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진안대군

이현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01-17 13:44

진안대군

이현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연말 연시를 맞이하여 본인의 뿌리를 돌아 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라 생각 된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특히 이민 일세대인 경우는 우리 자신이 앞으로 캐나다에서 뻗어 나갈 우리 후손들의 시조가 되는 셈이기에 말이다.
족보(族譜)의 사전적 의미는 한 족속의 계통과 혈통 관계를 밝혀 놓은 책이라고 정의 하고 있다. 이민 초기 애들이 학교에서 가족의 뿌리에 대해서 설명하라는 과제를 가지고 온 적이 있다. 우리 가족의 족보에 대해서 애들에게 자세히 구술하고 잘 정리해서 학교에 가져 가라고 했다.
다음날 학교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어 났다. 동방의 한 조그마한 나라에서 로얄 페밀리가 이민 왔다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우리 집안의 시조는 진안대군이다. 진안대군이 누구인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태조의 첫째 아드님이다. 문헌에 나타난 진안대군의 약력을 간략히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전주이씨 진안대군파의 시조이다. 이름은 방우이고 조선 태조 이성계와 신의왕후 한씨의 장남이다. 부인은 찬성사 충주 지씨 지윤(池奫)의 딸이다. 고려 말에 과거에 급제했다. 1388년(창왕 즉위) 밀직부사로 밀직사 강회백과 명나라에 들어가 창왕의 친조를 청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귀국했다. 1392년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고 즉위하자 진안대군에 봉해졌고, 함경도 고원과 함흥의 전답을 녹전으로 받았다. 조선 건국 이후에는 국가의 일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은거하였다. 1418년(태종 18) 진한 정효공에 추증되었다.
진안대군은 드라마 개국, 용의 눈물, 대풍수, 정도전, 그리고 최근에 방영된 육룡이 나르샤 등에서 주요 인물로 등장했었다. 태조의 장남으로 왕위 계승 서열 일 순위 였으나 세자 책봉을 고사했다고 한다. 고사한 이유로는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고려 때 판서를 지낸 관계로 비록 친 아버지가 임금이지만 한 신하가 두 임금을 모실 수 없다는 충의 마음이 효보다 앞섰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진안대군은 모든 관직을 내려 놓고 심심산골 충북 괴산의 목도로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 후 역모 사건이 일어 날 때마다 태조의 적장자인 관계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염려하여 후손들은 목도를 벗어 나지 않았고 벼슬도 일체 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진안대군의 후손들 중에서는 뛰어난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 집안의 원적도 충청북도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이다. 목도에는 청덕사(淸德祠)란 사당이 있는데 진안대군과 첫째 아들인 봉령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순조 31년(1831)에 세운 건물로 ‘청덕’이라는 이름은 대군이 청빈하고 덕이 있다고 하여 붙인 것이라 한다. 솟을 삼 문 둘레로는 담장을 두르고 외 삼 문 안에는 연못을 조성하였다. 충청북도 문화재 제 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후손들이 모여 시제를 지내며 나도 이민 오기 전에는 자주 참석을 했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진안대군이 왕위를 사양 하지 않고 이어 받았다면 어떠했을까? 조선의 역사는 완전히 뒤바뀌어 졌을 것이다. 왕자의 난 같은 골육상쟁도 없었을 것이고 태정태세문단세로 이어지는 역대 왕들도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흥미를 끄는 대목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다. 진안대군이 왕위를 이어 받았다면 태조의 5 남인 태종의 등극도 없었을 것이며 태종의 아들인 세종은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평범한 왕족인 일개 군으로 여생을 마쳤을 것이다. 한글도 창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절대 권력을 가진 왕에 대해서도 한글 창제 반대가 극심했는데 일개 군이 주도한 한글의 연구는 시작도 못하고 중도에 좌초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아마도 우리는 지금까지 한자를 쓰고 있거나 아니면 영어를 쓰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상한 글자로 소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안대군의 왕위 사양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삶을 바꾸어 놓았다면 과언일까?.
