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모자이크 사회 캐나다, 우리의 조각이 가장 반짝거리는 가슴 벅찬 순간”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7-29 13:22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6_ 안동차전놀이 보존회 이재춘 회장


제 15회 한인 문화의 날 8월 6일 버나비 스완가드 스테디움에서



“제 15회 한인 문화의 날”이 오는 8월 6일 버나비 스완가드스테디움에서 열린다. 밴쿠버한인문화협회(회장 석필원)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한인사회 최대 문화 축제로, 타문화권으로부터도 남다른 관심을 받아 왔다. 한인 커뮤니티의 자생적 문화 행사가 한국을 알리는 충직한 광고판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특히 행사 장소를 지금의 스완가드스테디움으로 옮긴 이후에는, “한인 문화의 날”에 비춰지는 조명이 한층 뜨거워졌다. 이전 행사 때와 비교해 관람객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총 3만2000여 명이 “한인 문화의 날”을 통해 멋스러운 한국과 만났다. 

당시 선보인 여러 가지 흥행 카드 중 우선 돋보인 것은 대한민국 국기원의 태권도 시범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태권도 시범단의 신기(神技)에 관객들은 저절로 감탄했고, 이는 이곳 BC주에 “태권도의 날”이 공식 지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에는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 24호인 “안동차전놀이”가 무대의 중심에 선다. 이를 위해 안동차전놀이 보존회의 이재춘 회장(사진)과 소속 회원들이 밴쿠버를 찾을 예정이다. 이 회장은 안동차전놀이 인간문화재이기도 하다. 그를 전화를 통해 미리 만났다.




      사진 제공=안동차전놀이 보존회




밴쿠버 공연을 앞둔 자부심과 설렘
우리 문화 지키고 알릴 수 있다는 게 큰 기쁨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민속놀이의 대부분은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복을 바라는, 다시 말해 기복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지요. 안동차전놀이는 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안동차전놀이에는 기복 대신 상무정신이 깃들여 있습니다. 오랜 세월 전승돼 온 민속놀이 중 상무정신을 강조한 건 안동차전놀이 뿐일 겁니다.”

안동차전놀이를 설명하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와 동시에 밴쿠버 공연을 앞둔 설레임도 전해졌다.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유산을 실제 만끽하게 된 편 역시 가슴이 두근거리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동차전놀이는 일명 “동채싸움”이라고도 불린다. 두 개의 동채(차전놀이에 쓰이는 수레 모양의 물건)가 공중에서 맞부딪치며 박진감을 자아내는 것이 바로 차전놀이의 묘미 중 하나다. 이민 1세대에게는 이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예전 초등학교 운동회의 대표 메뉴가 바로 차전놀이였기 때문이다. 이번 한인 문화의 날에서는 이 차전놀이의 진수가 소개된다.

“8월 3일 밴쿠버에 도착한 뒤 다음날 바로 동채 제작에 들어갈 겁니다. 차전놀이를 위해서는 300명 이상의 동채꾼들이 필요한데 이들에 대한 교육도 그때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주어진 준비 시간은 짧지만, 이 회장은 또 한번의 성공을 자신하는 눈치다. 차전놀이에 대한 세계인의 박수갈채가 익숙한 탓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 현장에서 가졌던 차전놀이 특별 공연을 기억했다.

“당시의 엑스포는 새천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규모도 굉장했습니다. 각국의 대통령과 수상 등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우리의 차전놀이가 선보였지요.”

반응은 뜨거웠다. 차전놀이는 방송을 탔고, 지역 신문 문화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300여 명 차전놀이 팀에게 숙식만을 제공하기로 했던 엑스포 주최 측은 공연이 끝나자 출연료까지 건넸다. 눈과 마음을 호강시켜준 대가였다.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 뿌듯했지요. 하노버 엑스포 공연을 통해 우리 민족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진 제공=안동차전놀이 보존회  


이 회장이 차전놀이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69년의 일이다. 당시 안동시청에서 문화 담당으로 근무했던 그는 안동차전놀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일에 몰두했다. 

“계획대로 중요무형문화재로 등록되긴 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차전놀이 관리와 계승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거에요.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제가 떠맡게 됐습니다. 그때에는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하게 된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우리 것을 지키고 알리는 일이 너무 보람스럽기 때문이지요.”

안동차전놀이 보존회 회원 역시 이 회장과 같은 생각이다. 이들 중 누구도 차전놀이를 보존하는 일로 보수를 받지 않는다. 모두 자원봉사자들로 생업은 따로 있다. 이번에 밴쿠버를 방문하게 되는 전승자 10명도 상황은 같다. 직장에 휴가를 내서 얻게 된 시간을 차전놀이 보급에 쓰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다.

“안동 사람들이 차전놀이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상상 이상일 겁니다. 이 놀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안동을 찾곤 하니까요. 우리 고장의 자랑을 이곳 밴쿠버에 알리게 된 것에 대해 저도 많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국에 대한 그리움 혹은 고마움이 우리 차전놀이팀을 초대해 준 배경이겠지요.”

