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모방과 표절

정재욱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8-03 08:51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던 말이다. 나쁜 의미에서의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예술적인 작업이 창작이 아닌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자연을 바탕으로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창작이 아닌 자연에 대한 모방으로 보았던 것이다. 실질적으로도 자연을 바라보면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고,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요즘 언론에서 한 작곡가의 곡이 표절로 의심되어 표절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처음에 한 유튜버가 유명 작곡가의 곡과 유사하다는 의의를 제기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처음에 제기 되었던 곡 이외에도 수 십 년 간 발표했던 음악들도 표절의 의혹이 있었고, 대중들로부터 사랑 받았던 곡들이 다른 작품에서 도용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분노를 일으켰다.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던 문제의 작곡가는 표절에 관한 논쟁이 들끓자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동을 중지하고, 자신이 했던 프로그램도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작곡가의 입장 표현에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에 대한 언급은 없고, 여전히 억울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6년 전 문학에서도 표절 사건이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명 소설가의 작품이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일부 베껴 썼다는 표절 의혹의 기사였다. 그녀의 작품은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베스트셀러로 많이 읽힌 작품들이라 그 당시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과연 모방과 표절의 차이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둘 다 단어로부터 다가오는 감정은 부정적인 느낌이 먼저인데, 모방은 새로운 창작 작품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고, 표절은 상업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이란 생각이다. 모방은 순수한 의도이고, 표절은 내 욕심이 들어가 있다. 만약 표절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그 작곡가와 소설가는 여전히 대중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저작권료와 인세를 꾸준히 챙겨왔을 것이다. 표절의 의혹이 일어났을 때 보여지는 행동이 더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보다 내 입장 만을 챙기는 모습이 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창작이라는 건 여러모로 힘든 고통과 노력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글쓰기를 하는 것 조차도 많은 생각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예술이 순수한 창작만이 아닌 자연에 대한 모방이라고 말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완전한 무에서 나오는 창작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단순히 다른 사람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표절이 아닌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영감으로 이어지는 모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조정래 작가의 “홀로 쓰고 함께 살다”와 나태주 시인의 “봄이다. 살아보자” 이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는 조정래 작가가 문단 50년을 기념하여 독자와의 대화를 쓴 책이고, “봄이다 살아보자”는 시인 세월 50년을 살며 적은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이다. 두 권 모두 소설가와 시인으로 50년 간 문인으로 살아오면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서술한 공통점이 있다. 50년을 꾸준히 작가로서 한 길을...
정재욱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많은 이별과 작별을 하게 된다. 일시적으로 떨어진 이별이 있는가 하면, 영원한 이별의 아픔과 함께 한 작별도 있다. 김영하의 소설 ‘작별 인사’를 읽고 나서, 함께 했던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대해 많은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최근에 가까운 사람들을 멀리 떠나 보내면서, 그 분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을 되새기고, 추억을 돌아보고, 작별의 의미를 생각했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정재욱
모방과 표절 2022.08.03 (수)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던 말이다. 나쁜 의미에서의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예술적인 작업이 창작이 아닌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자연을 바탕으로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창작이 아닌 자연에 대한 모방으로 보았던 것이다. 실질적으로도 자연을 바라보면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고,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정재욱
퇴근 해서 집으로 향해 가는 버스를 기다릴 때였다. 한국에서 전화가 왔었다는 여러 개의 카톡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왠지 불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바로 큰 형님께 전화를 했다.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고 격리 병원시설로 옮기신 후에 별 이상이 없으셔서 일반 병실로 이동하실 거라고 했었다. 이제까지 심장 수술과 혈전 제게 수술등 여러번 위험한 고비를 넘기신 터라 걱정도 많이 했고, 제발 이번 위기도 꼭 이겨냈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정재욱
한여름날의 정원 2021.08.09 (월)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지난 달 열 돔 현상으로 이곳 밴쿠버 날씨가 사상 최고로 45도 이상의 폭염을 기록했다. 에어컨이 있는 곳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늘이 있는 곳에서도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밤에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국으로부터 더운 날씨에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 전화에 내 생애에 이런 더위는 처음이었고, 밴쿠버가 예년 날씨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폭염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
정재욱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힘들게 보낸 한 해였다. 사람들은 2020년을 최악의 한 해였다고 했다. 코로나가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만약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수없이 많은 가정을 해보기도 했다.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러한 가정은 내 삶 안에서도 일어난다. 우리는 늘 선택의 순간에서...
정재욱
마스크 2020.09.14 (월)
“손님 27명 감염, 직원은 멀쩡, 파주 스타벅스 미스터리”지난 달 한국 신문에 났던 기사제목이다. 파주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1 명의 코로나감염자로 인해 방문자 27명이 코로나에 걸린 내용의 기사였다. 충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했지만 불과 2시간여만에 많은 확진자가 속출했다. 손님들이 대부분 음료를 마시는 동안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환기가 되지 않았으며, 에어컨 바람에 의한 비말 확산이 감염원인이었다. 외국 언론들도 비중...
정재욱
집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에서 장본 물건들을 내리는 중이었다. 같은 타운하우스에 새로 이사 온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 “코로나를 운반 하시네요.”무슨 말인가 싶어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얼굴에 파란색의 일회용 의료 마스크를 하고,손에는 검은색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장바구니로 ‘코로나’라고 영문 철자 로고가 적혀있는 파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지난 번 코로나 맥주 한 박스를 사면서 사은품으로받은...
정재욱
광고문의
ad@vanchosun.com
Tel. 604-877-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