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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전역이 나의 일터”··· 대륙을 누비는 여행 간호사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6-05-01 10:05

캐나다 곳곳의 의료 공백을 메우며
대륙을 횡단하는 김성준 여행 간호사
캐나다에는 특정 병원에 소속되지 않고, 인력이 필요한 곳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여행 간호사(Travel Nurse)’들이 있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단위로 계약을 맺고 병원의 공백을 메우는 간호사들로, 소위 정착 대신 이동을 선택한 유목민의 삶과 유사하다.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파견 근무와는 결이 다르다. 스스로 근무지를 선택하고, 계약이 끝나면 또 다른 도시로 향한다. 매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그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간호사 김성준(28) 씨 역시 이 길을 선택한 이 중 한 명이다. 올해로 6년 차, 여행 간호사로는 3년째인 그는 2023년부터 캐나다 5개 주 8개 병원을 오가며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부족한 일손을 보태고 있다. 매일이 새로운 도전인 여행 간호사의 삶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대륙을 오가며 쌓아온 그의 특별한 커리어와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제적 이유로 시작한 모험, 천직이 되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 전역을 누비며 여행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성준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홀로 캐나다로 건너와 토론토에서 간호대를 졸업했습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6년째 근무 중이며, 여행 간호사로 활동한 지는 3년 차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온타리오, 노바스코샤, 뉴펀들랜드·래브라도, BC주를 거쳐 현재는 뉴브런즈윅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원래는 미대에 진학해 타투이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민자로서 캐나다에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간호사가 좋겠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했죠. 졸업 후에는 병원 내 인력이 부족한 병동에 우선 투입되는 ‘간호 자원팀(NRT, Nursing Resource Team)’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약 4개월간 경험을 쌓은 뒤, 응급실로 자리를 옮겨 간호사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Q. 여행 간호사로 전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팬데믹 이후 심한 번아웃을 겪었어요. 잠시 간호사를 그만두고 헬스장을 운영했지만 잘 되지 않아 8만 달러라는 큰 빚을 지게 됐죠. 일반 간호사 급여로는 빚을 갚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여, 급여가 높은 여행 간호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그래서 빚은 다 갚으셨나요? 

(웃음) 예, 다행히 빚은 여행 간호사를 시작하고 3~4개월 만에 갚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처음엔 경제적인 이유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다양한 캐나다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채로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여행 간호사의 삶이 모험을 즐기는 제 성향과 딱 맞는 천직이라 생각합니다.

◇캐나다 동서부를 가로지르며 마주한 의료계의 현실

Q. 여행 간호사로서 일한 첫 근무지는 어땠나요?

제가 처음 여행 간호사를 시작한 곳은 노바스코샤였습니다. 바다가 없는 토론토에서 십여 년을 살았던 저에게, 그곳의 풍경은 굉장히 이국적이었죠. 캐나다 어부들의 문화, 숙소 마당에서 보이는 바닷가, 뱃고동 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만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술·마약 문제부터 총상·자상 환자, 원주민 관련 이슈까지···. 인력난이 심해 근무하는 간호사 전원이 여행 간호사인 날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후 이동한 뉴펀들랜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병원 인력의 상당수를 여행 간호사나 외국에서 교육받은 의료진에 의존해야 할 만큼, 의료 시스템이 좋지 않았죠. 

Q. 얼마 전까지 BC주에서 근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작년 8월부터 약 1년간 북부 프린스 조지 병원과 록키산맥 인근의 바운더리 병원에서 근무했습니다. 주변 환경은 최고였습니다. 비번일 때 즐기는 스노우보드와 하이킹은 큰 위안이었죠. 다만 BC주에서의 약물 오남용이나 홈리스 문제는 타 주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BC주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지역별로 의료 시스템의 차이가 있나요?

전반적인 인력 부족은 전국 공통입니다. 1차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다 보니, 병원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들었죠. 다만 BC주와 앨버타주, 온타리오주는 타 주보다 의료 시스템이 현대화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BC와 앨버타는 전문간호사(NP)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1차 의료 공백을 메우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팬데믹 이후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고숙련 인력이 대거 이탈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많은 간호사들이 저처럼 여행 간호사로 빠지게 되었고요. 예전에는 응급실에서 2년 차 미만은 거의 채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신규 졸업생도 대거 고용하는 상황입니다. 이들을 훈련할 선임들마저 사라지면서 전체적인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것을 현장에서 매일 피부로 느낍니다.

