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그는 거물이야 하늘과 바다를 합방시키고 밤과 낮의 경계를 허물지 사람이 만든 구획을 지우고
신의 업적조차 무화시켜 버려 논둑이며 밭고랑을 후루룩 삼키고 강물을 통째로 들이마시는 그는
미처 씹지 못한 봉우리 하나 허공에 둥실 뱉어 놓기도 해
그는 고단수야 숨소리도 없이 진군해 와서 오랏줄도 없이 포박해 버리거든 품어 안는 척 발을 묶는
사랑법이 내가 알던 누구와 기막히게 닮았어 겹겹이 진을 치고 포위해보아도 끝내 네 안으로 스밀
수는 없었다고 발목을 꺾고 허리를 분질러도 영혼까지 결박할 순 없을 것 같다고 젖은 어깨
일렁이던 그가 떠났어 떠난 후에야 나는 알았지 사라져주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을 안개 속 같다는
말 함부로 하지마 들여다볼수록 환하고 맑아
노숙하는 별들과 다친 새를 품어 안고 고단한 도시가 새벽잠이 들 수 있게 도포자락 둘러 잠포록이
감싸주던 품 넓은 사내 하나 종적 없이 사라졌어 슬프지도 않게 말갛게 지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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