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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게 주는 Christmas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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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1-23 16:48

심정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내가 사는 집은 26층짜리 콘도, 이 건물의 십층으로 옮겨와 산 지 3년째 접어든다. 이백오십 가구가 모여 한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일 층에 사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누구나 엘리베이터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출입을 한다. 반 평 남짓한 엘리베이터 좁은 공간에서 이웃과 마주하는 시간이 때로는 아주 무료하고 지루하다. 서로 말없이 바닥만 응시하다가 헤어질 때에는 유난히 엘리베이터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 때로는 엘리베이터 방안이 화기애애한 대화의 공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문이 열려도 문을 잡고 대화를 이어간다. 헤어지기가 아쉽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오랫동안 관찰을 해 본다. 바로 웃음 (Smile)의 힘이다.  누군가  웃음 (a smile)을 가지고 엘리베이터에 탈라치면 엘리베이터 방 안의 공기가 부드러워진다. 그 한 사람의 웃음이 전염병처럼 번져나간다. 그리고  또 누구 한 사람이 말을 시작한다. 그러면 또 옆 사람이 반응한다.  엘리베이터 작은 방이 친교의 공간이 된다. 이런 때에는 엘리베이터 속도가 지루하지도 않다.  한 사람의 웃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사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적마다 ‘Smile, You are on Candid Camera’란  옛날 TV 쇼를 연상하곤 한다. 나도 웃어야지 마음 먹으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인간만이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웃음은 인간에게 내린 최상의 축복이요 특권이다. 사람은 내적 감정을 웃음에 실어 밖으로 표출할 줄 아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주어졌다. 우리는 웃도록  창조되었다. 사람은 창조주의 형상대로 만들어졌다. 웃음도 하나님의  형상 중에  속하리라. 사람의 얼굴에는  80여 개의  근육이 있다. 그 중 14개의 근육만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슬프거나  화가 나면 무려 72개의 근육이 동원되어 찡그린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찡그린  모습보다는  웃음이 쉽고  간단하다. 에너지  소비도 훨씬 적게 들 것  같다. 그런데 다들 왜 그렇게 웃음에 인색할까?
 
영어에 “Smile Is Contagious.”란 표현이 있다. 웃음은  이웃으로 빠르게 번져간다.  그리고 훈훈한  세상을 만드는 힘이 있다. 웃음이 있는 곳에 사랑도 있다.  역으로, 사랑이 있는 곳에 웃음이 있게  마련이다. 웃음이  먼저냐, 사랑이 먼저냐? “웃음은  곧  사랑의 시작이다.” 테레사  수녀님이  늘 독려하던  말이다. 우리 속담에도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라는  말이 있다. 웃음은  많은 흠을 덮어 주는 힘이 있다는 뜻이겠지.
 
살아 있을 때 많이 웃자. 죽은 사람은 웃지 않는다. 남 보다 먼저 웃자.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웃는 연습을 하곤 한다.  얼굴의 웃음 근육(Smile Muscle)이 굳어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다. 웃는지 우는지 구분 이 잘 안 된다. 이걸 어쩌나 싶다. 옛말에  “웃으면 친구가 생기고  찌푸리면 주름살만 생긴다.”했다. 그래서 늙으면 친구들이 줄어간다. 그러지 않아도 친구가 하나씩 세상을 떠나 외로워지는데… .  유튜브를 통해 백 세를 목전에 둔 김형석 교수님의 강의를 자주 본다. 그는 늘 웃는 얼굴의 소유자다. 늙은 얼굴이지만 보기에 편안한 얼굴이다. 사람은 늙으면서 매력도 활기도 점점 상실한다. 그런데 멋진 웃음만 있어도 그리 흉하지 않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김형석 교수의 인기가 그 가식 없는, 순수한 웃음(Pure Smile)이 한몫을 하고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저 정도의 웃음을 머금으며 늙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그의 웃음을 부러워한다. 
 
세상에는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웃음을 빼앗긴 사람들이다. 선천적인 기형의 하나인 일명 언청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언청이는 두 가지로 세분된다. 입술이 갈라진 구순열(口脣裂Cleft lip), 그리고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口蓋裂 Cleftpalate) 증 환자들이다. 입천장과 입술이 왼쪽과 오른쪽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선천성 기형이다. 보통 임신부 8백 명 중 한 명 꼴로 언청이가 태어난다. 엄마 뱃속에서 태아는 임신 초기에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져 있다가 발육 과정 중 갈라진 부위가 서로 붙게 되는데, 만약 방해를 받게 되면 입천장이 붙지 못하고 열려 있는 상태로 출산을 하게 된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일 것이라 추측만 할 뿐이다.  불행하게도 3분에 한 명 꼴로 언챙이 어린애가 이세상에 태어난다. 
 
현대 의학 기술의 발달로 생후 10-12개월경에 입천장 성형수술를 하면  감쪽같이 치료가 된다. 환자 자신도  언챙이였던 흔적도, 기억도 없이 정상적으로 살아간다. 웃음도 물론 되찾는다. 캐나다나 미국같이 잘 사는 나라에서 는 좀처럼 언챙이를 볼 수 없다. 그러나 후진국에서  태어난 언챙이의 삶은 처참하다. 감출 수 없는 얼굴 상처로 부끄러움을 넘어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평생 힘들게 살아가야만 한다. 또한 읏음을, 행복을 박탈 당한 채 살아가야만 한다.
 
그런데 고맙게도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구굴 앱에 ‘Operation Smile’을 검색하면 아름다운 웃음을 보는데 웃음을 되찾은 언챙이들의  웃음이다. 이들의 웃음을 되찾아 주는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들의 천사 같은 선행을 본다. 단돈 240불 이면 세계 어디든 찾아가 언챙이 수술을 해준다. 그리고 잃었던 웃음을 되찾아준단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매년 연말이면 웃음을 되찾은 언챙 어린이가 수술받고 활짝 웃는 웃음의 사진이 배달된다. 이것이 가장 값지고 대견한 내가 내게 주는 Christmas 선물이다. 그 사진을 냉장고 문에 붙여놓고 일 년내내  웃는 연습을 한다. 그러다가 연말즈음 으레 친절한 편지가 날아온다. 돕는 일 잊지 말고 240불 보내라는 독촉(?) 이다. 그런데 왠지 싫치 않다.  올해엔  욕심이 좀 생겼다. 열 명분의 언챙이 수술비를 만들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언챙이 웃는 얼굴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을 보고  감동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스물일곱 명의 수술비가 모아져 송금을 했다. 그 후 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12월31일까지 모인  Operation Smile 전액을 “One to One  Matching”을 하겠다는 천사 같은 독지가의  이야기다.  수물일곱 명이 오십사 명으로 배가 된단다.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며 아이들 얼굴을 계산해 본다. 성탄절의 내 기쁨도 배가 된 듯하다. 이 기쁨이 있어 이번 연말을 보내는 내 마음이  훨씬 가볍다. 2019년 연말에도 모금을 독려 (Reminder)하는 편지가 또 오겠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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