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18-02-13 15:19

이종구 / 한인문인협회밴쿠버지부 회원
작년 겨울에는 밴쿠버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그 까닭인지, 새해가 시작되면서 연초에 햇빛 많은 멕시코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모처럼 저렴한 크루즈가 나와 전화로 예약하였다. 공항서 내려 부두까지 가는데 그곳 크루즈에서 제공한 관광버스를 탔다. 이미 예약 시 추가로 낸 그 버스 가격이 거의 택시 비용과 맞먹었다. 먼저 다녀온 분의 말에 의하면 Blue Shuttle 이라는 것이 있어, 이것을 이용하면 좀 저렴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예약한 버스를 타지 않을 수 없었다. 

크루즈의 특이한 광경으로, 직업 사진사가 승객들을 끊임없이 찍어대는데, 처음 승선할 때도, 식사할 때도, 그리고 멕시코 현지 3번 내려 관광을 하는 중에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찍힌 사진들은 배 안의 일정한 곳에 전시되어, 중간 크기는 미화 25불, 작은 것은 15불에 원하는 이에게 판매된다. 이런 모습을 보고 홍콩에서 온 한 부부는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으면 되지 굳이 그곳에서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혀를 찼다. 

밴쿠버의 비를 피해, 해가 연일 뜨거운 이곳에 오니 좀 들뜬 분위기에 젖는 것 같다. 사는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심리학자가 B= f(E) 라는 공식을 내놓았는데, 행동은 환경의 함수관계라는 것이다. 

배를 타고 갑판 한쪽 음지 편을 내려다볼 때는 바다가 나에게 우울한 언어를 속삭인다. “너 한번 여기 빠져 볼래?” 반대의 양지쪽 갑판에 가면 에너지가 넘치고, 삶의 보람을 느낀다. 밴쿠버의 봄, 여름, 가을은 좋지만, 겨울엔 자칫 우울하게 만들어 마음의 병이 생길 수도 있겠다. 겨울철마다 햇빛이 있는 곳으로 여행 가는 것이 좋으리라. 여러 학자에 의하면, 늘 생활하던 환경을 피해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삶의 여러 면에서 매우 좋다. 또 어떤 신부는 유산 몇 푼 남기려 애쓰지 말고, 여행하며 다 쓰고 죽는 것이 자녀를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 좋다고 했다.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죽음에 문턱에 서서는 후회들 하지 않는가. 암에 걸린 사람들도 건강할 때 더 즐겁게 지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어느 학자 말대로 “Here & Now”가 정답인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나아지면 부모님께 더 잘 해드려야지 하면 때를 놓치고 만다. “여기서, 그리고 지금”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미 돌아가신 뒤에 아쉬워 해보아야 마음만 아플 뿐이다.

이번 여행에 좀 아쉬운 것이 있었다. 쿠르즈 배 안에서 물 150mL가 한 병에 미화 2불 75센트로 비싼데, 인터넷 와이파이 이용에도 분당 내는 값이 아주 비싸다는 것이다. 마지막 날은 이용료를 할인해 주긴 했어도 15분 이용하는데 15불로 여전히 비쌌다. 

크루즈를 마치고 간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물가는 정말 놀라웠다. 물값은 배 안에서보다 더욱 비싼 3불 20센트, 햄버거 하나에 17불, 그리고 입장료도 100불이 넘었다. 그곳을 방문하려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해 갔어야 함을 뒤늦게 깨달아 본다. 

