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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장악 세력,회의서 고함·욕설·난동

박국희 기자 freshm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07 09:54

지난 4~5일 국회에서 열린 진보당 운영위원회 자리는 당 장악 세력에 속한 사람들이 지르는 고함과 욕설, 반말로 얼룩졌다. '국민보다 당원이 우위'라는 놀라운 말, 표결로 결정하자는 사람들에게 "너, 나가"라고 소리치는 반(反)민주주의적 행태가 민얼굴 그대로 드러났다.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계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진보당 장악세력은 당내 경선부정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경선부정으로 당선된 경기동부연합 계열 당선자들은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에서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모바일 부정 동원 의혹 등 여러 문제들이 불거졌지만 그들은 최소한 국민과 유권자에게 사과하고, 공천 취소를 했다. 사법조치도 당했다.

이정희 대표는 4일 "당원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며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 보고서를 부정했다. 당권파 안동섭 운영위원은 "국민들의 눈높이를 당원의 눈높이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당권파인 유시민 공동대표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쇄신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국민에 앞서 당원을 앞세우는 그들은 그러나 2002년 9억3700여만원을 시작으로, 올 1분기까지 300억여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올 들어서는 1분기에만 27억4000여만원을 받았고, 이번 총선에서 의석이 늘어나면서 연말까지 국고보조금 규모가 60억원가량 될 것이라는 게 선관위 측의 얘기다. 진보당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이 돈으로 당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해결하면서 "국민보다 당원이 우위" "국민이 아닌 당원의 눈높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세비, 사무실·차량 유지비, 보좌진 고용, 기타 특전 등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이 적지 않다.

진보당 운영위원회 회의는 4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무려 19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정희 공동대표 등 당 장악 세력은 19시간 동안 필리버스터(고의적 의사진행방해)의 진수를 보여줬다.

당 대변인이기도 한 당권파 우위영 위원은 비당권파 측이 '경선 비례대표 후보 전원 사퇴'를 표결 처리하자고 하자 "(표결 처리는) 초헌법적인 쿠데타"라며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천안함 보고서처럼 됐다. 누더기 보고서다. 진상 조작 보고서"라고 소리쳤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보던 당권파 당원 50여명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정희 대표는 고성과 욕설로 소란을 피우는 당원들을 회의장 밖으로 내보내자는 비당권파의 거듭된 요구를 묵살했고, 조승수 전 대표는 "평소에 내가 알던 이정희 대표가 아니다"고 했다.

 

비례대표 3번 김재연 "경선은 합법적"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3번 김재연 당선자가 6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 전국운영위원회의 사퇴 권고안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당선자는“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은 정정당당하고 합법적이었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민노당 출신 강기갑 의원조차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는 빨리 결단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정희 대표는 무표정한 얼굴로 "(표결이 아닌) 만장일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의견을 좀 더 모아보시지요"라고 느릿느릿 말했다. 육탄 충돌 일보 직전의 상황 속에서 만장일치를 주문한 것이다. 인터넷에는 "로봇 같은 이 대표에게 소름이 끼친다"는 반응이 나왔다.

급기야 부정선거 책임을 지고 비례 1번을 자진사퇴한 윤금순 위원은 5일 오전 4시 30분쯤 처음으로 입을 열고 "(이 대표의) 사욕이 들어가 있다. 진정 당을 원한다면 빨리 결정해달라"고 했다. 다른 위원은 이 대표에게 "몇 년간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인상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5시 15분 회의를 정회한 이정희 대표는 6시 50분쯤 당권파와 논의 끝에 "더 이상 사회를 볼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한다"며 의장직을 사퇴하고 퇴장했다. 우 대변인과 당권파 당원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고 울부짖었다.

이후 유시민 공동대표가 의장을 맡아 회의는 계속됐지만 국회로 달려온 당권파 당원 100여명이 "유시민 너 나가" "심상정, 노회찬은 부정 조작 시스템으로 후보 됐다" "너희가 무슨 결정 권한이 있느냐"며 울부짖었다. 이들은 회의장 불을 끄고 문을 닫으며 "아무도 못 나간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대학생 신분의 일부 당권파 당원들조차 "한 줌도 안 되는 것들이 우리 당원들을 감히 모욕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회의는 아무런 결론 없이 5일 오전 9시에 끝났다. 이정희 대표가 퇴장하면서 사회권을 이어받은 유시민 대표는 5일 오후 3시 회의를 속개하려 했다. 그러나 100여명의 당권파 소속 당원들이 회의장 입구를 몸으로 운영위원들의 입장을 막았다. 결국 밤 11시 30분 온라인 투표를 통해 경선을 통해 뽑힌 비례대표 후보 14명의 총사퇴안을 가결시켰다. 4일 오후 2시에 회의가 시작된 지 33시간 30분 만이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진보당 당권파가 국민의 눈높이와 괴리되면서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진보당처럼 민주적 운영 의무를 위반한 정당에 대해선 국고보조금을 삭감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검찰이 나서서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고, 불법에 대해선 선관위 등 외부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당내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혈세로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는 정당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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