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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동일이의 초콜릿’이 가져다 준 여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16 00:00

나는 현재 다운타운 랍슨에 위치한 한 멕시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멕시코 음식점이 생겨난 지 얼마 안 돼서이기도 하고, 맛도 그럭저럭 괜찮아서 점심 시간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곤 한다. 멕시코 음식점이니만큼 손님 대부분은 멕시코인을 포함한 남미 계통의 사람들이거나 캐네디언이다. 가끔 한국인, 중국인 그리고 일본인 등 아시아인들도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한국인 손님들에게 그다지 살갑지 않게 대해온 듯하다. 바쁜 시간에 와서 다른 손님들의 시간을 지체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요, 남미 사람들처럼 유난히 시끄럽게 구는 것은 더더욱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시큰둥하게 대해왔던 것 같다. 한눈에 봐도 한국인이고, 멕시코 음식점은 처음인데다 영어로 주문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텐데도 굳이 한국인이냐고 묻는 것이 귀찮다. 그래서 한국어 대신 그냥 영어를 한다. 나 역시 훌륭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님에도, 느릿느릿한 그들의 영어가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렇듯 구차한 변명으로 나를 합리화하고 나는 금세 중국 음식점 직원들이 자기나라 손님들을 대하는 얼굴이 된다. 한마디로, ‘캐네디언에게는 미소로,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는 무표정을’이다. 매번 중국 음식점에 갈 때마다 자기네 나라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중국인 직원들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웃음으로 대하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쌀쌀맞게만 대해왔던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 푸대접을 하고 나면 내 마음은 못내 편치 않다. 아마 이곳에서 내가 한국인을 이런 태도로 대하게 된 것은 내가 한 한인 커뮤니티 웹사이트를 방문한 이후였던 것 같다. 그 웹사이트에는 이민자들과 유학생들 사이에 서로 비방하고 헐뜯는 글들뿐이었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일제히 외치던 기쁨의 기억들이 참으로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어학연수를 온 학생들 사이도 못마땅하기는 그지 없다. 가벼운 미소로 서로 웃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서로 냉대다.

이렇듯 다소 회의적이기만 했던 나를 그나마 미소짓게 했던 것이 ‘동일이 초콜릿’이다. VCC에서 제빵제과 프로그램을 공부 중이던 박동일이라는 친구는 나와 같이 일하는 멕시코인의 친구여서 알게 됐다.  웃는 낯은 아니지만 그가 가끔 와서 음식을 먹거나 시험 그리고 일상 생활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누고 가는 정도다. 그러던 며칠 전, 초콜릿 생산지로 견학을 다녀왔다면서 동일이는 내게 초콜릿을 주고 갔다. 대화를 많이 나눠본 것도 아닌데 그래도 한국인 누나랍시고 알콩달콩한 초콜릿들을 건네주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밴쿠버에 있는 한인들이 사실은 이렇게 서로에게 좀 더 따뜻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이곳이 좋으냐고 물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여유가 있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누구보다 정(情)을 나눠주고 감싸 안아줘야 할 서로에게 미소 한번 지어줄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못내 아쉽다. 또한 우리가 서로를 ‘대접’할 때라야 비로소 캐네디언을 비롯한 다른 나라 사람들 또한 우리를 정당히 ‘대접’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염미 학생기자(심리학과 3년) nunga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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