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신오쿠보 뜨고, 하라주쿠 지고··· 한류가 바꾼 日번화가

도쿄=최원국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9-03 15:26

지난달 26일 오후 도쿄 하라주쿠 지역. ‘도쿄의 유행이 시작하는 거리’라고 불렸던 이곳에서 10대와 20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전철 야마노테선(線) 하라주쿠 전철역 다케시타 출구를 나와 약 350m를 걷는 동안 거리 양쪽에 늘어선 가게 중 여러 곳의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 초입에 있는 옷 가게 2곳부터 셔터가 내려가 있었고, 50m쯤 더 가니 나란히 붙어 있는 3층 건물 두 채가 통째로 비어 있었다. 텅 빈 가게 유리창에는 ‘임차인 모집’ ‘단기 임대도 상담 가능’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건너편에 있던 중고 의류, 기념품 가게 역시 3곳 모두 영업하지 않았다. 거리 전체에 비어있는 가게가 약 20여 곳에 달했다. 이곳에 있던 스타벅스마저 지난 5월 24년 만에 폐업했다.

북적이는 신오쿠보… 한산한 하라주쿠 - 2일 오후 일본 도쿄 최대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 거리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곳곳에 한글 간판이 걸렸고, 한국 화장품과 옷 가게에는 일본 여고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위 사진). 반면 지난달 26일 찾은 도쿄 하라주쿠 거리는‘패션과 젊은이의 거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문 닫은 매장이 이어지며 텅 비어 있었다(아래 사진). 최근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영향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하라주쿠에서 신오쿠보로 옮겨졌다는 분석이다. /최원국 특파원
북적이는 신오쿠보… 한산한 하라주쿠 - 2일 오후 일본 도쿄 최대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 거리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곳곳에 한글 간판이 걸렸고, 한국 화장품과 옷 가게에는 일본 여고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위 사진). 반면 지난달 26일 찾은 도쿄 하라주쿠 거리는‘패션과 젊은이의 거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문 닫은 매장이 이어지며 텅 비어 있었다(아래 사진). 최근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영향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하라주쿠에서 신오쿠보로 옮겨졌다는 분석이다. /최원국 특파원

잠시 후 이곳에서 전철을 타고 3정거장을 더 가서 내린 신오쿠보 지역은 완전 별천지였다. 도쿄 최대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는 전철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인도에서 떠밀려 차도로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와플과 닭강정, 호떡, 꽈배기 등 길거리 음식을 들고 ‘인증 샷’을 찍기 바빴다. 한국 화장품 가게에는 교복을 입은 일본 여고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한국 코디’ ‘한국 패션’ 등이 적힌 의류점은 일본인뿐 아니라 서양인, 흑인 등 외국인도 많았다. 신오쿠보 일대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봐도 빈 가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오쿠보 부동산 직원은 “가게 자리가 하나 나오면 즉각 10여 명 이상이 문의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일본 열도를 강타한 한류가 도쿄 최대 번화가 두 곳의 희비를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다. ‘패션과 젊은이의 거리’ ‘가와이(귀여운)라는 단어를 세계에 알린 곳’ 등 일본 젊은이들로부터 사랑받던 하라주쿠는 쇠퇴하고 한인 타운이었던 신오쿠보는 유행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K팝 등의 영향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하라주쿠에서 신오쿠보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하라주쿠는 1970년대 후반부터 유행에 민감한 일본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였다. 지난 50년 가까이 이곳은 일본 젊음과 패션의 상징이자 심장이었다. 하라주쿠에 모이는 일본 젊은이들은 화려한 옷차림과 독특한 화장이 특징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본 연예인들이 하라주쿠에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약 50여 곳에 달했다. 이후 하라주쿠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불리며 도쿄는 물론 일본 전역의 유행을 선도했다. 일본 고등학생의 대표적인 수학 여행지였고 도쿄를 방문한 관광객이 찾는 필수 여행지였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소형 점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류가 일본 사회를 휩쓸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패션 전문지 WWD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을 위한 캐주얼한 점포가 많을수록 공실이 심각해 메이지 거리는 7.2%, 다케시타 거리는 14.2%, 오모테산도 인근의 캣 스트리트 북쪽은 26.1%까지 빈 점포가 늘었다.

