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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종 아동의 날' 계기된 납치 용의자, 33년 만에 덜미

김신영 특파원 sk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25 14:45

미국 뉴욕 경찰이 '실종 아동의 날' 제정의 계기가 됐던 6세 아동 납치 살해 용의자를 33년 만에 붙잡았다.

뉴욕경찰청(NYPD) 레이먼드 켈리 청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한 제보자의 도움을 받아 이탄 패츠(당시 6세)를 납치한 후 살해한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제보자가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1979년 5월 25일 오전 8시 30분.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패츠는 집을 나와 스쿨버스로 향하던 중 사라졌다. 매일 엄마나 아빠가 데려다 주다가 처음으로 혼자 집을 나선 날이었다. 스쿨버스를 타야 할 지점은 뉴욕 맨해튼 남부 소호(SoHo)에 있는 패츠의 집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져 있었다. 아이가 학교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패츠의 부모는 즉각 실종신고를 냈다. 당시 NYPD는 소호 일대를 중심으로 탐문을 벌였지만 패츠의 소재나 범인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1983년 패츠가 사라진 날을 '실종 아동의 날'로 정해 실종 아동에 대한 대대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을 만큼 이 사건의 파장은 컸다. 패츠의 얼굴과 이름을 우유팩에 새긴 미아 찾기 캠페인이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전개되기도 했다.

아이의 소재에 대해 아무런 단서도 포착되지 않자 법원은 2001년 패츠가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패츠의 부모는 혹시 아이가 생환할 경우 집을 찾지 못할 것을 걱정해 지금까지도 실종 당시의 집에 계속 살고 있다. 2년 전 익명 제보가 접수되자 이를 토대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사이러스 밴스 검사가 패츠의 사건에 대한 수사 재개를 명령했다. 지난 4월 NYPD와 연방수사국(FBI)은 패츠의 집 바로 옆 건물에 패츠가 묻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하실 바닥을 뜯어내는 수색까지 실시하며 범인 검거 의지를 보였다.

별다른 성과가 없어 FBI의 수사는 실패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 수사과정이 미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또 다른 제보자가 등장했다. 그는 이 기사를 보고 전화를 걸어 "내가 아는 남성이 여러 차례에 걸쳐 '난 뉴욕에서 수십 년 전 한 아이를 죽였다'고 이야기하더라"며 당시 패츠의 집 주변 잡화상 종업원이던 페드로 에르난데스(현재 51살)를 지목했다. NYPD가 뉴저지주(州) 캠든에 사는 에르난데스를 심문하자 그는 "내가 패츠를 음료수로 유인한 다음 목 졸라 죽였고 비닐봉지에 시신을 담아 버렸다"고 자백했다.

켈리 청장은 "33년 전 에르난데스가 일하던 잡화상 직원들에 대한 심문을 벌였으나 에르난데스는 제외됐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지금 이야기하기는 부적절하지만, 에르난데스는 그 일을 매우 후회하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NYPD는 에르난데스의 범행 동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패츠의 실종 33주년을 하루 앞둔 날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낸 NYPD는 고무된 분위기지만, 에르난데스에 대한 유죄 판결을 즉각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패츠의 실종이나 사망과 관련해, 에르난데스의 증언 외에 아무런 물적 증거가 없는 탓이다.

미국은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은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이었던 것을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최장 25년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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