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믿음, 소망과 사랑

김난호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10-13 17:04

김난호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강아지 콧잔등에 모기가 앉았다. 나를 심히 괴롭히다가  몸에 약을 뿌리니 그쪽으로 옮겨   같다. 내가 힘들었던 강도를 생각히니 쫓아 주어야겠다. 앗차 ! 그런데 코를 건드리는 것은 개의 자존심을 때리는 것이라지. 기침하고 머리를 흔들며 괴로워한다. 


망서리다가 냅다 바람을 일으켜 쫓아 주었다. 미안하여 쓰다듬으려는데 화내기는 커녕 꼬리를 살랑대며 다가온다. 나를 무한정 믿는다. 우리 강아지는 눈곱 떼는 일을 싫어한다. 이뻐하는 척하고 다가가 눈곱을 떼려 하면 앓는 소리마저 낸다. 그래도 부르면 얼른 다가온다. 서운한 마음을 이삼 초도 갖지 않는다. 나를 많이 사랑한다. 

강아지의 
의심 없는 믿음 때문인지 나와  맞춤하면  내가 먼저 깜빡인다. 눈곱 없나, 세수해 줄까,  깎을  되었나 하면서 바라보다 미안해서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틈을  내게 소망을 전달한다. 산책하고 싶다고. 

버림받은 강아지의 독백을 
읽었다. " 나는 하얀 강아지 몰티즈입니다. 어느 신혼부부의 집에 입양되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얼마  주인은 여름 휴가차 나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가는 도중 휴게소에 섰습니다. 잠시  나를 잊었는지 주인의 차가  멀리 달려갑니다. 나는 열심히  쫓아갔지만 차가 나보다  빠릅니다. 고속도로엔 차들이 너무 쌩쌩 달립니다. 나는 무서워서 다시 휴게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주워 먹고 한쪽 구석에서 잠을 자면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유기견보호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주인은 내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 헤맬 텐데요. " 

 

기발한 문구로 현혹하는 광고가  주머니를 마구마구 털어가고   오는 허탈감. '반이면  맞아' 하면서 억울한 마음으로 집어오는 물건값. 공짜는 절대 없는 기막힌  시대에 아직도 무료는 살아있다. 누구에게는 꼭꼭 숨어 있기도 하다. 어떤 때는 마구마구 날아다니기도 한다. 잠에서 깨면  주먹에 쥐여 있기도 하다. 그런데  챙기지 않으면 어디에 두었는지 금세 잊어버린다. 오늘  기도하며 자야겠다.  아침에  챙기게  달라고. 앗차, 무엇이더라? 

미안해,사랑해,고마워. 뗄레야   없는  . 무한정 공짜. 믿음, 소망과 사랑.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오늘도 사랑 편지가 들어왔다. 가끔 이런 연서를 받지만 오늘은 유난히 기분을 들뜨게 한다. 그냥 사랑만 담은 편지가 아닌 잉태의 출발이기 때문이다.눈이 엄청 내린 한 겨울 캐나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눈 폭풍을 헤치고 동쪽 소도시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일주일에 삼일씩 그 도시에 머물며 비상 상황을 메꾸어 주고 있었다. 양로원 앞으로는 속이 시원해 지도록 맑은 물이 힘차게 흐르고 우거진 나무숲은 마치 공원 안에 있는 듯 초록초록한...
김난호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강아지 콧잔등에 모기가 앉았다. 나를 심히 괴롭히다가 내 몸에 약을 뿌리니 그쪽으로 옮겨 간 것 같다. 내가 힘들었던 강도를 생각히니 쫓아 주어야겠다. 앗차 ! 그런데 코를 건드리는 것은 개의 자존심을 때리는 것이라지. 기침하고 머리를 흔들며 괴로워한다. ...
김난호
 배추를 절여 씻은 후 줄기는 기둥을 세워 놓는다. 마른 북어를 잘게 썰고 밤, 대추, 배채,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새우젓으로 버무린 김칫소를 배추 줄기 기둥 사이로 잘 양념한다. 조그만 대접에 배추 잎으로 보자기를 만들어 준비해둔 김치를 넣고 보자기 싸듯 이쁘게 접는다. 그 보자기 김치들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맑은 젓국을 심심하게 끓여 부으면 보쌈김치가 된다. 김장하고 난 뒤 배추 우거지와 무 남은 것, 늙은 호박을 모두 섞어 호박...
김난호
...
김난호
‘아니 엊그제 닦아놓은 가스렌지가 왜 이리 더럽지? ‘   투덜대며 저녁을 준비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불편했던지 “나는 아니야.  절대 아니야”  라며 난처해한다.   ‘나는일 하고 왔기 때문에 나도 아니야.   그럼 이 집에 나보다 많이 머문 사람은 나 말고 누가 있지?  귀신이 다녀갔나? ‘ 라며 장난을 걸어본다.    바로 그때옆에서 꼬리를 흔드는  우리 집 막내 딸 같은 강아지가...
김난호
버스에서 내린 젊은이들이 마구 뛴다. 나도 따라 뛰었다. 스카이트레인을 타자마자 문이 닫혔다. 나의 이 무리한 달음박질이 성공한 날이다. 거리도 멀고 주차비도 부담되어 학교 갈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매일 아침 이 풍경 속의 한사람이 되어보면 묘한 착각에 빠진다. 나도 저 젊은이들과 같은 무리가 된 것 같다. 저기 철길 아래의 강변에 공원이 있었구나. 이른 아침 낚시꾼이 벌써 자리를 잡았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흙탕물을 잔뜩 바른...
김난호
기부와 댓가 2015.08.22 (토)
언덕을 넘어서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하기 전에 느끼는 나만의 호사다.  늘 일을 할 때는 예외 없이 몰두하여야 하지만 이 경치에 빠져 마음까지 눕게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순간의 실수가 백오십명을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나 머리와 가슴으로 일 하여야 하지만 유난히 긴장되는 장소가 있다.   이 곳 화이트락의 바닷가 멋진 양로원이 늘 나를 긴장시킨다.   특급호텔 수준의 이 양로원은...
김난호
밥 짓는 여자 2015.02.06 (금)
휴우! 한 숨이 저절로 나온다.    일 시작하고 부터 끝날 때 까지 등골에 땀을 몇 번이나 흘려 버렷던가.   한 공간 안에서 시간이 멈춘 듯 눈과 코와 입이, 아니 두 손까지 각자 움직여서 만들어낸 음식들은 수고에 비하여 너무 약소해 보이는 것 같다.   음식들을 서버에게 인계하고 나는 잠시 과거로 돌아 간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때는 나의 귀여운 자식들이 쏙쏙 받아 먹는게 신기하고 예뻐서 열심히 요리를 햇다.   제비...
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