을 남겼지만 나는 죽어서 가족만 남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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