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움직이는 말

이종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11-16 08:41

수년 전부터 느껴왔던 일이다. 해마다 한글날을 맞이하면서 오늘날의 우리말 세태를 잠시 생각해본다. 아마 하늘에 계신 세종대왕께서 이 현실을 본다면 매우 안타까워하실 것 같다.  말이 사람과 같이 생자필멸 한다고는 하지만 말과 글자는 너무나도 빨리 변하고 움직이는 것 같다. 

어떤 사회학을 강의하는 교수가 장년기에 접어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설명하면서 ‘막공나만’ 이라는 전혀 뜻을 예측할 수 없는 합성어를 소개하였다. ‘막’은 질병을 막아라, ‘공’은 공부해라, ‘나’는 집에 있지 말고 나가라, ‘만’은 만지라 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외에도 한참 유행했던 ‘낄끼빠빠’라는 합성어도 소개했다. 나이 들어서는 “낄 때는 끼고 빠질 때는 빠져야 된다”는 뜻이다. 이런 정도는 적당한 충고로 또는 우스갯소리로 간단히 넘길 수 있지만, 사실 문법적으로는 이치에 맞지 않는 단어들이다. 더욱이 젊은이들이 쓰는 약어나 외래어 등은 오래된 이민자들이나 노인 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우선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말을 나열해본다. ‘강추’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얼짱’은 ‘얼굴이 잘 생긴 사람, ‘열공’은 ‘열심히 공부하다’를 줄여서 간략하게 표현한 것이다.  젊은 학생들이 쓰는 용어로 ‘헐’이라는 단어는 기가 막히고 당황스러운 상황을 표시한다. 그 밖에도 ‘혼밥’ 혼자 밥 먹는 것, ‘혼술’ 혼자 술 마시는 것, ‘혼여’ 혼자 여행 가는 것 등 줄인 말을 많이 쓰기도 한다. 심지어 단어의 줄임을 넘어 ‘ㅇㅋ’(오케이), ‘ㅇㅈ’(인정),‘ㄱㅅ’(감사)와 같이 초성만으로 의사표현을 하기까지 한다. 시대가 점점 빨라지고, 복잡하니깐 이렇게 간단하게 사용하지 않나 싶다.   

외래어는 우리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 최근에는 영어가 주연 역할을 하는 세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문자는 중국과의 역사 속에서 한자어가 우리의 고유어를 제치고 반 이상 차지하고 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말의 ‘뫼’가 있는데 ‘산’으로, ‘가람’이 있는데 ‘강’ 이라고 쓰고 있다.  그 외에도’  ‘도대체(都大體)’ ‘대개(大槪)’ 등은 우리말 같은데 한자어이다. 그러다가  일본이 지배하면서 우리말 안에 각계각층에 일본말의 잔재들이 있었다. 내가 ‘70년 초 대학 재학 시  국문과 교수님이 리포트 과제를 주었을 때 나는 제과업에서 현재 쓰이고 있는  일본어를 조사하였는데 ‘소보루(곰보빵)’,’나마까시(생선과자)’,’모찌(찹쌀떡)’,’앙꼬빵(단팥)’ 등이 있었다. 그밖에도 우리 생활 속에는 ‘와리바시’(나무 젓가락), ‘벤또’(도시락)등 너무 많이 우리 사회에 침투해 있었다.  

말은 또한 시대에 따라 그 시대를 반영한다. 1990년 초 중국과 수교 후 중국어에서 전화걸다(打電話)인데 여기서 때릴 ‘타’가 사용된 것을 보고, 우리말에 전화 때린다(전화건다), 골 때린다(골치 아프게 만들다)라는 말이 사용되어졌다. 해방이후에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영어가 쓰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영어가 우리 생활에, 방송에, 행정지침에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리사이클링(재활용), 블랙 아이스(살얼음판), kiss & ride(환승정차구역), TF(전담팀), 스크린 도어(투명문), 바우처(지불 보증서 또는 이용권) 이런 단어들을 한글 지킴이들이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은 단어들을 순수한 한글로 고쳐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글이 최근 연이어 제2회 세계문자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한다. 

