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하늘에서
수직으로
뿌려지는 빗물,
일종의 씨앗이다
땅 위에 닿은
그 작은 물방울 씨앗들을
새가 부리로 쪼면
얼마나 시원하고 가벼운지 참, 새는 날 수 있고
혹은 젖어있던 안개 속
스스로 햇볕에 말려 싹을 틔우면
아른거리듯 날아오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빗물의 뿌리들이다
산과 들, 강과 바다, 땅 위아래, 심지어 허공에도
물은 꿈틀거리며 뿌리를 뻗는다
의심할 바 없이
나무들은 그 물 뿌리들의 후손이자 변신자 들이다
땅속 깊숙이 고여있는 물의 뿌리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하늘을 향해,
여차, 하고 힘차게 뻗어 나간다
빽빽한 허공 틈새만 노려
파고드는 송곳 끝,
집요한 변신자다
물의 뿌리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하태린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