◇계약부터 일과까지, 여행 간호사로 산다는 것

Q. 여행 간호사 계약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여행 간호사와 병원을 이어주는 여행 간호사 에이전시가 있어요. 이들과 계약하면 에이전시 측에서 저희에게 현재 지원 가능한 병원과 병동을 알려줍니다. 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지원하면 되고, 병원에서 받아주면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기간은 짧게는 2주부터 6개월까지 다양해요. 시급 또한 병동, 일하는 주(州)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현재 기준 BC주가 가장 낮고, 대서양 주들이 가장 높습니다. 보통 60불에서 120불까지 다양합니다.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과 같은 특수 병동 간호사들은 보통 급여를 더 받기도 하고요. 그리고 주거지 비용과 비행기, 기름값과 같은 이동 비용 또한 지원받습니다. 

Q. 여행 간호사가 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이 있을까요? 

여행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근무를 희망하는 분야에서 1~2년의 경력과 해당 과의 특수 자격증들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었다면, 여러 여행 간호사 에이전시들을 통해 계약을 하면 됩니다. 다만 고용이 불안정하고 실력이 없으면 바로 해고당하기 때문에 본인의 능력에 확실한 자신감이 있을 때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Q. 근무하시는 병원에서의 일과가 궁금해요

응급실은 보통 12시간 교대 근무를 합니다. 오전과 오후 7시 30분에 병원으로 출근해서 배정된 구역이 어딘지 먼저 확인합니다. 현재 근무하는 응급실은 소생실, 트리아지(선별), 혹은 중증도가 낮은 환자들을 돌보는 구역들이 있어요. 그리고 배정된 구역에 따라 이전 근무 간호사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환자실보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응급실에서는 즉각적으로 환자가 호전되는 것이 보이거든요. 위급한 환자들을 팀원들과 함께 소생시킬 때, 그리고 나중에 그 환자가 무사히 잘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순간들이 가장 보람찹니다. 

Q. 여행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장점은 자유로운 스케줄링과 높은 소득, 그리고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는 즐거움입니다. 계약한 근무지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비부터 숙소까지 제공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생활비 부담이 적은 것도 큰 메리트죠. 반면, 외로움을 많이 타거나 새로운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쉽지 않은 삶입니다. 또, 병원 내부 직원이 아닌 ‘외부인’으로 인식되기에 가끔 소외감을 느끼거나 부당한 업무량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현실이에요. 

◇병원 밖에서 채우는 에너지, 내일을 위한 충전

Q. 비번일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비번일 때의 제 일상은 매우 단순합니다. 여름에는 캠핑과 하이킹을 하고 겨울에는 스노우보드를 타러 다닙니다. 그리고 계절과 관계없이 매일 헬스장과 격투기 체육관에서 운동을 합니다. 아무래도 병원 안은 환자들의 비명 소리, 시끄럽게 울리는 모니터 소리 등 굉장히 과잉 자극(Overstimulating) 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늘 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찾는 것 같습니다. 

Q. 파워리프팅 선수로도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학교 때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며 제 근력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부상 위험이 적으면서 성취감이 큰 파워리프팅에 매료되어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6년간 활동하며 삼대 운동 합계 730kg을 기록하기도 했죠. 토론토와 노바스코샤 지역 대회 우승은 물론, 2024년에는 온타리오 팀 소속으로 캐나다 전국 대회에서 1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Q. 바쁜 간호 업무와 선수 생활을 어떻게 병행했나요?

다행히도 운동은 저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그래서 운동하러 갈 생각에 퇴근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였죠.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 특성상 꾸준히 운동을 하며 체력을 관리해야 롱런할 수 있기에, 주 3~4회 운동을 빼놓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Q. 간호사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계획도 궁금합니다

여행 간호사로 일하며 현장 곳곳에서 1차 의료진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했어요. 응급실에 올 필요가 없는 환자들이 응급실에 온다거나, 예방할 수 있는 병을 키워서 오는 환자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올해 전문 간호사(NP)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입니다. 졸업 후에는 가정의학 전문 간호사(Family NP)로서, 의료 공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직접 돌보며 힘이 되고 싶습니다.

최희수·고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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