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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어린이집 학대로 아이 잃은 베트남 부부 “한국서 꿈 이루려 했는데” 오열

서보범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3-26 11:25

지난 24일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정재) 심리로 열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김모씨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이 당시 김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어린이집 내부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법정에는 작년 11월 숨진 천동민 군의 부모와 약 40여명의 베트남인이 참석했다. 한 방청객은 “아이 부모와 아는 사이가 아닌데도 너무 화가 나서 재판에 참석했다”고 했다. 검찰이 공개한 어린이집 내부 영상에는 사건 당일 파란색 상하의를 입고 어린이집 거실을 기어 다니는 9개월 아기 동민 군의 모습이 담겼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어린이집 원장 김씨는 영상이 재생되자 바닥에 주저앉으며 크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일하는 천안동(33)씨와 아들 동민군이 작년 8월 천안동씨의 생일을 맞아 행복한 한 때를 보냈던 모습. 원래 32살이라고 표시하는 초를 켰지만, 아내가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아 농담을 하면서 23살 처럼 초를 바꿔 끼웠다고 한다. 동민군은 이 사진을 찍은 후 3개월 뒤인 작년 11월 어린이집을 갔다가 숨졌다. /천안동씨 제공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일하는 천안동(33)씨와 아들 동민군이 작년 8월 천안동씨의 생일을 맞아 행복한 한 때를 보냈던 모습. 원래 32살이라고 표시하는 초를 켰지만, 아내가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아 농담을 하면서 23살 처럼 초를 바꿔 끼웠다고 한다. 동민군은 이 사진을 찍은 후 3개월 뒤인 작년 11월 어린이집을 갔다가 숨졌다. /천안동씨 제공

영상에는 김씨가 동민 군의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씌우고, 그 위로 베개와 방석 등을 얹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증인으로 참석한 보육교사 A씨는 “낮잠 시간인데 아이가 잠에 들지 않아 원장님께서 이불을 뒤집어 씌운 것 같다”고 했다. 이후에도 동민 군이 계속해서 움직이자 김씨는 얹어져 있던 베개 위에 엎드린 자세로 올라타 체중을 실어 누르기 시작했다. 해당 장면이 나오자 방청석 곳곳에서 탄식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 동민 군은 질식해 사망한 채 3시간동안 이불 속에 방치됐다.

아동학대 일러스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조선DB
아동학대 일러스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조선DB

경기 화성시에 사는 동민 군의 아버지 천안동(33)씨는 일자리를 찾아 2011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근처 공장에서 용접, 프레스 작업, 조립 등의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다. 2018년 베트남을 찾아 당시 여자친구였던 보티늉(25)씨와 결혼한 뒤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다. 결혼 4년만인 2022년 3월 아들 동민 군을 낳았다. 부부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베트남 국적을 갖고 있지만, 아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에서 많이 쓰는 ‘동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혼인 신고 후 4년 동안이나 손주를 보지 못했던 양가 부모님은 매일 전화를 걸어와 손자의 옹알이 소리를 들려달라 했고, 시도 때도 없이 사진 속 손자의 얼굴을 보면서 화면을 어루만졌다고 한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천씨는 공장 일로 앓게 된 허리 디스크로 수술을 하는 바람에 당분간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됐다. 이에 남편을 대신해 아내 보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된 부부는 잠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천씨는 9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맡기기가 걱정됐지만, 어린이집 교사를 꿈꾸고 있던 아내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다 좋다, 보내도 된다”며 남편을 설득했다.

천씨에 따르면 아들 동민 군은 낯을 가리지 않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방긋방긋 웃었다고 한다. 아이를 등록시키기 위해 찾아간 어린이집에서 만난 원장 김씨도 웃는 동민 군을 보며 “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아이를 빨리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3일 첫 등원을 한 동민 군은 불과 일주일만인 11월 10일 사망했다.

이날 법정에서 유족 측 변호인 김신철 변호사는 재판부에 “피고인은 계속해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으나 잘못에 대한 사죄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임에도 단 한 차례도 찾아오거나 전화도 없었다”며 “이는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어머니 보티늉씨는 적어 온 편지를 서툰 한국말로 읽어 내려갔다. 그는 “그토록 좋아했던 한국에 와서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살았는데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죽을만큼 괴롭다”며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없이 고의성이 없었다는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고 했다. 그는 편지를 읽은 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동민군이 엄마 보티늉(25)씨 품에 안겨 있는 모습./천안동씨 제공
동민군이 엄마 보티늉(25)씨 품에 안겨 있는 모습./천안동씨 제공


검찰은 “이불을 덮는 것만으로도 이불 속 열기로 인해 아이는 힘이 드는데, 어른의 체중으로 아이를 누른 것은 학대 행위로 충분히 인정된다”며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어 피고가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니 징역 30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1심 선고는 다음달 20일이다.

현재 천안동씨 부부는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의 사망 소식만을 전했다. 천안동씨는 “어머니 심장이 좋지 않아서, 아들이 넘어지는 사고로 사망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학대로 인해 사망했다는 말씀은 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이를 이불로 덮고 베개로 눌러 숨을 못쉬게 했는데도 고의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그때 아이를 보냈던 것이 정말 후회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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