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위키백과 사전에서 일상(日常)의 의미를
찾아보면,“날마다 순환 반복되는 평상시의 생활”이라고
나와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의 생활을 얘기한다. 나의 하루를 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 먹고, 출근하고,
일 마치고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변화 없이 되풀이되는 생활 일과이다.
특별한 약속이나 이벤트가 없는 한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매일 재생된다. 똑같은
하루가 이어지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예측도 가능하다.
출근 길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며 같은 사람을 만나고, 버스 안에서 늘 같은 자리 앉아
음악을 듣는 사람도, 같은 시간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그곳을 스쳐 지나친다.
내게 주어진 일상이 다른 사람의 일상과 이렇게 겹친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때론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일과가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있는 음식점을 찾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향해 떠난다.
미사 때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떠올랐다. 성령의 기적 만을 쫓아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일상 속에서 하느님이 가까이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 바른 신앙인의 자세라는
말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도 일상이 주는 편안함과 고마움에 대해 평상시에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깨는 조그만 일이나 사건에도 불편해하고
예전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함을
한탄한다. 얼굴에 조그만 뾰루지가 나도 계속 얼굴에 신경이 쓰이고, 자꾸 손이 가며
깨끗했던 옛 얼굴을 떠올린다. 매일 잘 굴러가던 자동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왜
하필 이럴 때란 생각과 평범했던 하루의 일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평소에 시간 맞춰 오던 버스가 오지 않을 때, 바쁜데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하며 마음이 조급해지며 어젠 제시간에 도착했는데 하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불안하고 조바심이 생기고 짜증이 난다.
일상이 따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상이 꿈이자 희망이 되는
사람도 있다. 병원에서 아파 입원해 있던 환자가 병이 다 나아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일을 하게 되면, 일상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 이처럼
일상의 익숙함이 주는 힘은 한 번 상실했다가 돌아왔을 때 느낄 수가 있다.
마치 비타민을 꾸준히 먹을 땐 정말 몸에 좋은 걸까 하며
효용가치를 못 느끼다가 잠시 끊었을 때 몸이 다르다는 걸 감지했을 때처럼. 오랜
여행에서 지친 몸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처럼. 맑은 공기나 갈증을 해결해 주는
물이 늘 가까이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일상의 평범함이 주는 힘은 일상에서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확실히 느낄 수가 있다.
내가 오늘도 무사히 하루의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을, 일상이 주는 힘을
깨달으며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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