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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복원 73년前 자신과 재회한 캐나다 6·25 참전용사

양지혜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5-02 12:35

가평전투 참전 크라이슬러씨, 청와대 특별전 ‘1호 관람객’


평생 용접 엔지니어로 일했던 윌리엄 크라이슬러(94)씨는 빈말을 모른다. 그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73년 전의 앳된 얼굴을 인공지능(AI) 복원 기술로 만났다. 할리우드 배우처럼 훤칠한 청년이 캐나다 군복을 입고 나타나자 크라이슬러씨는 “난 이렇게 잘생기지 않았다”고 껄껄 웃다가 말을 흐렸다. “사실 예전 모습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나요. 전쟁의 기억을 다 잊어버리려 애써서 그런가….”

그는 청와대 개방 2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정상의 악수, 자유의 약속: 정상으로 모십니다’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이날 청와대를 찾았다. 이번 전시에는 그를 비롯해 고(故) 랠프 퍼켓 주니어 대령(미국)과 고 에두아드 율리우스 엥버링크 원사(네덜란드) 등 6·25 전쟁 유엔 참전 용사들의 옛 모습이 AI 기술로 복원돼 가상 외교관 ‘청마루’와 대담을 하는 코너가 마련됐다. 전 세계 청춘들이 생면부지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왔었다는 걸 한 눈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미국 국빈 방문 때 직접 휠체어를 밀고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던 고 퍼켓 대령은 지난달 8일 별세했고, 고 엥버링크 원사는 4년 전 작고해 부산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크라이슬러씨는 6·25 전쟁 가평전투 73주년을 맞이해 국가보훈부 초청으로 최근 한국에 왔다가 이날 특별전의 ‘1호 관람객’이 됐다.

가평전투 직후 부상당한 동료를 부축해 이동하는 윌리엄 크라이슬러 참전용사./주한 캐나다 대사관 제공
가평전투 직후 부상당한 동료를 부축해 이동하는 윌리엄 크라이슬러 참전용사./주한 캐나다 대사관 제공

그가 AI 화면을 둘러싼 거대한 흑백사진을 가리키더니 읊조렸다. “가평전투에서 부상당한 전우를 부축하고 있는 저 청년이 바로 접니다. 카메라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얼굴이 안 나왔는데, 고향(온타리오주 해밀턴)에 계신 엄마가 제가 이런 사지(死地)에 있다는 걸 알면 안 된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피했던 거 같아요.” 그는 “전투 당시는 4월인데도 이상하게 추웠다”고 했다.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군으로 구성된 영연방 27여단은 1951년 4월 23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가평 일대에서 병력이 5배가량 많았던 중공군을 물리쳤다. 특히 캐나다군 450여 명은 중공군 6000여 명의 공격을 버텨냈다. 당시 스무 살 이등병이었던 그는 아흔 넘은 노인이 됐는데도 가끔씩 전쟁의 악몽에 시달린다고 했다. “굶어죽은 아이들 시체를 쥐가 파먹고….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가 너무 컸어요.”

원전 냉각탑 특수 용접 기술자인 크라이슬러씨는 1970년대 한국에 다시 왔다.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들에게 설계도 읽는 방법을 가르치며 아낌없이 기술을 나눠줬다. 이때 한국인 아내를 만났고, 아들은 한국에서 산다. “73년 전의 제게 누군가 ‘넌 앞으로 한국에 원자력 관련 기술을 전수할 거고,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해로할 거야’ 귀띔해준다면 믿을 수 있었을까요?”

이날 크라이슬러씨의 휠체어는 이승민 일병(22·국방부 의장대대)이 밀었다. 캐나다에서 중·고교를 졸업하고 현재 토론토대에 재학 중인 그는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해주신 덕분에, 제가 캐나다에서 공부하며 꿈을 키울 수 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크라이슬러씨가 화답했다. “앞으로 자유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나라가 있다면, 우리가 그랬듯이 함께 나서서 싸워주세요. 자유를 누리는 사람에겐 남의 자유를 지켜줄 의무도 있으니까요.”

이번 특별전은 7월 29일까지 청와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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