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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축구를 좋아하듯 나는 요리가 좋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09 00:00

김기승(버나비)씨의 손님초대 간편요리 아이디어

부인을 위해 술국을 끓이는 남편 김기승씨. 지난 달 연극인 윤석화씨가 운영하는 서울 대학로 ‘정美소’극장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했던 연극 ‘nabi’s 햄릿’을 연출한 연출자이면서 그 또한 연기자다. 남편을 바라보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부인이 보고 싶어 공연 끝난 다음날 밴쿠버로 달려 왔다. 그의 말을 빌리면 ‘쫑파티고 뭐고 팽개치고’ 왔다.

“우리 마누라 술국은 진짜 잘 끓여요. 천하제일이야. 볶음밥도 무지 잘해. 우리 마누라가 담근 김치 맛 보면 다 죽어~”
까짓, 죽을 때 죽더라도 남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그 김치 한번 먹어보자고 했더니 정말 톡 쏘는 맛의 배추김치와 갓 김치를 내 놓는다. 하지만 두 접시를 비워내고도 정신이 말짱한 것으로 보아 그 ‘죽이는 약 빨’은 지독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콩깍지 효과’인 듯.  

▲빨강도 본인이 원하는 빨강이 있다며 극성스럽게 재료를 고르고 정성을 들여 조리하는 남편에게 부인은“음식 가지고 장난치냐”고 잔소리를 해댄단다. 그가 요리를 하면 손님들은 기다리지 않고 즉시 먹어줘야 그의 잔소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식혀서 먹을 바엔 배달시켜먹고 냉동식품 데워먹지 왜 정성 들여 장보고 요리를 만드냐”고 따지는 그로부터 호되게 야단을 맞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그의 부인을 “남편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그의 지독한 아내 사랑의 뿌리는 아버지. 세 아들을 낳고 젊은 나이에 중풍으로 쓰러져 30년을 병석에서 누워지내다 돌아가신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던 그의 아버지, 자식들이 보기에도 수 십 년 병수발이 지긋지긋할 만도 한데 밤마다 깨끗이 목욕시킨 아내를 꼭 껴안고 잠들었다는 아버지의 아내 사랑이 아들인 그에게 고스란히 대물림 된 듯 하다.

“어머니 대소변 받아내면서도 그렇게라도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며 단 한번도 한눈을 팔지 않으시던 아버지가 어머니 장례식 치르고 돌아오셔서 소주잔을 내미실 때 ‘아,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감동했어요.”
아내 사랑하는 마음이 컸던 만큼 빈자리를 견디기 힘드셨던 그의 아버지도 이후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져 머지 않아 어머니를 따라가셨다.

그를 만나면 행복해 진다. 밴쿠버에서 김·기·승 그를 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보통의 이야기도 그의 입을 통과하면 개그가 되고 아주 아주 재미있는 모노드라마가 되어 배꼽 빠지게 한다. 사람들을 눈물나게 웃기는 그의 ‘끼’를 재빨리 감지하고 ‘찍은’ 서양화가 김선경씨와는 23년 전 같은 극단에서 배우와 무대미술디자이너로 만났다. 말이 만남이지 서로 ‘소 닭 보듯’ 했다. 프랑스 유학파로 무대미술디자이너인 아내에 대한 첫 인상은 ‘허구한날 본드 덕지덕지 묻은 손에 망사 장갑을 끼고 그 위로 반지를 낀 이상한 취향, 파란색 아이샤도우를 진하게 칠해서 딱 정이 떨어지던 여자’였다. 취향 독특한(?) 신출내기 무대디자이너 알기를 뭐처럼 생각하던 그는 만나기만 하면 “눈 어디서 꼬집혔어요?” 막말 해댔으니 사이가 좋았을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여자 쪽에서도 ‘싹수’가 보이지 않는 신출내기 배우가 눈에 들어왔을 리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결혼했다. 게다가 결혼 23년이 지난 지금도 ‘미(美)친 듯’ 사랑하며 살고 있다.

취향 독특하던 그 여자, 단원들끼리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에서 갑자기 “야~ 우리 결혼하자” 했단다. 말하자면 청혼을 했던 셈. 여자의 폭탄 청혼에 어이가 없었던 남자, “그래 그래 하자 해~ 빠이~”하고는 156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버렸다나.

