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고령화 시대, 건강하게 사는 것에 이바지하고 싶어"

박준형 기자 ju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9-10 13:00

환자와의 신뢰 최우선으로 여기는 중의학 침술사 정수산씨
"고령화 시대, 오래 사는만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올해부터 중의학 침술사로 밴쿠버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정수산(30·여)씨는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많은 80~90대 환자들이 거동이 불편하고 몸이 아픈 것을 보고 중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캐나다로 이민 온 정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중의학 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 중의학을 공부하며 각종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최근 코퀴틀람에 있는 마사지 치료원에 침술사로 취업했다. 그는 "침을 놓은 후 바로 효과를 보이거나 1주일이 지나서 증상이 완화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가 침을 놓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환자와의 신뢰다. 신뢰가 쌓여야 환자들이 편안하게 침을 맞을 수 있고 치료 효과도 증대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나를 보고 환자가 오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신뢰가 쌓여야 하는 일"이라며 "신뢰가 쌓이면 환자의 거부감이 없어지고 경직된 몸이 편안해져 치료 효과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는 "이쪽 분야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알아야 할 것이 매우 많다"며 "사람 몸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참고로 치료비 문제로 침술원을 찾는 것을 망설일 필요없다. 저소득 가정의 경우에도 정부 혜택을 통해 10번에 한해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의학 침술사 정수산씨.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언제 이민 왔나?

"고등학교 2학년 때 밴쿠버로 이민 왔다."

늦게 온 편인데 적응하는데 힘들지 않았나?

"갑자기 오게 된 것이라 아무래도 영어가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수능 영어로 공부하다가 막상 이곳에 오니 너무 달랐다. 11학년으로 학교에 들어갔는데 2년동안 영어 공부밖에 안 했던 것 같다. 특히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을 잘 만났다. 그 성생님이 성심성의껏 잘 가르쳐줘서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

중의학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처음에는 SFU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원래 항상 사람 몸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도 했고 그러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이쪽 분야를 선택했다. SFU를 졸업하고 2012년 밴쿠버에 있는 중의학 학교인 ICTCM(International College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of Vancouver)에 입학했다."

중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쪽 분야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대학 다닐 때 병원에서 일하면서 80~90대 환자들을 많이 봤다. 그런데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했다. 그들은 남은 생을 병상에 누워서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고령화 시대인데 오래 사는만큼 아픈 곳도 많아졌다. 인간 수명이 늘어난만큼 오랜 시간 덜 아프고 건강하게 사는 것에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가장 큰 계기였다."

현재 하는 일은 정확히 무엇인가?

"작년과 올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코퀴틀람에 있는 도미넬리 마사지 치료원(Dominelli Massage Therapy & Wellness)에서 침술사로 일을 하고 있다. 한국을 예로 들면 한의원에서 침을 놓는 것이다. 자격증을 따고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침술사 공고가 난 곳에 모두 이메일을 보냈다. 공고가 난 시점이 한참 지난 곳이더라도 무조건 이력서를 보냈다. 지금 일하는 곳도 올해 1월에 공고가 났던 곳이었는데 그동안 사람을 뽑지 못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보고 바로 일하기로 했고 지난 6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굉장히 운이 좋았다."

주로 어떤 환자들이 많나?

"보통 근육통이 많다. 스포츠 관련 부상도 있고 갱년기 증상도 있다. 나이대는 20대 초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보통 한 곳이 아파서 찾지만 진단을 해보면 다른 곳도 아픈 경우가 많다. 환자들이 3~4번 정도 침을 맞은 뒤 몸이 좋아지면 다른 문제가 생겨도 다시 찾는다."

캐나다 환자들의 경우 침을 맞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 않나?

"캐나다가 다양한 민족이 사는 곳이다 보니 침술이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래도 침을 처음 맞을 경우 아프거나 거부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시작한다. 일단 거부감을 없애고 환자와의 신뢰가 쌓이게 한다. 환자와 신뢰가 쌓이면 그 때부터는 편안하게 생각한다. 처음부터 아프게 하면 거부감이 들어서 다음부터는 오지 않으려 한다. 또 몸이 너무 경직돼있으면 아무래도 치료 효과도 줄어들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있게 도와준다."

일을 하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현지인들에게 기(氣)나 혈(血)의 개념을 쉽게 설명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처음부터 기나 혈에 대해 모든 것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너무 한꺼번에 다 얘기하면 혼란스러워한다. 몸을 만지면서 이곳이 안 좋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다 보면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쌓이면서 설명을 늘려 가면 환자들의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 차근차근 설명하면 알아듣는다."

공부를 마친 후 막상 직접 환자들을 상대하니 어떤가?

"지금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사람 몸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내 생각만큼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신경 쓰이고 조바심 날 때도 있다. 그래서 집에 가서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 얼마 전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50~60대가 대부분이었다. 그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에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일이 재밌다. 보통 20분 정도 침을 놓는데 치료 후 바로 효과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면 1주일이 지나서 증상이 완화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

환자와 신뢰 관계를 쌓는 노하우가 있다면?

"지금도 여전히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스몰토크(Small Talk)에 약하다. 환자와 사소한 것까지 대화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약하다. 주로 한국인들이 많이 부족한 부분이다. 그래도 처음 문진을 하면 보통 20~30분씩 대화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증상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습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나를 보고 환자가 오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신뢰가 쌓여야 하는 일이다."

한의학도 공부하나?

