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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사회의 새로운 비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04 00:00

盛夏之日登小羚山因宿雪未融而還
한여름날 리틀 고트마운틴에 오르다 눈이 아직 녹지 않아 돌아오다

宿雪險氷小羚山 묵은눈 험한 얼음 소령산을 찾아드니
顚跌艱難力登汗 자빠지고 엎어져도 땀 흘리며 올랐었네
涵虛玉淸白日輝 끝없이 파아란 허공 태양은 눈부시고
廻望千岑戴雲連 수천 개의 봉우리들 구름 따라 둘러있네
萬樹炎天丈雪沈 더운 여름 나무들은 한길 눈에 잠겨있어
滑身下山當一瞬 엉덩썰매 타고 가니 순식간에 내려가네
靈峰元氣尙不齊 영봉이라 산기운이 들쭉날쭉 같지않아
今日漫遊冬夏兼 오늘 하루 여름겨울 두 계절을 노닌다네

丁亥陽七月十二日與四人探遊宿雪未消小羚山有興梅軒暢吟
정해년 7월12일 네 사람과 함께 묵은 눈이 아직도 녹지 않은 리틀 고트 마운틴에 올라 흥이 올라 매헌은 화창한 마음으로 읊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세계 도처에서 날아와 캐나다 땅에 살고 있는 이민 1세대들이 걸머져야 할 숙명적인 멍에가 있다면 자기 정체성(self- identity)에 대한 갈등이다. 그럭저럭 3년만 지나면 본인의 희망에 따라 이 나라의 당당한 공민권이 부여되긴 하나 이 사회에 진정한 소속감을 가지고 주류사회의 꿀리지 않는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언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야 하는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의 간극에 발목이 끼어 어중간하게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민의 연륜이 깊어져도 이러한 이민 초기의 첨예한 갈등을 '미완의 숙제'로 가슴속에 묻어둔 채 여생을 살아간다고 보면 대차가 없을 것이다.

이민자들의 세계적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대륙은 거대한 인종용광로이다. 철광석을 가마솥에 넣어 열을 가하면 가지 각색의 돌덩이들이 용융(鎔融)되는데 이때 나오는 쇳물과 불순물을 분리 추출하는 공정을 거치게 된다. 말하자면 이민 1세대는 철광석이요, 가마솥은 국가(國家), 열은 강요된 이질적 문화의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쇳물'은 우리가 선택한 이 나라의 당당한 구성원이 되는 것임은 자명하다. 문제는 불순물이다. 불순물이란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이 땅의 자랑스러운 시민으로 성숙해가는 길에 놓여진 모든 장애물과 편견을 포함한다. 이 땅에 뿌리내려 성공한 타민족 이민사회의 공통점은 기존의 협애한 권위주의(parochialism)를 탈피하고 새로운 대동정신으로 화합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다.

캐나다 교민사회의 이민역사도 이제 40년이 지난 장년기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교민 사회가 모든 연령 및 사회계층을 화합하고 우리 2세대들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구심점을 마련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북미 대륙의 많은 한인회들은 하나같이 내분에 휘말려 백해무익이라는 지탄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지금부터 100년 후, 200년 후의 교민 사회를 한번 생각해보라. 과연 그때에도 우리 후손들이 한글 학교에 나가고 있을 것이며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후예의식이 남아 있을 것인가를. 우리 후세들 또한 백인주류사회의 인종적 편견이 존재하는 한 그들과 완전히 한통속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숙명처럼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불을 보듯 뻔할진대,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우리가 이 땅에 세워야 할 백년대계는 바로 동화(assimilation)가 아닌 통합(integration)이다. 통합은 자기 고유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전체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로의 차이를 끌어안고 전체로 하나가 되어 캐나다 사회가 지향하는 공동의 선을 향해 매진하는 것이 곧 우리 당대는 물론 후손들에게 있어서도 유효한 행동강령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은 필자가 생각해낸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보다 100년 먼저 이 땅에 뿌리를 내린 화교들의 피눈물 나는 이민 150년 역사를 읽고 내린 결론이다. 특히 밴쿠버 지역에서 화교들이 정재계를 비롯한 사회 구석구석의 주류사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실력을 마련한 것도 바로 화교사회에 존재하는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화교사회는 그들의 한인회격인 '화교회'가 없다. 그들도 한때 원주민파, 대륙파, 국민당파, 신세대파, 이민파로 나눠 피 터지게 싸우는 분열의 홍역을 우리보다 먼저 치른 셈이다. 이제는 밴쿠버 다운타운에 '화교문화센터'(Chinese Cultural Center)가 40만 화교들의 문화적 구심점역할을 하고 종래의 화교회 역할은 화교호조회(S.U.C.E.S.S. United Chinese Community Enrichment Society)라는 막강한 봉사단체가 맡고 있어 우리 교민들도 이들의 혜택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신세대들은 문화센터를 통해 그들의 뿌리의식을 자발적으로 계발할 뿐이지 절대로 강요되지 않으며, 화교회도 정치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봉사기능만 남아 있는 단체로 환골탈태함으로써 밴쿠버 전 화교들이 문화적 괴리감을 극복하고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허구한 날 법정공방과 내홍에 시달려 유명무실해진 우리 한인회의 부끄러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선망의 대상이요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교민사회도 '성숙하는 때'(coming of age)가 와야 한다. 우리도 그들만치 크진 않지만 후손들의 정신적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아담한 문화회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한인회는 이제 더 이상 감투싸움 하지 말고 봉사만 하는 기관으로 환골탈태할 때 지금까지 체념하고 등을 돌렸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 것이요, 우리 2세들은 한글학교가 아닌 문화회관의 방문을 통해 자발적인 뿌리의식을 갖게 될 것은 물론 갓 이민 온 사람들은 봉사회를 통해 동포애를 느끼며 대동단결할 수 있지 않을까. 어제 모 교민지에서 읽은 한인회의 법정시비가 산행을 하는 종일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산행은 속세의 모든 일을 훌훌 떨쳐버려야 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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