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여름날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후
새파란 이파리들이 칼날처럼 일어서
하늘하늘
세상 만물과 교감하고 있을 때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새벽 눈밭에
새 발자국 몇 개
볼우물처럼 웃고 있을 때
이 세상 갓 태어난 아가의 울음소리가
고요한 한밤의 정적을 깨며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
그대 처음 만나
환상의 꽃을 피우던 자리에서
그 꽃무늬 따라
홀로 슬픔을 지우고 있을 때
지나간 모든 것은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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