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2020 경자년은 생애에서 다시 경험해 보지 못할 특이한 해가 될 것 같다. 전쟁이 없는 평화
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가 여행을 제한하고 다른 나라 사람의 입국을 봉쇄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역사가들이 그리스도 탄생 전후를 기원전 기원후로 구분하여 연대를 나타내는 것 같이
후대의 사가들은 연대를 경자년 전후로 구분할 수도 있는 기원의 해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 연말에
예약했던 여행계획을 다 취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생처음 듣는 사회적 거리 두기 규범이
시작된 것이 3월 중순경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2월 초순경부터 항생제 부작용에 따른
두드러기가 몸에 퍼져 이미 외출을 삼가고 있었다. 남들보다 집 콕 시작한 것이 거의 한 달 앞
썼었는데 벌써 10월 중순이 되었으니 8개월 이상을 집에서만 지낸 셈이다. 집 콕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두고 공원을 걷거나, 그로서리 쇼핑을 하거나,
소수의 그룹으로 만나 교제를 하며 제한적이지만 가끔 외출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피부과
전문의가 처방한 약이 면역 억제 성분이 있어서 (영어로 Immunocompromised) 사람이 모이는
곳을 절대로 삼가야 한다는 지시가 떨어졌다. 가까운 곳에 사는 아들네가 매주 그로서리를 해서
배달해 주기 때문에 의사 방문 외에 그로서리 쇼핑 조차도 가 본 적이 없다.
집 콕 전에는 그래도 매주 이틀은 친구 부부들이 만나 공원에서 걷고 점심을 같이했다. 교회 활동도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외에도 매주 새벽기도회, 중보기도회, 성경 공부 등등 여러 활동에 열심히
참석했다. 9월 학기에 초등학교 5학년 되는 쌍둥이 손녀와 2학년 되는 손자가 있어 그동안 1주일에
한 번 정도 아들 집에서 만나거나 우리 집에서 만났다. 식사도 같이하고 게임도 하고 영화를 보며
지냈다. 가끔 아들 부부가 데이트를 즐기도록 베이비시팅도 했다. 그래서 은퇴한 백수지만 매일
매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팬더믹 이 시작되어 집에만 있게 되니 우선 답답하고, 딱히 해야
할 일도 없어 시간이 많으니 생활의 규모가 파괴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기침 시간이 불규칙하고,
TV나 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서핑이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집 콕이 장기화하니 규모 있는
생활을 위해 나 스스로 정기적인 기침 시간을 정하고 하루하루 계획을 세워 계획한 대로 실천하기를
노력하고 있다.
집 콕 한 지 반년이 넘어가니 이제는 생활의 패턴이 잡힌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카톡과 이멜 체크,
인터넷 서핑을 하고 나면 오전이 훌쩍 가버린다. 점심을 하고 나면 독서를 하고 정한 시간에 약
40분간 동네를 산책한다. 매주 교회 활동은 온라인으로 행해진다. 저녁 후에는 주로 친구나
가족들과 온라인으로 소식을 주고받거나, Netflix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가끔
드라마 때문에 잠 설치는 일도 있다. 수시로 손주들과 Zoom, Messenger, Hangout 등으로
문자나 영상으로 온라인 대화를 나눈다. 최근에는 손주들의 온라인 활용 기술이 우리를 능가한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한 주가 눈 깜빡하는 사이에 지나간다. 백수지만 역시 바쁘게 지낸다.
이번 여름 8월은 이상 기온 현상으로 인해 건조하고 온도가 높은 (섭씨 30도 근방) 날이 예년과
비교해 훨씬 많았고, 9월 중에도 25도 넘는 날이 여러 날 있었다 (이곳 여름 평균기온은 섭씨
20~25도). 토요일이면 아들네가 그로서리를 배달하기 위해 온 식구가 방문하는데 손주들은 아예
수영복 차림으로 온다. 손주들을 위해 비닐튜우브로 만든 수영 풀 (Swimming Pool) 두 개 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튜브 풀을 준비하려면 2~3시간이 소요된다. 튜브에 공기를 넣는 것은 전기
펌프로 단시간에 완성된다. 물을 채우는 것은 찬물 온도가 낮아서 뜨거운 물과 섞어야 한다. 집에
있는 핫 탱크는 용량이 40갤런 인 데 큰 튜브 풀을 채우려면 두 탱크가 필요하고 작은 튜브 풀은 한
탱크가 필요하다. 한 탱크가 뜨거워지려면 최소한 30분이 필요하다. 손주들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수영 풀로 직행한다. 한 시간 내지 두시간이 금방 간다.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하므로 식사 테이블
2개를 준비한다. 점심 메뉴는 주로 손주들의 기호에 따라 피자, 맥도날드 또는 써브웨이가
보통이지만 손주들의 배려로 한식이 올라올 때도 있다. 점심이 끝나면 옷을 갈아입고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로 영화를 같이 관람한다. 아이들이 즐겁고,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고 행복함을 느낀다.
손주들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 지금 5학년인 쌍둥이들은 자기 학교에서 읽기 수준이 가장 높다고
자랑한다. 부모가 “Harry Potter” 시리즈 (총 7권)을 사다 줬는데 불과 5주 만에 다 읽었다고
자랑한다. 책 한 권이 600~700쪽 정도니 엄청난 독서량이다. 어디를 가나 책을 끼고 다닐 정도다.
애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나도 Harry Potter 시리즈 읽기를 시작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읽고,
모르는 단어를 찾으며 700여 쪽 정도의 책이기에 한 권 읽는데 1주일 이상 소요된다. 집사람은
그러지 않아도 머리칼이 빠지고 있는데 사서 고생한다고 핀잔을 준다. 지금 제 4권의 중간쯤 을
읽고 있다. Harry Potter 영화도 나와 있어 손주들과 벌써 4편까지 보았다. 책을 읽고 관람하니
이해가 잘 되어 손주들과 대화가 잘 통한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다. 개학이 되니 손주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부형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받거나 직접 수업을 받으라는 통고가 있어 아들네는 온라인 수업을 선택했다.
손주들은 우리와 이미 전자기기를 통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통해 왔기에 온라인 수업이 그리
생소하지는 않은 모양새다. 며느리 말에 의하면 개학하는 날 손자는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학생들
간에 서로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단다. 온라인으로 처음으로 만나는 선생님께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중 이번 여름에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할아버지 집에서 수영하며 놀았던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가슴이 뿌듯하고 참으로 기뻤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집 콕시대가 장기화하여 여러 사회생활 분야에서 새로운 생활패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사람들과 거리와 장소에 관계없이
만나서 교제할 수 없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껴안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애들과 헤어질 때 “Air
Hug”만 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하루속히 사회적 거리 규제가 해제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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