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훈 / (사)한국문협 밴지부
내가 지금가지 살아오면서 금년 (2020)처럼 온 세상이 혼란했던 기억은 없었다. 지난 해부터
중국에서 부터 시작된 우환 폐렴(Covid-19)이라는 역병이 전 세계를 휩쓰는 까닭에 나라마다 큰
어려움에 빠졌다. 미국과 카나다를 오가는 길까지 막혀버린 이때에 다행히 생활 필수품을 실은
트럭들은 국경을 오갈 수 있지만 내가 속한 회사는 목재 등 건설자재를 나르는 회사인 까닭에
물동량이 확 줄어들어 나는 트럭의 핸들을 잠시 놓고 지내게 되었다.
그동안 나의 트럭커 생활 18년을 하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생겼다. 미국과 카나다의 트럭은
국가의 생명줄과 같은 동맥이다. 미국의 온갖 농산물이 카나다로 오고, 카나다의 목재 등 각종
원자재가 미국으로 가서 여러모로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었다. 때문에 나같은 트럭커들은 양
국가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나는 트럭을 운전하면서 4 계절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여러 곳에서의 생긴 특별한 일들을 글감으로 택하고 수필로서 표현하는 특혜를 누리고
지내왔다.
지난 세월, 내가 다녀왔던 수 많은 곳들이 지금은 화마에 휩싸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California 주의 남부인 샌디아고, 산호세를 지나 바닷가로 가면 아름다운 별장들이 많은
Santa Cruz, 유명한 포도원들이 많이 있는 Napa Valley, 그리고 사크라멘토에서 네바다주로
넘어가는 길의 여러 국립공원들과 리노에서 카나다로 오는 길에 있는 옛날 서부시대의 모습이
남아있는 마을 Susanville과 소나무가 많은 Lassen 국립공원 등등이 불길에 휩싸였으며, 오레곤 주와
Evergreen으로 불리우는 워실턴 주의 아름다운 산림들과 집들까지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카나다에서는 내륙의 아름답기로 유명한 Castlegar와 Christian Valley 근처에 산불이 나고 있어
마음만 안타까웠다. 어디 산불 뿐이더냐? 미국의 남부 택사스, 미시시피, 그리고 마이애미 주 등등
곳곳에서 태풍의 피해를 당하고 있어 이 모든 재앙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기대할 뿐이다. 나는
뉴스를 보며 낯익은 지명들이 나올 때마다 그 곳의 장면들이 내 눈에 생생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지금은 먼 곳으로 여행조차 할 수 없는 비상시절이다. 그러나 나는 집안에 있을 것이 아니라
밴쿠버를 돌아볼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밴쿠버야 말로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카나다 특히 밴쿠버로 관광차 오는 사람들이 해마다 수
백만명이 되는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는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그동안
미국과 카나다 전역을 수 없이 다녀 봤지만 밴쿠버만큼 아름다운 곳은 찿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은 여행의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2020년 가을은
누군가 나에게 이곳 밴쿠버의 재발견이라는 시간을 준 것이다. Stanley Park, Deep Cove, Sea to sky,
그리고 Grouse Mountain등등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명소들이며 심지어 동네마다 있는 공원들
역시 산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들이다.
우리 부부는 가을이 깊어가는 Stanley Park를 오랫만에 찿아갔다. 이곳에 와서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두 애들과 함께 했던 그 때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였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지나간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바람과 함께 흘러갔다.
“낙엽은 지는데”, 더 늦기전에 석양에 물든 공원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낙엽이 지는 가을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추억이 남아있던 길을 걸으며 우리는
“아프지 말고 오래 오래 건강하게 지내자”라는 덕담을 서로에게 하면서 수북히 쌓인 낙엽위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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