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란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쏟아지는 모시빛의 햇살아래
너는 눈이 부시게도 빛나고 있었지.
누군가를 향한 너의 기다림은
하얀 여백이 되어가고 있었고
지울 수 없는 명징한 약속은
까만 상흔이 되어 나부끼고 있었어.
고결하게 새겨진 너의 이름은
성실한 애달픔을 묵묵히 지우며
무심한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지.
하얗게 사무치는 천년의 침묵은
한겹 두겹 수피를 벗겨 내었고,
영혼을 향한 순백의 기도로 다시 태어났었어.
빛과 어둠은 자리를 바꾸어 나갔지만
너의 가녀린 뿌리는 한결같이 지켜내며
옅은 호흡을 정갈하게도 뱉어내었지
빈약한 줄기는 고요의 시간이 살찌웠고,
대지를 딛고 일어선 너의 이름은
하늘을 향한 연녹빛 잎사귀가 되었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영겁의 인연이 허락한 일이었기에
쏟아지는 별빛들은 너의 길을 축복하였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은
삶을 견뎌내게 하였기에
너의 껍질은 단단한 운명이 되었지.
서녘길 흩어지는 노을 속에
너의 그림자도 흐려지고 있었지만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빛 한줌을 따
너와 나 사이에 걸어두었어
너의 기다림을 축원 드렸지
기다림은 낮과 밤이 주는 고귀한 선물이었어.
너의 여린 잎에 이름 석자를 적으며,
하얀 줄기 아래 나는 잠이 들었어
기다림은 약속이라는 언어에
맑은 눈물을 흩뿌리는 일이었지.
너와내가 디딘곳은 마를 날이 없었어
한 순간도 마를 날이 없었지
단 한순간도 말이야.
*자작나무 꽃말: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봉란 님 사진을 교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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