이번 한인 문화의 날에서 안동차전놀이는 거대한 함성 소리와 함께 막을 내릴 것이다. 이후에는 고향의 정취를 느끼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차전놀이 후 <아리랑>이나 <아, 대한민국> 같은 노래를 함께 불렀으면 해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사는 한인들에게는 뜻깊은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안동차전놀이는 8월 6일 오후 12시 20분과 오후 3시 두 차례 진행된다. 이외에도 “제 15회 한인 문화의 날”에서는 <케이팝 경연대회>, <쟁강춤>, <태권도 시범> 등의 볼거리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 코너도 마련돼 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사진 제공=안동차전놀이 보존회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정성 변호사 “공부만 잘해서는 곤란하다”
자녀에게 모든 걸 잘해 주고 싶은 게 보통의 부모 마음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스스로 몸을 뒤집고, 앉고, 걷고, 뛰게 되는 그 순간순간이 부모에겐 가슴 벅찬 감동이자 동시에 사는 힘이...
“캐나다에서 경찰 되기, 그 성공의 여정을 공유합니다”
‘성공 스토리’에는 세간의 이목이 늘 쉽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반듯한 집과 자동차, 혹은 넉넉한 통장 잔고를 보유하게 된 배경이,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캐나다에 온전히 정착한다는 것은…”
밴쿠버는 첫눈에 마음을 내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목석이 아니라면, 밴쿠버가 품은 숲과 호수에, 도심의 세련된 빌딩가 사이에서도 느낄 수 있는 산뜻한 바람에, 혹은 이방인에게도...
허전한 이민자의 삶, 아빠는 늘 슈퍼맨이었다
극단 하누리 2016년 정기 공연작 <오 마이 슈퍼맨>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하누리 또 한번의 행복한 가을을 연출한다”오래 전의 풍경이 문득 재생될 때, 우리들 대부분은 '슈퍼맨'과...
본국 영어교사부터 미래의 사회복지사까지
“내가 했던 값진 경험, 그리고 앞으로의 길”이곳 밴쿠버 한인사회에서 유독 반짝거리는 단체가 하나 있다. 한인 1.5세와 2세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봉사단체 'C3소사이어티'가 바로 그...
열 네 살에 UBC 조기 입학 “딴짓하는 아이에게서 가능성을 보다”
딴짓하는 아이는 걱정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런 아이의 세계 속에서는 사회에서 정한 '중요도의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 버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에를 들어 학교 숙제는...
“성공 취업, 코업이 정답이다”
대학교를 제때, 그러니까 4년 만에 졸업했다는 이력서상의 기술은 어느 면에서는 자랑 거리가 되기 어렵다. 아무런 생존 기술 없이 정글 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만하다고 평가되던 아이, 영재로 인정받기까지"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독 앳된 얼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스스로를 “이번에 UBC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게 된 제임스 천(한국명 천현석·사진)”이라고 소개하는데, 그 말이 반농담처럼...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7_밴쿠버시온선교합창단 지휘자 정성자
기름진 땅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빚진 자'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그녀는 올해에도 무대에 선다. 자신이 지휘자로 몸담고 있는...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6_ 안동차전놀이 보존회 이재춘 회장
제 15회 한인 문화의 날 8월 6일 버나비 스완가드 스테디움에서“제 15회 한인 문화의 날”이 오는 8월 6일 버나비 스완가드스테디움에서 열린다. 밴쿠버한인문화협회(회장 석필원)가...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_55 <밤차>의 작곡가 유승엽
그는 KBS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소개될 만큼 유명한 작곡가였다. 하지만 이곳 밴쿠버에 정착한 1991년 후부터는 대중 가요를 만드는 일에 인색했다. 대신 오카리나 연주에...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4_권천학 시인, 이청초 화백
한인문화협회 후원 오는 8월 14일까지, “여백 채워줄 당신의 생각은…”“포트무디 아트센터”는 트라이시티 세인트존슨가(St. Johns St.)에 서 있는,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느낌의 화랑이다....
사진작가 줄리아 리씨의 밀알 사진 프로젝트
“아름답다"고 했을 때, 화자가 느낀 아름다움 그대로를 지면에 옮길 수는 없다. 객관적 정의가 불가능하기에 신문 기사에서 “아름답다”는 함부로 올릴 말이 아니다. 그러나 ...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3_법률공증사 최병하
특정한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행위, 즉 공증은 적어도 새 이민자들에게 있어서는 꽤나 익숙한 단어다. 공증이라는 절차를 통해 한국에서의 경력 혹은 학력 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2_월드옥타 밴쿠버 지회 차세대 대표 김진기
1인 무역회사 <글로벌서플라이트레이드ltd>의 김진기 대표(사진)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불필요한 수식어를 보태지 않는다. 그저 솔직 그리고 담백하게 지난 시절의...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1_이리디아메디컬 프로젝트 매니저 라이언 조
소년은 미국인이 되고 싶었다. 아니, 자신은 미국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믿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과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미국 시카고에서 보내게 된...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50-한국전통예술원 한창현 원장
익숙했던 요리에서 원재료의 맛을 찾아내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조미료나 양념의 향이 지나치게 강한 탓이다. 값비싼 참치 뱃살과 그저 흔한 기름치가 미각 세포 내에 동일한 맛으로...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9_ 2회 연속 태권도 올림픽 심판 김송철씨
“한류”(Hallyu)라는 단어가 사전에 올라오기 훨씬 전에도, 세계는 이미 한국의 대표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태권도다. 세계 태권도연맹에 가입한 나라는 현재까지 총...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8_박은숙 해오름 한국문화학교 교장
캐나다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0여년 전 어느 날이었다. 전혀 다른 피부색의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와 갑작스레 물었다.“혹시 한국 사람인가요?”리치먼드의 한 쇼핑몰에서 마침...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7_ 연세 가족 음악회 김혜영씨
음악은 문서화가 불가능한 영역에 서 있다. 악보라는 페어퍼가 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음표들의 나열일 뿐, 그 자체로 “소리”와 “즐거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활자로 기록될...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