여행을 마치고 이렇게 캐나다로 돌아와 보니 자연과 물가가 여행지에 비교해 크게 달랐다. 그곳에서 만난 몇몇 현지 교포들도 캐나다에 사는 우리를 아주 많이 부러워하였듯, 그래, 내가 사는 이곳이 얼마나 행복한지 새삼 느낀다. 내 환경에 만족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오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의 목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황혼의 찬미 2024.01.22 (월)
J 에게,엊그제 이민 온 것 같은데 어언 30년이 훌쩍 지나고 이제는 성숙한 디아스포라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네. 내 인생에도 황혼의 자유가 찾아온 셈일세.자네가 보내 준 ‘황혼의 자유’ 라는 글 속에 보면 나이가 들어가면 노숙해지는 것도 있어 참 좋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글픈 일도 있다네. 오미크론이 지난 이즈음 아는 목사님의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면서……그렇지만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웃고 싶으면 웃고 내...
이종구
명상을 통한 단상 2023.01.23 (월)
새해 들어서 무언가 계속 실행하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오래전에 가끔 시도했던 명상이다. 하루에 한 10분이라도 명상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에는 신체적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한데 불교에서의 참선이며 천주교에서 얘기하는 향심기도의 기본자세이다.  나는 인간의 발달단계를 생각해 보았다.  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인 장.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을 말하지 않아도 사람은 출생해서 영아.유아기를...
이종구
속이 빈 조가비 2022.09.19 (월)
  최근에 읽은 프랑스 소설 ‘안남’(安南)을 읽고 종교와 인간에 대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 소설의 원저자는 크리스토프 바타유이고, 이 책을 번역한 이는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화영 명예교수이다. 이분은 원제인 ‘안남’을 ‘다다를 수 없는 나라’라고 명명하였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베트남의 노동운동이 일어난 1787년의 “떠이썬 운동’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프랑스 대혁명(1789년)과 루이...
이종구
이번에 내가 걸린 코로나의 시초는 딸에게서 부터 시작되었다.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나이가 적당히 든 딸이 최근에 프랑스 문화 축제에 자원봉사로 참여했다가 비를 맞고 오더니 감기 기운이 엄습한 것 같다.함께 자원 봉사하는 동료들과 지내면서 또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서 감기에 걸렸는데, 그렇게 2-3일 앓고 난 뒤 우리 부부에게도 전염이 되었다.나는 기저질환자로 평상시 감기를 의식해서 생강과 대추 끓인 물을 2-3년 전부터 마신 탓인지...
이종구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나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태어나, 세 살 때쯤 되었을 때 부모님께서 서울 용산구 후암동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내가 다닐 적에는 국민학교라고 지칭했다) 후암동에서 다녔다. 그 시절에는 거주 지역에 따라 초등학교를 배정받는 것이 중요했는데 지역별로  학교 차이가 있었다. 나는 평판이 좋고 역사가 있는 삼광초등학교에 입학해 졸업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운동회가 열리면...
이종구
내가 친하게 알고 지내는 그는 통역전문가인데 밴쿠버에서 신용과 신뢰가 기본이며 제일 저렴하게 통역료를 받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주민이라면 예외 없이 매년 1회 세금을 신고 보고서를 국세청(RevenueCanada)에 제출해야 하는데 수년 전 나에게 한국에서 발생한 세금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서 제출해야 했다. 전문 번역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 우연히 그를 알게 되었다. 이 보완 서류의 번역은 일반적인...
이종구
이 종구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된다. 이 글귀가 너무도 유명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소재로 시를 짓기도 하고,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현실에 처한 가장 큰 관심사가 지나고 나면 얼마 안가 잊어버리고 별 것도 아니었다. 라고 무심하게 지나치기도 한다. 이글에 얽힌 구약성경을 잠시 살펴본다. 어느 날 다윗 왕이 반지를 하나 갖고 싶었다. 그래서 반지...
이종구
이종구 /  사)한국문협캐나다밴쿠버지부 회원나는 평범한 유교 집안에서 태어나, 비교적 순탄하게 성장하였다. 위로 누님이 넷이 계셨고, 막내로 태어났다. 누이가 네 분이라 내가 성장하면서 누님들의 여성적인 면이 영향을 끼쳤겠지만 이와는 달리 어렸을 때는 개구쟁이면서 골목대장이었다. 중학교 때는 반에서 오락부장을 지내면서 놀기도 좋아 하였다. 아마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철이 들기 시작하였던 것 같다.사춘기가 무르익어가면서 고교...
이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