반면 2019년 말부터 ‘사랑의 불시착’ ‘오징어 게임’ ‘이태원 클라쓰’등 한국 드라마와 K팝 가수들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젊은이들이 신오쿠보로 모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주로 한인 교포나 일부 일본인들이 찾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도쿄의 최대 번화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는 불과 2~3년 사이에 발생했다. 지난 2018년 일본 걸즈트렌드연구소가 여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거리, 가고 싶은 거리’로 하라주쿠가 41.7%를 차지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신오쿠보는 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말 일본 마케팅 업체 ‘소레나’가 실시한 조사에선 시부야(16.8%) 다음으로 신오쿠보(16.2%)가 2위에 올랐다. 하라주쿠는 3위에 머물렀다. 소레나는 “신오쿠보가 여고생들에게 수십년 동안 절대적인 인기를 끌던 하라주쿠를 능가했다”며 “길거리 음식, 화장품, 패션 등이 일본 젊은이들의 소셜네트워크 감성과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신오쿠보 지역의 한국 점포는 634곳으로 조사됐다. 2017년 당시 396곳에서 5년 만에 약 60%가 늘었다. 상인연합회 측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점포 수가 증가하면서 번화가가 확장됐다”며 “신오쿠보에서 인기를 확인한 후 일본 전국으로 직접 진출하는 매장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동양경제는 “신오쿠보가 새로운 문화 발신지가 되고 있다”며 “젊은 여성뿐 아니라 폭넓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미국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60대 한인 남성이 흑인 강도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CCTV에 포착된 모습으로 용의자를 특정해 체포하고 아시아인을 노린 증오 범죄인지를 수사하고 있다.30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군에 입대해 참전했던 영국인 남성이 러시아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당시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고 증언했다.24일(현지 시각) 영국 더선은 최근 러시아군에게서 풀려난 에이든 아슬린(28)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아슬린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러시아 군인들에게 신변 안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며 항복을 촉구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심야 연설에서 “항복한 러시아군에게 세 가지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는 “모든 국제조약을...
호날두가 휴대전화를 든 팬의 손을 내려치는 모습. /트위터패배 직후 상대팀 소년 팬의 휴대전화를 내팽개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징계를 받을 전망이다.23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FA는 지난 4월...
14년 8개월만 최고치··· 연말 4% 넘을 전망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방기금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3회 연속 단행했다.연준은 21일 오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현재 2.25~2.50%인...
매튜 비어드가 발견한 아들 손등의 낙서. /@mattbeard02 트위터고교생 아들 손등에 그려진 의문의 낙서가 학교폭력 흔적임을 알아챈 아버지의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영국 런던에서 전해진...
일본 가고시마현에 불어닥친 거센 돌풍에 나무가 반쯤 누운 채 버티고 있다. /트위터제14호 태풍 ‘난마돌’(NANMADOL)이 18일 오후 일본 열도에 상륙하면서 벌써 크고 작은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거센 강풍과 비바람을 경험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영상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4일(현지 시각) “아직 코로나 대유행을 끝낼 만한 상황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거브러여수스...
3연속 ‘자이언트스텝’ 확실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8.3%를 기록했다고 13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했다. 지난 6월(9.1%)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8.5%)에 이어 두 달 연속...
8일(현지시각) 아일랜드 더블린 탈르흐트 경기장 관중들이 “여왕이 죽었다”(Lizzy's in the box, in the box!)고 외치고 있다./트위터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8일(현지시각) 세상을 떠난지 사흘이 지났지만 전세계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이런 가운데...
“런던 브릿지가 무너졌다(London bridge is down)”영국 왕실과 정부가 여왕의 사망을 알릴 때 쓰는 코드명이다. 8일(현지 시각)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가 공식 발표되면서, 후속 장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96·본명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윈저)이 8일 오후(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 영국 왕실은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밸모럴성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바쁜 일정’ 이유로 참석 안해 일부 참배객 “러시아 정치적 자유 후퇴” 성토
지난달 30일 숨진 미하일 고르바초프(91)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장례식에 러시아 국민 수천 명이 몰려 그를 추모했다고 3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 매체들이 보도했다. 장례식장인 모스크바의 ‘돔 소유조프’ 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이 모였고, 공식...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납치된 엘리자 플레처(34)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모습. /멤피스 경찰 트위터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의 여교사가 조깅을 하던 중 납치됐다. 이후 여성이 억만장자의 상속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3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22'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톈웨이 화웨이 유럽총괄 사장./화웨이“(미국의 제재로 인한) 위기는 오히려 화웨이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3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IFA(유럽 가전 전시회)에서 만난 톈웨이(William Tian)...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집단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논란이 커지자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트위터1일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시르주 카미스 무샤트의 한...
지난달 26일 오후 도쿄 하라주쿠 지역. ‘도쿄의 유행이 시작하는 거리’라고 불렸던 이곳에서 10대와 20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전철 야마노테선(線) 하라주쿠 전철역 다케시타...
LA·뮌헨 이어 세 번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여객기가 이동하는 공항 계류장에 여객기를 탈 수 있는 ‘미니 터미널’을 만들어 올 하반기부터 운영한다. 기존 여객터미널과 떨어져 섬처럼 존재하는 ‘원격 탑승...
뉴질랜드 경찰이 오클랜드 창고 내 여행 가방 안에서 발견된 어린이 시신 2구에 대한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어머니는 2018년 한국으로 출국했고 아버지는 이보다 1년 전에 암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27일(현지시각) 경찰 수사...
코로나 바이러스와 원숭이두창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인도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27일(현지 시각) 민트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초부터 인도 남부와 동부에서 어린이를 중심으로 ‘토마토 독감(Tomato Flu)’이라고 불리는...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