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육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탄력을 잃고 땅 표면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흙에 묻힌다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불굴의
영웅과 천사가 만들어낸 묘약을 마셔야 한다는 것
죽은 자의 시신 옆에는 파릇파릇 로제트 식물이
땅 위에 몸을 바짝 웅크린 자세로 자라고 있었다
1
그날
길을 걷다가 언뜻
금박 입힌 손가락이 보였다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음흉스러운 음성으로
가던 길을 묻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도대체 어디로 가시렵니까
대답할 틈도 없이
가던 길을 즉각 멈추고
자신과 타인을 향한 사랑이나 미움 행위도
일절 금지(禁止)하며 속마음을 꺼내
햇빛에 말려 박제해보라는 것이다
2
그러니까 누구도 접근하기 어려운
일정한 금지(禁地) 장소를 마련해서
젖은 시간을 자신의 공간 속에서 다림질하며
생각을 쥐어 짜보라는 것이다
억울해도 다짜고짜
막무가내 억지로라도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둥
지은 죄가 있건 없건 억지로라도
반성 연습을 해보라는 둥
이건 순전히 아트마를 정화하라는 것인지
헷갈렸다
3
분명한 것은 밤이고 낮이고
밥만 축내도 좋으니 바짝 엎드린 자세로
마음의 불길을 일으켜 세워 속을 태우고
또 태워 비우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일정 기간동안이라도
몸 가볍게 띄워
공중부양을 해보라는 것이다
참 참견도 어지간했다
눈에 띄는 건 오직
금지(金指), 황금 손가락만 보였다
4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염라대왕을 가장한 락샤사(羅剎)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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