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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사랑 2015.09.04 (금)
하늘이  높아  하늘에 놀고바람이 좋아  바람과  거닐고비에  품겨 비와  사랑을 하고한여름 가을 다  보냈다. 어느 한  나그네 곁을 지나나를 찾을 때  등을 내주어 쉬게하고제비, 까마귀, 부엉이 모두 들리고나는 내 삶이 너무 좋았다. 바람이 그리도 센날그만 허리 도려지고그 넓던 푸른 잎 모두 갔으니가슴 속 남은 처절한 울부짖음이야 그 어느 소리가 있어 담을 건가하늘 높아 보이지 않고 바람 소리 허공을...
김석봉
산다는 건 2015.08.29 (토)
산다는 건주어진 멍에를 메고먼 길을 가는 것 어떤 이는 멋진 차를 타고 어떤 이는 편안한 신발 신고거침없는 여행길이지만 어떤 이는 맨발로부르트고 피 흘려도쩔뚝이며 가야 하는 것 걷다가 걷다가큰비를 만나면젖은 솜 지고 가는 당나귀가 되다가도해 뜨는 날엔이슬 앉은 잎사귀가 되는 것 산다는 건푸른 내일을 그리며 오늘 하룻길 가는 것.
임현숙
특별한 인연 2015.08.29 (토)
“불성무물"이라 쓰인 화선지를 탁자 위에 펼치시며 선생님께선 잠시 감회에 젖으셨다.“오늘 초대에 대한 답례로 내가 좋은 글귀를 하나 써봤어요. 참 쉽지 않은 인연인데---, 이석 선생, 조 여사, 앞으로 열심히 정진하기 바라요.” 정성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중용의 “성자물지종시 불성무물( (誠者物之終始...
조정
기부와 댓가 2015.08.22 (토)
언덕을 넘어서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하기 전에 느끼는 나만의 호사다.  늘 일을 할 때는 예외 없이 몰두하여야 하지만 이 경치에 빠져 마음까지 눕게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순간의 실수가 백오십명을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나 머리와 가슴으로 일 하여야 하지만 유난히 긴장되는 장소가 있다.   이 곳 화이트락의 바닷가 멋진 양로원이 늘 나를 긴장시킨다.   특급호텔 수준의 이 양로원은...
김난호
가위바위보 2015.08.22 (토)
삼세판두 번 먼저 이기면 게임 끝내 어릴 적 한때가위바위보나는 시퍼렇게 날 선 가위를 냈지그는 부서지기 싫어하는 바위를 내밀었다 내 젊은 날 한때가위바위보나는 유품(遺品)으로 접어뒀던 보자기 하나 판 한복판에 깔았지그는 벼랑 끝에 선 바위 하나 뽑아서 판 모서리에 내동댕이쳤다 내 초로(初老)의 한때가위바위보나는 아랫마을 고물상에서 산 녹 쓴 가위를 내밀었지그는 어느 패장(敗將)이 버리고 간 단도(短刀)같은 가위를...
김시극
이백과 두보 2015.08.15 (토)
중국의 시문학을 이야기함에 있어 이백과 두보는 두 개의 빛나는 별이요, 두 송이의 아름다운 꽃이다. <全唐詩>에 수록된 시인만도 이천이백이요, 詩數가 사만팔천 여 편이나 되는데 이 중에서 이백의 시가 1100여수이고, 두보의 시가 1500여수에 달한다. 당송시대의 쟁쟁한 숱한 시인들 중에서도 아주 빼어난 두 시인이다.후세인들이 이백은 시선이요, 두보는 시성이라고 일컽는 것도 두 사람의 문학적인 역량이나 창작시의 방대함과 함께 후세에...
한힘 심현섭
장맛 2015.08.15 (토)
장 담글 때 목까지 치솟는 울화통을 같이 묻어라 짠맛 단맛 버무릴 때 손가락의 골무자국을 벗기고땟국물 내리는 눈물로 우선 씻겨 내려라깊은 골이 진 이마주름 줄기의 땀도버무려진 장이 진국이 될 때흘러내리는 우수의 맛을 머금게 하리라한 수저 두 수저 급조된 인스턴트 맛을장독대 깊은 항아리 뱃단지 안에서 찾지 말아라후미각이 얄팍하게 길든 어제오늘의 사랑마저도 진득이 썩일 줄 알아야 하겠거늘제발이지 독 안에 몸이라도 한번...
김경래
제 5의 계절 2015.08.08 (토)
우리의 불꽃놀이는 끝이 났는가여름 밤하늘을 수놓던불꽃 같은 사랑허무의 꼬리 드리우며지상으로 곤두박질치노니 한여름밤의 꿈이었던가하냥 봄일 듯성성한 여름일 성싶던 청춘도여윈 다리 끄을며노을 속으로 사위어가고 제 5의 계절에 살아야 하는가사랑의 불꽃도 사위고청춘의 돛폭도 찢긴 채별똥별처럼 추락하다가문득은빛 미리내 여울목에 이르노니
김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