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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아프다 / 제8회 한카문학상 운문부문 버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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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4-07 08:44

박혜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바람이 불어와 이내 지나갈

잠시 정박 중인 욕망의 포구

 

 

오래되었다

땅은 아픔을 토했지만

더 깊숙이 파 내려가고

숨 한번 고를 새 없이 빼곡한 집을 올리며

인간의 욕망은 하늘이 낮을 뿐이다

노루도 고니도 다람쥐도 떠나야 했다

하늘거리는 들꽃도 부러지지 않을 소나무도

더는 설 곳이 없다

 

 

너도 그리고 나도 한낱 바람인 것을

 

 

하늘은 가리고

땅은 보이질 않아

맥없는 그림자만 너울거린다

아픈 땅은 하늘 너머 햇볕을 닫아 버렸다

밤 별만 청명한 빛을 띄워보지만

아이는 흙을 가지고 놀이 삼지 못한 지 오래다

욕망은 땅을 가두어 비웃건만

자연 속 숨어있는 질서는 여전히 숨을 고른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바람인데

너도나도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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