"작년 경희대 한의학 병원에 가서 일주일간 실습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이곳은 하루에 보는 환자 수가 많지 않고 위중한 환자도 많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하루에 환자도 수십명을 상대하고 그러면서 임상도 많이 할 수 있어 배우는 입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

중의학을 준비하는 한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매력이 있는 분야다. 이쪽 분야가 굉장히 광범위하다. 알아야 할 것이 매우 많다. 사실 서양의학의 진단법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생물학이나 미생물학 등도 모두 배운다. 또 잠재성이 큰 분야다. 혼자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년이 없는 것도 매력적이다. 젊은 한국인들이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언어의 장벽이 있을 수 있지만 열린 마음을 갖고 접근하면 좋을 것이다."

향후 계획은?

"약을 조제할 수 있는 허벌리스트(Herbalist) 자격증까지 딸 계획이다. 한국은 탕이 대부분이지만 여기는 가루가 대부분이다. 그런 약을 조제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딸 것이다."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6_ 건축사 박경래
한인사회에서는 “1.5세”라는 용어가 있다. 태어난 곳은 한국이지만 캐나다에서 학창 생활의 전부 혹은 일부를 보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에겐 공통의 기억이 있다. 자신의...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5_시인 오석중
시(詩)에 연애를 걸기 시작한 건 열여섯살 때였다. 쓰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래서 썼다. “시 한번 참 잘 쓰네”라는 얘길 듣게 되면 기분이 좋아져서 또 쓰게 됐다. 일상의 깨달음이 시어로...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4 _ 이우석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토피노, 한국과 캐나다의 연결고리”밴쿠버아일랜드가 품은 여러 보석 중에서도 “토피노”는 자연색에 가장 가깝다. 밴쿠버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파도의 높이와 소리를 보고...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3- 고(故)최귀암 장학금 최은선씨
비교를 통해 느껴지는 상대적 우월감 혹은 박탈감은 내겐 늘 경계의 대상이었다. 오직 나만을 들여다보니 내가 가진 수많은 것들이 축복처럼 다가왔고, 그것을 남과 나누는 기쁨을 알게...
“내 성공의 기쁨은 언제나 잠시 뿐이었다”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2
낯선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주최 측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 땅의 소수자, 그 중에서도 장애인이 중심이 되는 대회”다. 다시 말해 사회적 약자, 이른바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게...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1-유캔스케이트 유현아
미리 정해버린 마음속 한계선은 세월과 함께 더욱 선명한 색을 띤다. 확실히 이 선(線) 밖으로의 이탈은 가능성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단 그저 무모한 도전 쯤으로 폄하되곤 한다. 나이가...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0-세번째 영한 시집 <프레이저 강가에서> 출판한 시인 안봉자
옛날엔 그랬다. 좋은 것을 독점하면 뭔가 허전하고 이웃에게 저절로 미안해지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주머니는 늘 비워져 있기 일쑤였지만, 양배추로 만든 김치라도 낯선 땅 밴쿠버에 함께...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9
캐나다에 학문적 기반을 두지 않은 사람을 이곳의 교수 사회는 그닥 반기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낯설 새 이민자에게 좀처럼 취업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어찌 보면...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8-음악가 우수현
행복한 사람을 만났다. 타인의 평가 혹은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대상에 만족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자기 이름 뒤에 따라붙는 직합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7-스티브 한씨
쉽게 달궈지고 또 그만큼 빨리 식어 버리는 양은냄비는 적어도 아닌 듯 보인다. 밴쿠버의 부동산 시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난해의 주택 거래 열기는 확실히 “광기”로 읽힐 정도로...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6-진영란 무궁화 여성회 회장
이민 와서 기뻤던 일을 추억할 때도 혹은 쓰린 경험을 들춰낼 때도 그녀의 웃는 얼굴은 거의 한결 같았다.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않는, 지금 주어진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는 사람만이 가질...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5-냅캐나다 기술 팀장 문두진씨
밴쿠버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땅에서 키워지고 교육받은 1.5세나 2세 역시 높기만 한 취업 문턱 앞에서 한숨을 지을 때가 많다. 좀 더 암울하게 얘기하자면...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4-한국문협 밴쿠버 지부 김해영 회장
한국에서의 삶은,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의 밧줄을 팽팽하게 쥐고 있을 뿐이지 뒤를 돌아볼 겨를”은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성공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거의 한결같아 보였고,...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3-에버그린카이로프랙틱클리닉 박세환 원장
미지의 세계를 앞에 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믿음직한 가이드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려 든다. 운전할 방향을 명확한 어조로 지시하는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낯선 길도 낯설게 다가오지...
서예가 춘강(春江) 서정건의 새해 메시지
그의 하루는 고요하지만 풍족하게 꾸며진다. 아내와의 아침 산책을 거르지 않고, 소박한 식탁에 오를 땅의 선물들을 직접 가꾼다. 고서(古書)를 통해 옛 스승들의 지혜를 더듬는 한편...
"친구가 되려는 마음, 공감하는 마음이 중요", 핫초코로 전하는 따뜻한 손길
"돕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고 친구가 되려는 마음,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매주 토요일이면 밴쿠버 이스트 헤이스팅스가(East Hastings St.)에 젊은...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2- 오유순 이사장
그녀의 인생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남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종교학자이고, 아들 셋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일찌감치 구축해 놓았다. 첫째는...
10년 경력의 전문 피트니스 트레이너 박진근씨
버나비 메트로타운에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굿라이프 피트니스(Goodlife Fitness)에 건장한 체격의 한인이 눈에 띈다. 굿라이프 피트니스 세일즈 매니저 박진근(35)씨다. 한눈에 봐도 몸이...
망치 잡는 것이 즐거운 완벽주의자, 리노베이션 전문가 노성문씨
지난 9일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인 웨스트밴쿠버의 한 주택.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건장한 한인 청년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대부분 20~30대인 이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1-요리 전문가 우애경
그녀의 삶에서 무료한 구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요리 전문가로서 케이터링 사업에도 열심이지만, 그만큼 자원봉사 활동에도 충실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곳 한인사회에서“재능 기부자...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