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오십, 인생 예찬 50년

정재욱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8-14 12:35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조정래 작가의 “홀로 쓰고 함께 살다”와 나태주 시인의 “봄이다. 살아보자” 이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는 조정래 작가가 문단 50년을 기념하여 독자와의 대화를 쓴 책이고, “봄이다 살아보자”는 시인 세월 50년을 살며 적은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이다. 두 권 모두 소설가와 시인으로 50년 간 문인으로 살아오면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서술한 공통점이 있다. 50년을 꾸준히 작가로서 한 길을 걸어왔다는 것과 오직 독자를 생각하며 많은 작품들을 냈으며, 지금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오십, 50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묘한 느낌이 있다. 특히 햇수로 50년이라고 칭하면, 긴 시간이면서,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가 50주년을 맞이했다고 하면, 그 회사가 걸어온 역사와 전통이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들고, 결혼 50주년은 “금혼식”이라고 한다. 50년을 함께 해 온 부부로서 서로를 금과 같이 귀하게 여기며 살아온 삶을 축하한다. 나이 50세를 이르는 말로는 공자가 말씀하신 ‘지천명 (知天命)’이 있다. 지천명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알게 되는 나이다.

  앞서 얘기했던 조정래 작가와 나태주 시인의 문단 50년의 삶을 보며, 내가 50년 넘게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참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 온 것 같고, 밴쿠버에 정착하며 산 지도 내 인생의 반을 차지하고, 아이들도 성년으로 다 커서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다. 크게 문제 없이 무난하게 살아왔고, 하늘의 이치를 아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삶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삶의 의미를 조금 더 깨달아 간다는 느낌이 든다. 주름살과 흰머리와 노안이 자연스러워지고, 옛날 과거의 이야기들을 추억을 되새기며 자주 얘기를 하게 되고, 성격이나 사람들과의 관계도 모나지 않게 점점 무디어져 간다. 건강에 신경 쓰고, 건강을 염려하는 나이가 되었고, 모임이나 단체에서는 막내가 아닌 한 발자국 물러선 선배의 위치가 되었다. 젊은 세대들에겐 우스갯소리로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라떼로 말하는 꼰대로 보일 수 있기도 하겠지만, 익어가고 영글어 가는 과일처럼 인생에 있어서는 좀 더 성숙해가는 시기인 것 같다.
  새로운 일을 하거나 도전하는 데 망설일 경우가 많다. 처음 사이버 대학에 등록할 당시에도 지금 시작해서 끝낼 수가 있을까,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공부는 무슨 공부야 등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이제 졸업을 한 학기 만을 남겨두고 있다. 주위에선 이제 공부는 그만 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한다.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배움의 기쁨도 있다. 새롭게 도전하고, 이루어 가는 단계를 즐기는 지도 모른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을 해 본다. 여행도 하고, 체력을 위한 운동을 하고, 봉사 활동과 정원 가꾸기 등 여전히 이것 저것 일을 많은 것들을 도전할 것이다.

  100년의 인생을 보면 50이라는 숫자는 인생의 절반이고, 전환점이다. 연극으로 이야기하면, 인생 2막을 새로운 장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남은 인생의 시간들을 이제 일상의 모든 순간을 행복으로 채우고, 인생의 즐거움과 새로운 전성기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조정래 작가의 “홀로 쓰고 함께 살다”와 나태주 시인의 “봄이다. 살아보자” 이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는 조정래 작가가 문단 50년을 기념하여 독자와의 대화를 쓴 책이고, “봄이다 살아보자”는 시인 세월 50년을 살며 적은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이다. 두 권 모두 소설가와 시인으로 50년 간 문인으로 살아오면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서술한 공통점이 있다. 50년을 꾸준히 작가로서 한 길을...
정재욱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많은 이별과 작별을 하게 된다. 일시적으로 떨어진 이별이 있는가 하면, 영원한 이별의 아픔과 함께 한 작별도 있다. 김영하의 소설 ‘작별 인사’를 읽고 나서, 함께 했던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대해 많은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최근에 가까운 사람들을 멀리 떠나 보내면서, 그 분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을 되새기고, 추억을 돌아보고, 작별의 의미를 생각했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정재욱
모방과 표절 2022.08.03 (수)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던 말이다. 나쁜 의미에서의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예술적인 작업이 창작이 아닌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자연을 바탕으로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창작이 아닌 자연에 대한 모방으로 보았던 것이다. 실질적으로도 자연을 바라보면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고,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정재욱
퇴근 해서 집으로 향해 가는 버스를 기다릴 때였다. 한국에서 전화가 왔었다는 여러 개의 카톡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왠지 불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바로 큰 형님께 전화를 했다.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고 격리 병원시설로 옮기신 후에 별 이상이 없으셔서 일반 병실로 이동하실 거라고 했었다. 이제까지 심장 수술과 혈전 제게 수술등 여러번 위험한 고비를 넘기신 터라 걱정도 많이 했고, 제발 이번 위기도 꼭 이겨냈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정재욱
한여름날의 정원 2021.08.09 (월)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지난 달 열 돔 현상으로 이곳 밴쿠버 날씨가 사상 최고로 45도 이상의 폭염을 기록했다. 에어컨이 있는 곳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늘이 있는 곳에서도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밤에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국으로부터 더운 날씨에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 전화에 내 생애에 이런 더위는 처음이었고, 밴쿠버가 예년 날씨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폭염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
정재욱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힘들게 보낸 한 해였다. 사람들은 2020년을 최악의 한 해였다고 했다. 코로나가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만약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수없이 많은 가정을 해보기도 했다.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러한 가정은 내 삶 안에서도 일어난다. 우리는 늘 선택의 순간에서...
정재욱
마스크 2020.09.14 (월)
“손님 27명 감염, 직원은 멀쩡, 파주 스타벅스 미스터리”지난 달 한국 신문에 났던 기사제목이다. 파주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1 명의 코로나감염자로 인해 방문자 27명이 코로나에 걸린 내용의 기사였다. 충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했지만 불과 2시간여만에 많은 확진자가 속출했다. 손님들이 대부분 음료를 마시는 동안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환기가 되지 않았으며, 에어컨 바람에 의한 비말 확산이 감염원인이었다. 외국 언론들도 비중...
정재욱
집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에서 장본 물건들을 내리는 중이었다. 같은 타운하우스에 새로 이사 온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 “코로나를 운반 하시네요.”무슨 말인가 싶어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얼굴에 파란색의 일회용 의료 마스크를 하고,손에는 검은색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장바구니로 ‘코로나’라고 영문 철자 로고가 적혀있는 파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지난 번 코로나 맥주 한 박스를 사면서 사은품으로받은...
정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