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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따라 온천 따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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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09-18 00:00

애로우 호수 굽어보는 할시온 온천

푸른 섬 사이를 미끄러지며 Galena Bay에 닿았다. 꼬부랑길을 한 시간여 달리면 할시온 핫스피링스(Halcyon Hotsprings). 어퍼 애로우 호수(Upper Arrow Lake)를 굽어보며 아담한 자태로 서있다. 통나무집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가을에는 송이버섯과 노랑버섯(Chanterelle)이 난단다. 온천과 버섯 나들이로는 최적의 장소다. 태양이 마치 온천수 속에서 부글거리고 있는 듯 뙤약볕이 풀에 가득하다. 그런데도 노인 몇몇은 느긋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비탈길 사이로 보이는 애로우 호수가 남실거리며 유혹한다. 따가운 볕을 피해 발이라도 적시라며. 그러나 열 길 아래. 눈 덮인 산이 어디에서나 보이는 언덕 바래기의 퍼거슨 룸을 배정받았다. 이층 다락방에 두 개의 침대가 있고 아래층엔 거실과 부엌, 그리고 침실이 있다. 아담하고 앙증맞아 신접살림 기분이 난다. 싸워도 어디 도망갈 구석도 없는. 뒤뚱그런 통나무를 기둥 삼아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나 풋풋하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캐나다인의 순박함이 엿보인다. 낮잠 한 숨을 자고 나서 온천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어 모두 단잠에 빠졌다. 아마 긴 노정의 운전이 고되었던가 보다. 해가 뉘엿뉘엿해야 할 시간에 깨어났는데도 사위는 대낮이다. 퍼시픽 타임이 마운틴 타음으로 바뀌어 한 시간 앞질러가니 더욱 환할 밖에.

100여 년 역사를 가진 할시온 핫스프링스는 예로부터 관절염 및 피부질환에 특별한 치료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곳이다. 1890년부터 1950년 중반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다. 원주민들이 이곳에 텐트를 치고 일부는 사냥과 낚시, 산림에서 채취를 하는 동안 나머지는 온천을 했다고 한다. 다른 부족이 이곳을 탐내 처절한 싸움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다 쿠트니(Kootney)와 콜빌(Colville) 부족 추장이 서로 평화 협상을 맺었는데 그때 전사들이 호숫가 바위에 많은 화살로 서명을 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애로우 레이크(Arrow Lake)'란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한다.

원주민이 로버트 샌더슨(Robert Sanderson)-1885년 이주, 1888년 호수에 띄울 증기선을 제작-에게 보여주자 그는 온천의 가치를 인정해 정부로부터 100-400에이커의 땅을 사들여 개발을 했다. 그리고 1894년 9월 22일 '할시온 핫 스프링스(Halcyon의 뜻은 calm & severe)'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1955년에 불이 나 지금 있는 샬레 랏지는 재건된 것이라 한다.

신경계통과 근육계통에 특효가 있다 하여 수많은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운집하였으며 의사들이 앞 다투어 추천을 하여 온천수가 상품화되기도 했다. 어떤 이는 혈액을 맑게 해 준다고 믿기도 한단다. 그 효능이 궁금해 온천에 몸을 담그니 매끈매끈한 감촉이 느껴진다. 색다르다. 믿자고 들면 정말 마음의 질병까지 치유해줄지 모르겠다. 특히 마사지는 효험이 뛰어나 매년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고. 아직은 제 몸을 남에게 맡길 만치 묵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귀가 솔깃해지는 건 왜 일까.

발치 아래 있는 로워 풀(Lower Pool)은 저녁 6시가 넘어 닫혀있다. 긴 호수를 내려다보며 다 열린 하늘을 안고 뜨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그간 짓누르던 일의 무게와 긴장이 다 풀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치어다보니 흰 구름을 깔고 앉은 먹구름이 서서히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금방 비를 뿌릴 듯하다. 그 움직임이 훤히 드러나는 구름의 운행을 목격하는 여유를 누리기는 모처럼 만이다. 거무스레한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목덜미에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는데도 아무도 풀에서 나오지 않는다. 후두둑 지는 빗방울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맴돈다. 파문을 닮은 동그란 미소의 선남선녀. 그들에게서 배어나오는 행복이 잔잔한 감동으로 밀려든다. 온천수의 의학적 효능 뿐만이 아니라 뛰어난 경관으로 인한 정신적 긴장완화 효과도 믿을 만하다. 일년 내내 연다.www.halcyon-hotsprings.com 

이른 아침 새소리를 따라 호숫가 트레일을 걸었다. 떠밀려온 나무둥치와 맴도는 수초, 한가롭고 넉넉하다. 그저 그렇게 떠다니며 그저 그렇게 흐르다가 그렇게 왔다 가는 것을 어이 해 그리 아웅다웅하는지, 자그마한 무덤 두 개와 그들의 명복을 비는 작은 예배당이 있다. 세 번째 주인인 번햄의 아내 애나과 그네의 여동생 무덤이 나란히 있다. 지금도 영롱하게 울어대는 풍금과 악보가 옛사람을 불러낼 듯하다. 건반을 두들기며 영혼의 침묵을 깨워본다. 예배당에서 나오는 돌 보도는 옛 건물에서 옮겨온 거라고. 가장 오래된 유물인 셈이다. 숲 속 널따란 공터에 커다란 TP 텐트가 있다. 화톳불을 피우고 온 부족이 들러 앉아 회의를 치를 만큼 넓은 공간. 숙식을 함께 하며 동고동락하였으니 친밀감이 대단하였겠다. 형제마저 경쟁대상으로 생각하는 요즘에 옛 TP 생활을 재현해 보면 어떨까 싶다. 모닥불을 피우면 연기는 어찌 하나 염려하였더니 꼭대기 부분에 들창이 있다. 지혜로운 부족이다. 신혼여행 나온 부부처럼 그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햇살이 살갗을 간지럽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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