자랑스러운 한글을 시인이나 수필가처럼 고운 말과 아름다운 단어를 쓰지는 못할망정 아름다운 우리 고유어는 잘 간직하고 언어순화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황혼의 찬미 2024.01.22 (월)
J 에게,엊그제 이민 온 것 같은데 어언 30년이 훌쩍 지나고 이제는 성숙한 디아스포라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네. 내 인생에도 황혼의 자유가 찾아온 셈일세.자네가 보내 준 ‘황혼의 자유’ 라는 글 속에 보면 나이가 들어가면 노숙해지는 것도 있어 참 좋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글픈 일도 있다네. 오미크론이 지난 이즈음 아는 목사님의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면서……그렇지만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웃고 싶으면 웃고 내...
이종구
명상을 통한 단상 2023.01.23 (월)
새해 들어서 무언가 계속 실행하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오래전에 가끔 시도했던 명상이다. 하루에 한 10분이라도 명상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에는 신체적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한데 불교에서의 참선이며 천주교에서 얘기하는 향심기도의 기본자세이다.  나는 인간의 발달단계를 생각해 보았다.  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인 장.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을 말하지 않아도 사람은 출생해서 영아.유아기를...
이종구
속이 빈 조가비 2022.09.19 (월)
  최근에 읽은 프랑스 소설 ‘안남’(安南)을 읽고 종교와 인간에 대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 소설의 원저자는 크리스토프 바타유이고, 이 책을 번역한 이는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화영 명예교수이다. 이분은 원제인 ‘안남’을 ‘다다를 수 없는 나라’라고 명명하였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베트남의 노동운동이 일어난 1787년의 “떠이썬 운동’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프랑스 대혁명(1789년)과 루이...
이종구
이번에 내가 걸린 코로나의 시초는 딸에게서 부터 시작되었다.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나이가 적당히 든 딸이 최근에 프랑스 문화 축제에 자원봉사로 참여했다가 비를 맞고 오더니 감기 기운이 엄습한 것 같다.함께 자원 봉사하는 동료들과 지내면서 또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서 감기에 걸렸는데, 그렇게 2-3일 앓고 난 뒤 우리 부부에게도 전염이 되었다.나는 기저질환자로 평상시 감기를 의식해서 생강과 대추 끓인 물을 2-3년 전부터 마신 탓인지...
이종구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나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태어나, 세 살 때쯤 되었을 때 부모님께서 서울 용산구 후암동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내가 다닐 적에는 국민학교라고 지칭했다) 후암동에서 다녔다. 그 시절에는 거주 지역에 따라 초등학교를 배정받는 것이 중요했는데 지역별로  학교 차이가 있었다. 나는 평판이 좋고 역사가 있는 삼광초등학교에 입학해 졸업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운동회가 열리면...
이종구
내가 친하게 알고 지내는 그는 통역전문가인데 밴쿠버에서 신용과 신뢰가 기본이며 제일 저렴하게 통역료를 받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주민이라면 예외 없이 매년 1회 세금을 신고 보고서를 국세청(RevenueCanada)에 제출해야 하는데 수년 전 나에게 한국에서 발생한 세금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서 제출해야 했다. 전문 번역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 우연히 그를 알게 되었다. 이 보완 서류의 번역은 일반적인...
이종구
이 종구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된다. 이 글귀가 너무도 유명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소재로 시를 짓기도 하고,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현실에 처한 가장 큰 관심사가 지나고 나면 얼마 안가 잊어버리고 별 것도 아니었다. 라고 무심하게 지나치기도 한다. 이글에 얽힌 구약성경을 잠시 살펴본다. 어느 날 다윗 왕이 반지를 하나 갖고 싶었다. 그래서 반지...
이종구
이종구 /  사)한국문협캐나다밴쿠버지부 회원나는 평범한 유교 집안에서 태어나, 비교적 순탄하게 성장하였다. 위로 누님이 넷이 계셨고, 막내로 태어났다. 누이가 네 분이라 내가 성장하면서 누님들의 여성적인 면이 영향을 끼쳤겠지만 이와는 달리 어렸을 때는 개구쟁이면서 골목대장이었다. 중학교 때는 반에서 오락부장을 지내면서 놀기도 좋아 하였다. 아마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철이 들기 시작하였던 것 같다.사춘기가 무르익어가면서 고교...
이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