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동양인 혐오 범죄···UBC 학생들의 생각은?

오경진 인턴기자 lilyoh0607@g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지난 3월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동양인 혐오가 범행 동기로 추정되는 총격이 일어나 한인 여성 4명, 포함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코로나19 창궐 이후 지속되어오던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려놓았고,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는 등 분노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캐나다에서도 지난달 28일 밴쿠버, 켈로나, 토론토 등 캐나다의 여러 지역에서 ‘Asian Canadian Equity Alliance (이하 ACEA)’라는 단체의 주최로 동시다발적인 동양인 혐오 반대 시위가 열렸다. ACEA는 모든 아시아계 캐나다인의 평등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서, 이번 시위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동양인을 향한 차별을 맞서기 위함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의 일상은 이전과 달라진 지 오래다. 지난 2020년은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안전 방침에 적응하기 바빴던 한 해였으며,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점차 좌절시켰다.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소수는 누적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채 분노를 표출했고, 일부는 동양인을 향한 혐오를 내비치며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초래했다.

밴쿠버 경찰서(Vancouver Police Department, VPD)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밴쿠버에서 발생한 동양인 혐오 범죄는 2019년 대비 700% 이상 상승했고, 캐나다 통계청은 약 27%의 캐나다 거주 한인들이 팬데믹 이후 더욱 극심한 인종차별을 체감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산타 오노 UBC 총장(사진 출처=UBC Facebook)

지난 20일, UBC의 산타 오노(Ono) 총장 또한 동양인 인종 차별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계 캐나다인 출신의 오노 총장은 같은 동양인으로서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학교 측은 UBC의 모든 아시아계 일원들을 지지하고 고통에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외에도 그는 캐나다의 오랜 동양인 이민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던 인종차별을 지적했고, 이러한 비극은 캐나다에서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UBC는 오는 6월 동양인 인종차별에 관한 비대면 행사를 계획 중인데, 이 세미나는 캐나다 각지에서 초대된 연설자들과 함께 인종차별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나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날짜와 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는 추후 UBC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27일 저녁, UBC 캠퍼스 내 유니버시티 빌리지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한인 여학생이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신원 불명의 괴한에게 인종차별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한 일이 벌어지며 UBC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애틀랜타 총격사건 이후 발생한 이번 폭행 사건은 동양인을 표적으로 한 폭력과 혐오가 밴쿠버의 한인들에게도 큰 위협임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사건을 접한 한국계 캐나다인들의 관점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BC주는 타 캐나다 주에 비해 한인 이민자들이 많은 편에 속하며, UBC 역시 한인 학생의 비율이 높은 학교다. 이에 따라 최근 발생하는 동양인 혐오 범죄들은 한인 학생 사회 내에서도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한 UBC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한인 이민 1.5세대에 속하는 4학년 학생 3명과 비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서 최근 증가하는 동양인 혐오 범죄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도연(생물학 4학년, 이하 김): 저희 부모님의 안전이 가장 걱정됩니다. 대부분의 현지인이 동양인에 대한 증오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최근 인종 혐오 범죄가 급증한 이후, 길이나 체육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생기곤 해요.

정수진(생물학 4학년, 이하 정): 동양인 혐오 범죄가 크게 알려지기 전부터 미디어를 통해 접해온 만큼, 최근 사건들이 갑작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이런 범죄들이 당연시되거나 익숙해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소셜 미디어의 장점을 이용해 경각심을 높이고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고쳐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명진(사회학 4학년, 이하 조): 두려움, 슬픔, 분노 등이 섞인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동시에, 2021년도에도 아직까지 인종과 문화에 대한 증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끔찍해요.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인류가 동등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함이 안타깝고, 이런 혐오 범죄를 그저 가해자가 ‘재수 없는 날(bad day)’을 보냈다고 간주하지 않는 날까지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뒤따를지 두렵기도 합니다.

Q. 현재 BC에서 동양인 혐오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다고 보시나요?

김: BC 내의 정확한 통계 수치는 잘 모르지만, 동양인 혐오가 오직 미국 내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 친구, 가족을 잃어 상실감이 크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동양인 사회도 똑같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과, 코로나19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모든 동양인 사회에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조: 밴쿠버에서 동양인 혐오 범죄가 700% 이상 증가했다는 자료를 보면, BC 내에서의 동양인 혐오는 심각한 수준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 UBC 김도연 학생(왼쪽)과 조명진 학생

Q. 본인 혹은 주변인이 인종 혐오 범죄를 겪은 경험이 있나요?

김: 저는 인종 차별을 겪은 경험이 없지만, 동양인을 향한 혐오 범죄는 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공공장소에 있을 때 특히 조심하는 편입니다.

정: 동양인 혐오 범죄가 신체적 폭력에 국한되지 않고 미디어, 대화나 작은 행동을 통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와 제 주변인들도 의식하지 못했어도 한 번쯤은 겪었을 문제라고 생각해요.

조: 슬프게도,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항상 감정을 숨기고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이 제 인종을 이유 삼아 저를 비판하는 것 또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제 자신을 설득하곤 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동양인 사회의 많은 사람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부당함을 느끼는 것이 슬퍼요.

Q. 인종 차별에 관한 UBC의 대응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최근 급증하는 동양인 혐오 사건들에 관해 기억에 남는 대응이 없었던 만큼 UBC의 대응이 충분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흑인 혐오 규탄 시위가 큰 파장을 일으켰을 때는 학교 측에서 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학생들에게 보냈지만, 이번 동양인 혐오 규탄 시위 당시에는 아무런 이메일을 받지 못했어요.

정: 학교 차원에서 앞으로도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UBC에서 주최하는 행사, 제공하는 프로그램 등 학생들이 이런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홍보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 학교의 인종차별에 대한 대응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과 학생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사건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UBC 측에서 조금 더 직접적이고 활발한 노력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Q. UBC가 하나의 단체로서, 혹은 UBC 학생으로서 인종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 오직 하나의 민족 사회를 위한 동아리보다는, 학교 내의 모든 동양인 사회를 단합시킬 수 있는 동아리에 들어갈 의향이 있어요. 또한, UBC 측에서 인종 차별 문제를 인지하고 학생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행사를 주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조: 학생으로서 수업 중 토론에 참여하거나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이 시기에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인해 더 큰 불안감을 느낄 우리 부모님 세대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UBC가 인종차별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하나의 단체로서 기부 활동을 하는 것 또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학생이 UBC의 모든 한인 학생들을 대변하지는 못하지만, 최근 급증하는 동양인 혐오 범죄로 인해 느끼는 두려움에 비해 UBC의 대응은 기대 이하라는 의견이 공통적이었다. 학생들의 의견들이 제시하듯,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혐오 범죄는 세계의 많은 동양인 인구를 두려움에 몰아넣고 있다. 또 다른 무고한 희생을 낳기 전에 캐나다와 BC 주정부, 그리고 UBC는 이를 막기 위한 해결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UBC K.I.S.S. 10.5기 하늬바람 학생기자단

오경진 인턴기자 lilyoh06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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