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쯤 강원 인제군 신남선착장. 인제에서 춘천까지 흘러내리는 소양강 상류에 있는 이 선착장은 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파는 어민들이 배를 띄우는 곳이다. 평상시 이 선착장에서 강 건너편까지 소양강의 폭은 800m 안팎이다. 하지만 이날 강폭은 100~200m로 줄어 있었다. 평상시 강물로 출렁였던 곳들은 쩍쩍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갈라진 틈 사이로 손가락 3개가 들어갈 정도였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강에 뒀던 통발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김춘수 인제소양호 어촌계장은 “올 초부터 비가 거의 오지 않다시피 해 3월부터 하루에 한 뼘 가까이 강 수위가 낮아지더니 6월 들어 이 지경이 됐다”며 “강에 의지해 살았던 주변 마을 사람들이 먹고살 걱정이 크다”고 했다.
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길어지며 전국 곳곳에서 농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일까지 올해 전국 누적 강수량은 196.2㎜로, 평년의 57% 수준에 그쳤다. 최근 1개월간의 강수량이 평년의 2.5%(충남 서산시), 13.2%(경남 거창군)에 불과한 곳도 있다. 이날 찾아간 인제군은 최근 한 달 강수량이 47㎜로 평년의 절반 수준이다.
이날 오후 5시쯤 신남선착장에서 10㎞쯤 떨어진 상수내리 선착장. 어선 4척이 선착장으로 돌아왔지만 어부들이 배에서 내리는 건 물고기가 아닌 쓰레기였다. 강물이 말라 어획량이 작년의 20~30%로 줄어든 반면, 물속에 있던 쓰레기가 대량으로 드러나 어부들이 쓰레기 줍기를 했다고 한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텐트·비닐은 물론 공사장에서 버린 철근 등 100L들이 자루 12개가 가득 찼다. 김영인 어촌계장은 “원래 강물 깊이가 20m에 달했던 곳이 지금은 7~8m에 불과한 경우도 있더라”고 했다.
인제군에서 민물고기 판매장을 운영하는 35년 경력의 어부 한기숙(66)씨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붕어·잉어를 하루에 200㎏씩 건져 올리곤 했는데 최근 어획량은 50㎏ 정도”라며 “월 매출도 덩달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강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자, 차를 타고 12㎞쯤 떨어진 강 하류 지역에 가서 어업을 하고 있다. 한씨는 “상류보다는 그나마 물이 더 많아서 하류로 가보고 있지만, 이곳 수위도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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