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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4-09-26 10:08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시
옆집에 개 한 마리 있는데
매일 시를 읽는다.
고저의 음률이 있고 슬픈 사정이 있다.
다가가 보면 안기려고만 하는데
가로막는 울타리가 있어서 들어줄 수가 없다.

옆집 개는 존재 자체를 무상하게 느끼는 것 같다.
매일 밥 먹고 오평 짜리 마당에 풀어져
돌고 돌다 햇빛에 엎어져 잠이 든다.
그게 다다 반복이다.

길에 나가 맘대로 소변을 볼 수도 없고
만남도 극히 제한적이라 사회성이란 게
우는 시늉으로 근접하려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옆집에 개가 있는데 투견의 왕 핏불이다.
근육투성이 몸을 하고 눈이 시꺼먼 게 무섭다.
이빨이 악어처럼 날카롭고 행동은 민첩한데
울타리에 늘 갇혀 시만 매일 읽고 있다
음률이 있고 슬픈 사정이 있는.

사람아 너는 오늘도 핏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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