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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세개의 시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5-01-28 00:00

27일은 아우슈비츠 해방 60주년을 맞는 날이었습니다. 최근 캐나다인 2021명에게 설문을 한 결과 캐나다인 10명 중 3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희생된 민족이 어떤 민족이었는지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유대인이 600만 명이라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40%였습니다.

흔히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영화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The Pianist)’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이 작품들은 그러나 그 공통 분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색깔을 드러냅니다.

‘쉰들러 리스트’가 학살당한 처지에 놓인 수많은 유대인을 살려준 쉰들러라는 실존 인물을 통해 휴먼 드라마로서의 감동을 주고 있다면 ‘피아니스트’는 참혹한 대학살의 현실 속에 내던져진 한 개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시 상황을 무서우리만큼 담담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휠체어에 탄 유대인을 발코니 아래로 휙 밀어 떨어뜨려 버리는 장면이, 마치 쓰레기더미를 창 밖으로 내던지는 것처럼 아무런 군더더기 설명 없이 일상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사실은 더 섬뜩합니다.

반면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주연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참혹=비극’이라는 공식을 뛰어 넘어 ‘비극=희망’이라는 신념으로 풀어나갑니다.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한바탕 코미디를 벌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무시무시한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코미디’라는 시각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세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밴쿠버 선지는 27일자 사설을 통해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사실을 간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타민족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대학살을 저지른 그 역사적 사실을 잊어버린다면 그 잘못된 역사가 다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아시아 지역에서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던 26일 밤 TV 뉴스로 보니 피해 지역 상황에 대한 보도에 이어 밴쿠버에 햇빛 보기 힘든 구질구질한 날씨가 계속 되면서 따뜻한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구 저편에서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파도에 휩쓸려 숨져갔다고 해서 남은 사람들이 모두 밥숟갈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라크에서 전쟁이 벌어져도 ‘쇼는 계속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던 것처럼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계속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하고 있다면, 어제 밥숟갈을 들었을 때와 오늘 밥숟갈 들 때의 마음은 달라질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세 영화 중 맘에 드는 작품 하나 골라 보면서 ‘그 다음’을 생각하는 시간 가지시기 바랍니다.

조은상 기자 eunsang@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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