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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등대와 사랑- 김석봉

김석봉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8-05 09:30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바다의 호흡이 이렇게 깊은 것은
삶의 돌이킴이 그렇기 때문이다
귀를 스치는 후회가
연이어 속삭이는 것은  
바닷가 외등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멀리 큰물을 흔드는 심장이 있어
녹갈색 파도는 소스라치고
지쳐 누운 물보라 위에
하얀 날들이 흐른다

 

아직 여린 새벽을 깨우는
갈매기 날갯소리가 차다
꿈을 이겨  구름이 뜬다
내일, 
 파아란 하늘 위에                          
너의 눈시울 닮은 안개가 필게다

 

이제
차마 눈을 가리지는
말아야 
청동 조개껍질 얇은
귀를 막지는 말아야 

 

볼을 타는
숨결이 정겨워
가슴을 보듬는
여린 손길이 가여워

 

아스라한 둥근  넘어  
멀리 전설을 찾는 아픔이 있다
검푸른 물길 따라
하얗게 넘실대는 기다림이 있다
그리고,
길게 감아 드는 숨길 속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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