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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파동에 진동에 울려오는 빗소리, 몰아치는 빗줄기…줄기차게 내리는 비는 천 년 동안 멈춤이 없다종말이 가까워졌다고 다들 허겁지겁 방주를 붙잡으려달려든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은 물에 녹거나 모조리휩쓸려 떠내려갔다 이윽고 천지개벽 후엔 진토(塵土)중에 파묻혀 있던 AI만 살아남아 인간을 대신한다생명은 간데없고 우주 영혼만 존재하는 세상이되었다 저 비를 멈추게 해야 한다 하지만누구 하나 나서는...
하태린
풍경 1 2021.01.18 (월)
하태린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바람이 분다나뭇잎 간질인다햇살에 나뭇잎 서넛 잎사귀거미줄에 얼비쳤다 거미 한 마리선풍기에 붙어있다선풍기에 바람이 들이닥쳤다날개를 돌리는 바람그 바람에 돌아가는 선풍기거미는 선풍기에 붙어바람을 막아낸다 바람 탄다 물결 인다출렁인다 돌아간다선풍기는 돌아간다머리에 두 손 얹고멀미하는 파리 한 마리바람에 날린다파리 날린다파리만 날린다 새 한 마리매끄럽게 날아갔다그 바람에...
하태린
감쪽 같은 사랑 2020.08.10 (월)
COVID - 19지난 일은 잊기로 하자그럼,아예 기억조차 지워줄 게​그래서 기꺼이당신을 사랑하기로 했다당신의 배후엔바람의 뒤꿈치가 보인다찾아간 곳은푸른 물방울 위에오톨도톨수없이 많은 바벨탑이 세워진 곳사람들은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신에게 기도까지 드리며때론 춤추며 축배를 들기도 했다물론 당신도 한통속이었다​하지만 내가오직당신만 원하는 이유 하나비바람에 진달래 꽃잎젖은 목숨심장조차 떨게 하고숨마저 쉬지...
하태린
삶과 죽음 2020.04.27 (월)
긴 그림자 타박타박 신께서 걷는다 지글거리는 복사열 넓게 펼쳐진 물 파도 지평선에 떠 있다 ​굴절된 빛은 바람이 걸어 놓은 일종의 마법 사람들은 종종 이 마법에 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낙타는 사막의 항해사이자 신이었다 자신의 교리에 따라 넘실대는 모래 파도 넘어 오직 느낌만으로 발길을 내딛는 것이다 낙타는 저 앞에 가물거리는 물길을 외면하고 으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몇 날 며칠...
하태린
밀도 높은 소나무 2020.01.16 (목)
1껍질은 중심에서 밀려 터져 나왔다아무리 중생대 백악기 공룡 피부라지만스킨로션이 필요했다오늘도 예의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소나무는 거친 껍질 위에 천연수 로션을 발라피부를 깨끗이 닦는다나는 이것을 허공에 채워잘 보존하기로 했다그러면 어떤 지평선 위에라도싱싱 꿋꿋하게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내 두 눈으로한 폭의 산수화처럼바라보고 있다​2때론 습기가 부족한 밀도는오히려 불안하다그래서 내일을 위한 대비책도 세운다늘 굳은...
하태린
환생 1 2019.12.03 (화)
 싱겁게 끝났다질펀한 침 범벅으로 끝난한판 대결은​상추의 익숙한 꺾기 조르기 기술로고추, 마늘, 쌈장으로 무장한 삼겹살 도전을보기 좋게 물리쳤다​도전자는 푸른 치마폭에 질식당한 채앙~하니공룡 이빨의 어두컴컴한 동굴 속으로곧바로 던져졌다잘게 바숴진 삼겹살은 어두컴컴한 나락으로패대기쳐진 것이다​동굴 입구에 덮어놓고소주잔만 통째로 들이붓고 내빼는 사람들삼겹살만 있으면 됐지상추야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라는...
하태린
비장(悲壯)한 맛 2019.08.26 (월)
돌격 앞으로! 와 하는 함성이 들렸어요겨우내 잠만 자던 풀들이 일제히 푸른 머리를 풀어 헤치고언덕을 빠르게 점령하면서 내지르는 소리예요​배추는 양지 켠 아늑한 땅에서 노래나 부르며흰나비가 곱게 접은 꽃 편지를 읽고 있었어요룰루랄라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말이지요​그런데 때아닌 호랑나비가 날아왔어요두 날개 정중히 접은 무서운 사연을 받고 나서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이렇게 탄식했어요​메뚜기도 한철이라 푸성귀가 두...
하태린
콩나물 2019.05.30 (목)
쪽진노랑머리가지런히​하늘하늘흔들리듯곤두서는​춤사위늘씬 날씬허리 다리매끈한 몸매​찬물 먹고속 차리던들뜬 냉가슴​긴긴밤낮잠을한숨 두 숨 잔끝에허리째 송두리째 내어주는​가녀린아니하니 오동통튼실한
하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