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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문득얼굴도 없이 다가와살며시 안아 주는 화가를 만나다 그의 몸짓에 안긴 풀잎은그는 초록이라 하고그가 머문 자리에수선화가 방긋 그는 노랑이야 산딸기는 그를 마시고빨갛게 취했다 실토하고부른 배를 내밀며 담장 밑 호박은누렇다 무작정 우기고 한 세상 입 맞추고 노닐다뿌리까지 하얀 물 배었다고머리카락은 실실 고백하지만 눈 감으면 선명한첫 키스에 감전된 사랑의 빛깔자신만만 용 솟는 젊음의 푸른 눈가슴...
한부연
해피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자식도 없고 무척 가난했습니다. 할머니는 눈까지 보이지 않았지만, 해피를 자식같이 여기며 사랑했습니다.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산에서 약초도 캐왔습니다. 봄이면 산나물이며, 가을이면 산열매도 따왔습니다.“할멈, 오늘은 산나리 꽃을 꺾어 왔구려. 지천에 야생화가 피었더이다. 할멈이 볼 수 있으면 참 좋아할 텐데.”할머니 얼굴이 환해지며 행복해 보였습니다.“영감,...
이정순
잊고 있던 행복 2024.11.29 (금)
딸이 플라스틱 튜스 픽을 사야 한다고 해서 내가 그거 안 쓰면 안 돼 그랬더니 그래서 아빠 같은사람은 치과에서 싫어하는 거야 그러길래 가만히 집에 와서 세면대 옆에 있는 것들을 보니 칫솔도많고 치약도 쓰다가 끝에 잘 짜지지 않는 부분이 그냥 돌아다니고 스프레이 면도기 등 다양한물품들이 있다. 샤워실엔 샴푸와 비누 등이 다양한 브랜드로 있다. 나는 식구들이 같은 브랜드제품을 같이 쓰기를 원하지만 알레르기 뭐 어쩌고 하면서 자꾸만 다른...
전재민
유유자적 2024.11.29 (금)
     세태처럼 요동치는     변화가 있을까     어제는 역사가 아니라     유물로 남고     역사는 눈 앞을 스치는      찰라 인 거라      "성큼"처럼 들이닥친     찬 비를 몰고 가을이     서러운 낙엽을 적시고     빗물로 눈물을     씻어내고 있는거라      그러나      시절은 느리고 ...
조규남
주름살 2024.11.22 (금)
말갛게 세안하고 거울 앞에 앉습니다이맛살 모래톱에 세월이 파랑입니다잔물결 파고마다 들고 나던 이야기삶의 벼랑에서 눈물짓던 날의 기도눅눅한 하늘에 돋아나던 별과의 대화며미움과 용서로 문드러지던 순간들이살모사처럼 빳빳이 고개 듭니다남루하나 진솔했던 생의 일기장을꼼꼼히 손가락 다림질하는데잘라내고 싶은 가시들이 헛기침합니다삶을 한 번만 연습할 수 있다면가시 없는 파랑으로 너울거릴까요 오늘도 모래톱에 파랑은...
임현숙
가야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 아득하다. 가야는 우리 역사 속에서 기록을 찾을 수 없으니 왕국의 흔적을 어디서 발견할 것인가. 가장 오래 된 한국의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가야의 존재가 없다. 겨우 “삼국유사”에 와서 ‘가락국기’라는 이름으로 가야의 건국설화가 인용되어 기록되고 있다. 그것으로 우리가 가야의 역사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원후 42년에 건국되어 562년에 신라에 망하기까지 엄연히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여섯...
한힘 심현섭
    노랗게 무리 지어 핀 들국화의 은은한 향내가 완숙(完熟)의 가을을 알린다.고혹적인 모습으로 유혹하지도 않고 소소하게 무리 지어 피어 있다. 자세히 보면 고 작은 꽃에 꽃술도 있고 꽃받침도 있고 겹겹으로 포개진 꽃잎이 앙증맞다. 들녘에 나분히 피어 있는 모습이 아련하다.   서울에서 초등학교까지 함께 다닌 친구가 있다. 그는 몸이 약해 요양 차 시골에 갔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대학에 입학할 때야 서울로 올라왔다. 시골에...
박오은
동구 밖 노을이 붉게 물든 쓸쓸한 언덕 위해맑은 눈망울로 갈망하는 수사슴 한 마리고요한 정적속에낙엽 한 잎 소리 없이 내려 앉네가슴깊이 새겨진 상처아픔을 어루만졌던 기억들증오와 솟구치는 분노로마음을 짓눌렀든 나날들 시간이 멈춘 듯고요한 세상에바람이 불어온다회오리 바람이곪아 터진 상처와 아픔증오와 분노는휘몰아치는 바람속으로 날리네그 빈 자리에기쁨과 감사와 용서로 채우내행복이 꽃피는 시간이 멈춰진 언덕 위수사슴...
손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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