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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도 기적이다 2020.03.09 (월)
몇 년 전의 일이다. 일이 있어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를 몰고 오는 동안 내내 기분이 울적했다. 그 즈음엔 힘겹고 쓰라린 상황이 계속되었다. 시도하는 일들이 이루어질 기미는 없고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애만 쓸 뿐 결실은 이루지 못하는 인생인가 싶어 우울하고 힘이 빠졌다. 라디오를 틀었다.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답답한 마음에서 벗어나고자...
김선희
전성기 2019.09.09 (월)
벌개미취는 연보라색의 꽃이 피는 여름 꽃이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꽃으로 가늘고 길쭉한 꽃잎이 가지런히 나서 가운데의 노란 술을 동그랗게 둘러싼다. 봄과 초여름까지 풀처럼 낮게 지내다가 여름의 뜨거운 볕 아래서 줄기가 길게 올라오고 그 끝에 꽃봉오리가 달리기 시작한다. 장마가 지나고 꽃이 버텨낼까 싶은 높은 온도가 되면 봉오리가 벌어져 소국처럼 생긴 예쁜 꽃을 피운다. 벌개미취는 생명력이 강해서 뿌리를 사방으로 뻗어 금세 군락을...
김선희
꽃다발 2019.03.18 (월)
                                 꽃다발을 받아 든 사람의 얼굴이 화안 하게 빛난다. 꽃 하나하나가 촛불인 듯 한아름 안아 든 얼굴을 밝혀준다. 꽃다발은 사람의 밝은 마음과 가장 닮은 유형의 물건인 것 같다. 부드러운 꽃잎을 만지며 배려의 마음을 느끼고, 화려하고 다양한 색들을 보며 행복의 기운을 느낀다. 축하하는 마음과 응원의 메시지를 이보다 사랑스럽게 전할 수 있을까. 꽃의...
김선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꽃 욕심 2018.10.01 (월)
여러 생명체들로 북적 이는 정원은 이른 봄 기지개를 펴면서부터 여름을 지나 초가을에들어선 지금까지 숨차게 달려왔다. 꽃이며 나무, 벌레나 새들이 제각각 부산스레 술렁이며마당을 활기로 가득 채웠다. 식물들은 끊임없이 가동되는 생명의 생산라인을 따라 예쁜꽃들과 싱그러운 잎들, 탐스런 열매들을 척척 내놓았다. 때를 놓치지 않고 알맞은 성장을하느라 예민하고 분주했다. 사이사이 벌레들도 지지 않고 터전을 잡느라 설레 발을 쳤다.개미는...
김선희
테라스 난간에 매달린 으아리 잎들이 곧 떨어질 듯 말라간다. 초가을까지도 가녀린 줄기에서 크고 화려한 꽃들이 지치지 않고 피고지고 하더니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스러진다. 잔디도 푸르름을 잃고 누렇게 바랬다. 나무들은 여름의 치장을 버리고 본래 색을 드러낸 채 편안히 쉴 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가을 차림새는 아무리 꾸며도 요란하지 않고 정취가 있다. 용담과 아스타가 진한 색을 뽐내고 좀 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가 흐드러져도 그윽하게...
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