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해님이 뿔나
온 세상 불났다
꼼짝 마라
곰 퇴치 법 전령이 내려지고
치솟던 미루나무
어깨 축 늘이고 죽은 시늉이다
촐랑대던 너른 들판
납작 엎드려 자는 척이다
옆집 멍멍이
긴 혀 빼 내밀고 숨 넘어 간다
나 혼자
눈망울만 굴려 보초 서고 있다
아 미처 피하지 못한 한 조각 뭉게구름
삼십육계 병법 잠시 떠올리다
녹아 붙은 두 다리 잡고 금세 포기한다
뻘겋게 달군 해님 뿔났다
잡히는 대로 번쩍 꽝 따르르륵....
장대 번개 총 소리
앗! 최전방 뭉게가
비틀비틀 먹 빛으로 몸부림치다
좍좍 장렬하게 피 흘리며 죽는다
울어라 한바탕 뭉게를 위하여
무안해진 해님 화풀이 거둬들이고
무지개가 종전을 알리며 다릴 놓으니
동네 뭉게들 하나둘 다시 모여
꽃 상여 메고 평화를 노래하며 건넌다
온 세상 깨어나 뒤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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