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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식량이던 스팸, 한국이 소비량 세계 2위

남정미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9-26 09:40

[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맹]

▲한국 스팸은 4㎣로 고기를 써는 미국과 달리 고기를 3㎣로 조각내 햄을 만든다. 1㎣ 차이지만 힘줄이나 연골 등을 더 섬세하게 제거할 수 있어 식감이 좋다. 육함량도 한국 스팸이 다른 나라 스팸에 비해 1.39% 더 높고, 하루 정도 숙성 과정을 거쳐 촉촉하고 탄력있다. /CJ제일제당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

한국인이라면 이 말에 침 꼴깍 삼키지 않는 이 없을 것이다.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 소비량을 자랑할 정도로 한국인의 스팸 사랑은 유별나다.

미 육가공업체 호멜이 1937년 출시한 스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전투식량으로 채택되면서 전 세계로 퍼졌고, 우리나라 역시 6·25전쟁 당시 미군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전쟁이 끝나고 한국에 주둔한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를 기반으로 만든 ‘부대찌개’도 이때 나온 음식이다.

책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을 쓴 음식 평론가 윤덕노씨는 “전쟁 중엔 먹을 게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먹을 것에 민감해지고 음식에 탐닉한다”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전쟁 중에도 형편없는 식재료로 명품 요리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정작 햄과 소시지를 사용한 부대찌개나 스팸이 널리 유행하게 된 건 1980년대 이후다. 1960~70년대만 해도 미군 부대에서 나온 음식을 유통하는 건 불법이었기 때문. 특히 스팸은 부유하거나 인맥이 좋아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윤 평론가는 “1980년대 중·후반 소시지가 국산화되면서, 서울 명동 등지에도 ‘부대찌개’란 이름을 단 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이 호멜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스팸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때는 1987년이다. CJ제일제당 육가공식품팀 송민석 부장은 “스팸은 출시 첫해에만 500t이 팔리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며 “밥 반찬으로 제격이었고 휴대와 사용이 간편하고 보존 기간이 길어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국내 스팸 매출액은 2018년 4190억원, 2019년 4200억원, 2020년 4500억원, 2021년 49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 명절 선물 세트로는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인의 ‘국민 선물 세트’로 자리 잡았다.

프리미엄 캔햄으로 자리잡은 '스팸'은 1990년대부터 명절 시즌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고급스러운 선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연 매출 60%가 선물세트 시즌에 발생할 정도다. /CJ제일제당
프리미엄 캔햄으로 자리잡은 '스팸'은 1990년대부터 명절 시즌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고급스러운 선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연 매출 60%가 선물세트 시즌에 발생할 정도다. /CJ제일제당

국내 스팸의 이런 높은 인기는 외신들에도 취재 대상이다. 해외에서 스팸은 비상식량 혹은 정크푸드 이미지가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스팸은 궁핍한 시기 미군과 함께 한국 식탁의 중심으로 이동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스팸의 높은 인기는 과거 절망적인 시기 오랫동안 갈망한 사치품으로서의 가치에만 있지 않다. 윤 평론가는 “스팸은 우리 김치나 찌개에 많이 들어가는 고춧가루의 감칠맛과 잘 어우러지며, 특히 한국의 찰기 있는 쌀밥과 조화를 이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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