진안대군은 찬성사 지윤의 딸 충주 지(池)씨를 배필로 맞아 들였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 백 여 년이 흐른 지금, 진안대군 22세 손인 필자의 짝궁도 충주 지 씨이니 대를 이어 인연을 맺어 가고 있는 현실이 경이롭기만 하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설 추억 2024.02.26 (월)
먼동도 트기 전 미처 눈곱도 닦아내지 못한 아이가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따라나선 읍내 방앗간엔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떡시루에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구수한 냄새가 풍겨온다.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온 함지를 진작부터 길게 늘어선 줄 끝에 내려놓으신다. 그리고 아이에게 징긋 눈짓 한번 주시곤 잰 걸음으로 난전으로 나가신다. 아이는 당연한 듯 제집에서 가져온 함지 곁에 꼭 붙어 선다. 한동안 차례를 놓치지 않고 함지를...
바들뫼 문철봉
삶을 위한 사유 2024.02.26 (월)
 시간이 흐를수록 삶이란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는 과정이며 인간은 그 속에서 쉽게 넘어지고, 상처 받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누구나 늙고, 병들며 결국 죽음에 직면한다. 종종 불안과 절망으로 가득한 실존 적 두려움을 피해보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 매일 아침 인류의 고통을 새롭게 마주할 뿐이다. 언제 덮칠지 모르는 고통과 재난을 등지고 서서 어떻게 하면 이 존재의 한계와 가혹한 현실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권은경
햇살 좋은 날에 2024.02.26 (월)
볕이 좋아 지팡이 짚고공원에 갔네전깃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새들처럼공원 벤치에 얼기 설기울긋불긋 빨래 줄에 널어 놓은 빨래처럼나이든 사람들이 햇살을 즐기고 있다몸이 힘들고 고달파도마음이 행복하면무릎 통증 어지러움이야이기고도 남을 테지만푸르고 깊은 하늘을 마주하지 못하는 것은햇살이 눈부셔서 만은 아니다.봄은 개나리 나무 잎 새에서 오고겨울은 한낮에도 언 땅 사이 살얼음 사이에숨었다
전재민
신호등 약속 2024.02.21 (수)
나는 그동안 이 신호등 앞에서 몇 번이나 멈췄었을까꾸고 나서 벌써 잊은 꿈을 기억해 내려는 듯이정표 없는 갈림길에 홀로 서 있는 듯그런 표정으로 파란불만 기다리던 지난날이제는 달라지고 싶다차창에 낙하하는 수천 개의 빗방울에 고마워하자빗방울이 고마우면 세상에 고맙지 않은 게 없겠지누구라도 잡아두지만 때가 되면 보내는 신호등어디서 긁혔는지도 모르는 상처는 아프지 않아신호등처럼 보내면 떠나는 걸 알아도 아프지 않아품 안에서...
윤미숙
개똥 통장 2024.02.21 (수)
나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 계좌가 하나 있다. 이 계좌 잔고의 정확한 액수는 사실 계좌주인 나도 잘 모른다. 그 액수를 도통 모르는 점이 실은 매력적인데, 그 이유는 글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되실 것이다. 수시로 적립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며, 이 계좌를 개설한 지는 대략 삼년 정도가 되었다. 오늘부로 만천하에 공개하는 이 비밀 통장은 이름하여 ‘개똥 통장’이라 한다. 누구든지 손쉽게 계좌를 열 수 있다. 그동안 나만 알고(최측근 언니들 몇...
김보배아이
  우리 부부는 아들 하나를 키웠고 손주가 3명 있다. 손주로는 쌍둥이 손녀에게 3년 아래로 손자가 하나 있다. 쌍둥이 손녀는 올해 14살이 되었고 손자는 6월이 되면 11살이 된다. 손녀들은 7학년까지는 학교 공부를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르게 지내더니 8학년에 올라가니 심각해진 모습이 보인다. 손자 녀석은 여전히 학교 공부하는 눈치가 전혀 안 보인다. 주간 동안 하루는 방과 후에 아이들을 픽업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픽업하면서 손자에게...
김의원
대관령 양 떼 목장에 눈이 내린다영하 13도의 추위 속목장 언덕에 눈이 쌓이고돌풍 바람은 눈보라를 일으키며뿌연 안개를 뿌린다뺨을 때리는 눈보라로 얼굴이 얼얼하다뒤로 돌아서서 바람을 막아보지만앞으로 곤두박질 치고 만다전날 내린 비로 나뭇가지마다물방울이 얼어서 유리 구슬이 트리처럼 달리고세찬 바람에 꺾어진 가지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아래를 보나 위를 보나멀리 보나 가까이 보나 하얀 눈의 세계몸이 휘청 거리게 흔들어 대는...
조순배
  늙은 개와 70 이 넘은 늙은이는 그 성질을 바꾸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그들의 사고나 생활 습관이 이미 오랫동안 굳어지면서 그걸 고치기가 매우 힘들다는 이야기 인 듯하다. 필자의 경우도 새벽 2시 경이 되어야 겨우 잠자리에 드는 나쁜 습관을 옆에서 바꾸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마이동풍이다. 마찬가지로 상대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웬만하면 그냥 접고 만다. 특히 정치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아무 소리...
정관일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