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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의 암자인가-늘산에게 암이 왔다 <2> 수술을 하기까지

늘산 박병준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7-21 15:06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
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
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
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벨브를 열고 나와서 성대를 울리면 식도를 따라 소리가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음식이 넘어갈 때는 그 벨브가 닫혀서 음식물이 허파로 들어가는 걸 막는다. 나는 그냥 음식물이 넘어 가고 숨을 이용하여 말하는 것으로만 막연히 알았지 이렇게 오묘하게 작동하는 줄 몰랐다. 알 필요도 없었고… 
그 사거리에 사고가 났다.
몽땅 들어내기로 했다, CT스켄을 해보니 다행히 다른 장기에 전이는 되지 않았다. 일사천리로 수술날짜가 잡히고 상담을 하고 바쁘게 진행되었다. 다른 곳으로 번지기 전에 서둘러 들어내야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술 후에 일이다.
말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대를 들어냈으니까.
말을 할 수는 있는데 복잡했다. 10년 전에 같은 수술을 하고 말하는 분과 영상으로 만나보게 하고 상담사와 많은 시간을 가졌다.
내 음성이 아니고 어눌하게 말이 되는데 그 기능이 인위적인 것이라 불편하고 복잡했다. 말을 하려면 허파로 연결되는 기도에서 식도로 길을 내고 그리로 공기를 보내서 성대 있던 자리의 근육으로 말을 하게 된다. 아주 큰 가방을 보여주는데 그 안에 관리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가 가득했다. 또 많은 일이 새로 생기는 것이다.
우선 수술 후 그 사거리 구조가 변경되는데 이렇다.
코와 입은 기도(Air way)의 역할이 상실된다. 그냥 식도로 바뀐다.
숨 쉬는 것은 목에 구멍을 내어서 허파와 직결된다.
기도와 식도를 분리한 채로 생활하면 단순하고 편리한데 말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양자 중 택일을 해야 하는 기로에 봉착했다.
말을 하지 않고 나머지 여생을 산다? 이때까지 가보지 않는 길이라 어떤 복병이 기다리고 있을 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수술 이틀 전에 말 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수술도 한 단계 줄이고 사후에 있을 번거로움에서 해방되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관리를 단순화 하는데 중점을 두고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생명과 말을 바꾸었다고 할까.
‘말은 그만’하고 좋은 글만 쓰라는 뜻인가?
옛날에는 오직 필담으로 대화했지만 지금은 카톡, 전화의 매세지 가능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며칠을 빨리 가려다가 몇 개월을 잃었다. 시간도 잃었지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말을 못하게 되었으니 스스로 학대한 결과가 내 삶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줄 누가 알았으랴.
한 순간의 잘못된 결정이 어처구니없는 큰 불행을 가져온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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