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우리 아이들의 결혼과 출산

김선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3-28 09:33

김선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우리 아이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다 보니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이 나의 큰 관심사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을 기록했다고 발표되면서 국가적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결혼과 출산 문제이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의 수로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결혼율 하락과 저출산에 대한 원인과 대책들이 국가 중심 현안으로 거론되고 노동 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한 경제 활력 둔화와 국가 소멸을 예측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2005년 저출산 관련 법이 제정된 후 정부에서는 출생율을 올리기 위해 여러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기만 한다. 저 출생 위기를 겪은 스웨덴이나 독일 등이 정책적 노력으로 출산율이 반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결혼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 사이에 격차가 큰 것은 당연하고 내가 젊었을 땐 당연히 생각하지 못했던 현상이 나타난다. 결혼이 늦어지고 아예 기피 하기도 하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부부가 점점 늘고 있는 현상을 보며 사람의 생각이 시대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른이 되도록 키워 놓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룰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졌다. 그것이 유별난 것도 아니고 모자란 생각도 아닌 시절이었다. 최근 사회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고 혁신적이어서 나이 든 사람들이 적응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새로 성장한 젊은 세대들도 적응하기가 결코 수월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인생의 목표가 추상적이었다. 물론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직업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생계를 위한 것이었고 실제 인생의 목표는 훌륭하고 독립적인 인간이라는 추상적인 목표가 더 우위에 있었다. 그 시절의 성공이라는 것도 대학을 나와 의사, 변호사 등 ‘사’자 직업을 갖는 것이기는 했지만 암묵적으로 보다 포괄적인 부분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요즘은 더 명확하게 성공을 지시한다. 성공은 서울 내의 대학을 나와 억대 연봉을 받으며 한강 뷰 아파트에서 사는 삶이라고 아주 좁게 정의 내려 버린다. 그 이외의 삶에 대한 가치를 사회가 더 이상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좁은 범위 이외의 삶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다른 삶은 배워본 적이 없는 세대들은 행복을 찾기 위해 빛 하나 없는 곳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휘게’나 ‘욜로’ 등 북유럽에서 온 행복 용어가 유행이 되고, 파이어족 같은 일찍 은퇴한 삶에 대한 동경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현실 도피적인 것으로, 젊은 부부들이 여유는커녕 빠듯하게 살기도 쉽지 않다. 집값은 고공 행진이고 교육에 드는 비용이나 노력 또한 녹록치 않기에 내집 마련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대학 다닐 때도 아이는 내 인생의 계획에서 그다지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공부를 마치고 직업을 갖고 인정 받는 사회인이 되는 것만이 목표였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이러한 단순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배우고 깨달아 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에게 가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이를 키우는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몰라서 그런 것이기보다 현실이 가르치는 냉엄함이 크게 와 닿기 때문이다. 성공의 길이 좁을수록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요즘 여성들은 직업 적 성취를 중요시한다. 여성 자신의 사회적 성취에 대한 인식 문제에서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중요하다. 중산층으로 살기 위해서는 남성만 경제 활동을 해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이 경제 활동에서 낙오되지 않으면서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출생율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 평등의 관점에서 문제 해결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이 간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경제 활동을 하고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사회적 제도와 인식의 전환이 낮은 출생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의 결혼과 출산 문제에 대해 나도 생각을 많이 바꾸게 되는 요즘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우리 아이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다 보니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이 나의 큰 관심사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을 기록했다고 발표되면서 국가적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결혼과 출산 문제이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의 수로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결혼율 하락과 저출산에 대한 원인과 대책들이 국가 중심...
김선희
위로 2023.01.05 (목)
 12월이 되면서 수선화 싹이 나왔다. 평평하던 땅이 소복하게 들려 있는 곳은 수선화 싹이 나온 곳이다. 낙엽을 헤치면 아직은 얼마 나오지 않아 세모꼴인 잎들이 무리 지어 솟아나고 있다. 크리스마스 로즈는 11월부터 줄기 분얼이 활발해져 12월 들어서도 새 줄기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연두빛 새 잎들이 튼실한 줄기 사이에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언제 봐도 기특하다. 다른 나무와 꽃들이 모두 한 해를 마무리할 무렵, 매서운 추위가 목 전에 닥친...
김선희
분절의 시간 2022.03.21 (월)
일 년 전에 수술을 했는데 그 후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간단한 수술이었는데도 생각만큼 쉽게 회복되지 않아 지난 한 해 동안 애를 먹었다. 몸 상태가 좋아진 듯해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 다음날은 완전히 지쳐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뻗어버렸다. 지레 겁을 먹고 지적인 활동은 접었다. 외출도 자제하고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집안일만 자분자분 하면서 장보기나 쇼핑도 인터넷으로 해결했다.글을 쓰는 일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이...
김선희
얼마 전에 외숙모가 전화를 하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아무래도 격조하게되었는데 수년 만에 연락을 하신 것이다. 돌아가신 친정 엄마와 친 동기간처럼 가깝게지내시던 외숙모의 목소리를 들으니 엄마와 이야기하는 듯하여 반가웠다. 우리 집 근처에사셨던 외숙모는 오다가다 자주 들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가시곤 하셨다. 외숙모는‘형님, 형님’ 하며 엄마를 잘 따랐었다. 엄마 생전의 살가운 정경들이 떠오르며 뭉클한감정이...
김선희
한여름의 그림 2021.09.27 (월)
김선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아침부터 후끈한 열기가 대기를 가득 채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는 정체되어 끈적거리고 걸쭉한 용액이 된다. 정체된 공기는 숨을 틀어막는다. 점성이 높은 공간 속에서 살아있는 것들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모두 죽은 듯 박제되어 있다. 꽃도 나무도 그림 속의 한 장면처럼 정지해 있다. 매미가 한껏 용을 쓰며 소리를 내보지만 걸쭉한 대기에 가로막혀 안쓰럽게 스러질 뿐이다.마당 가장자리에...
김선희
김선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성의껏 지원한 작품 공모에서 작년에 이어 두 번 연속 떨어지고 나니 힘이 좀 빠진다. 글을 쓰는 일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스스로가 인정하고 평가해주어야 계속할 수 있다고 본다. 없는 자신감이라도 끌어올려서 원동력을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남의 평가가 의식이 된다. 이런 일을 겪으며 내가 쓰는 글에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서 해왔는데 재능의 문제를 다시 꺼내...
김선희
작은 세계의 행복 2021.01.11 (월)
김선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요즘 우리들은 불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듣다 보도 못했던 바이러스가 나타나 온 세상을 장악하고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나만 해도 생활이 온통 뒤바뀌어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감정의 동요를 경험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다. 불안으로 잠을 설치기도 하고 잘 안 꾸던 악몽을 꾸기도 했다. 돌발적인 변수가 많지 않던 내 인생이 롤러코스터를...
김선희
통성명했어요 2020.07.14 (화)
정원 끝부분 양쪽으로 같은 나무가 한 그루씩 자라고 있다. 이사 올 때부터 자라고 있던 나무들이다. 다른 곳은 잡풀이 많아 다 걷어내고 정원수들을 심었지만 이 나무들은 그대로 두었다. 우리 집에 있는 어느 나무보다 오래도록 이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이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지만 베어내는 것이 아까워 그대로 두었는데 생명력이 좋은 지 다른 나무들보다 자라는 속도가 빨랐다. 왕성한 성장력 빼고는 특별한 매력이 없었다. 수형이 멋지거나 예쁜...
김선희
광고문의
ad@vanchosun.com
Tel. 604-877-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