그날이 12월 24일, 다음날인 25일 인사하러 오라는 여자의 전화를 받고 따끔하게 혼내주려고 달려 갔던 게 ‘인사’가 되었고, 다음날 여자가 인사를 와서 27일 양가상견례, 29일 약혼하고 초스피드로 결혼했다. 친구들조차 ‘사고 쳤냐?’고 물었다는 부부는 첫날밤을 동대구역 앞 친구의 오락실에서 밤새 술 마시고 오락하며 보냈다.

이 부부, 23년이 지나 진짜 사고를 쳤다. 그가 한국 갔다가 오던 날 마중 나온 아들과 부인을 껴안고 전 세계인들이 드나드는 캐나다 밴쿠버 공항바닥에 드러누워 나눈 대화는 이랬다. “야~ 정말 보고 싶었다. 너네 정말 너무 이쁘다.”

지켜보던 사람들 박수에 정신차렸다는 그에게 “도대체 나이든 아내의 어디가 그렇게 예쁘냐”고 물었더니, “못난 서방이라도 남편 말이라면 ‘깜빡’ 죽는다”고 했다.

▲김기승씨가 손님들을 위해 차려낸 고추장찌개와 새우오이볶음, 시금치 샐러드.

 한때 요리에 ‘꽂혀’ 무쇠 칼을 사러 지방까지 누빈 적이 있었던 그를 위해 대학생 아들이 유럽여행 가서도 아빠선물로 ‘쌍둥이 칼’을 사왔을 만큼 요리에 꽂혀 사는 그.

“친구들이 너 때문에 마누라한테 볶여 못살겠대요. 웃겨. 누구는 축구를 좋아하고, 누구는 야구를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건데 축구 좋아하는 사람에게 요리 좋아하라면 안되죠?”
‘술 한잔’을 빌미로 이웃 사람들을 초대해 대접한 지가 연속 6일 째. ‘요리하는 게 귀찮지 않느냐’고 했더니 즉답이 돌아왔다.
“요리가 재미있지 왜 피곤해?”

이재연 기자 jy@vanchosun

새우 오이 볶음

■ 재료 계란 3개, 오이 1개, 중간 크기의 생새우 200g, 소금, 후추 약간

① 오이는 껍질을 벗겨 속을 파내어 모양대로 썬다.
② 새우는 절반으로 잘라 내장을 빼내어 깨끗하게 씻는다.
③ 계란을 먼저 볶아 놓고 소금, 후추를 뿌려 새우, 오이를 각각 볶아 합쳐서 다시 볶아 준다.

고추장 찌개

■ 재료(4인분) 주재료 차돌박이 250g, 고추장 3~4큰술, 감자 2개, 대파 1뿌리
부재료 다시마 육수 7컵(200ml), 다진 마늘, 고춧가루 1큰술, 소금 약간씩


① 감자는 큼직하게 썰어 물에 담궈 전분을 씻어주고, 호박도 비슷한 크기로 썬다.
② 다시마 육수 400g에 고추장, 고춧가루를 풀어 끓어 오르면 먼저 차돌박이를 넣어 끓인다.
③ 바글바글 끓어 오르면 감자를 넣고 끓으면 다시 호박, 다진 마늘 순으로 넣어 한소끔 끓인다.
④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불을 끄고 대파를 넣어 익힌다.

시금치 샐러드

■ 재료 주재료 시금치 200g, 비닐 랩 부재료 설탕, 간장, 물, 생강 30g
① 시금치를 삶아 비닐 랩 위에 가지런히 놓은 다음 김밥처럼 돌돌 말아 꼭꼭 쥐어 단단하게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둔다.
② 설탕, 간장, 물을 1:1:1로 혼합해 소스를 만들고 생강을 편으로 잘라 띄워 놓는다.
③ 식탁에 내놓기 직전 도마에서 썰어 랩을 벗긴다. 접시에 세로로 세워놓고 소스를 살살 끼얹는다.

■ Cooking Point

① 고추장 찌개는 차돌박이를 넣은 후 충분히 국물이 우러나오도록 끓여야 구수합니다.
② 고추장 찌개에 차돌박이 대신 돼지고기나 대구를 넣어도 맛있습니다.
③ 시금치는 무침보다 약간 무르게 삶아 랩으로 단단하게 말아야 썰어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 Cooking Tips

① 고추장 찌개는 구수함 보다 깔끔한 맛을 원하는 사람은 재료를 모두 끓인 후 마지막에 고추장을 풀면 됩니다.
③ 시금치 샐러드 소스는 식성에 따라 식초를 살짝 가미해도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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