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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7-02-04 11:01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한 장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여명의 순간,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려고 온통 주위는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멀리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봉우리엔 흰 눈이 쌓여있고 하늘은 붉은 색들의 향연이다. 그 사이로 높이 날아오른 갈매기들이 부드러운 몸짓으로 춤사위를 펼치고 해는 서서히 그 자태를 나타낸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내다본 일출의 순간은 한 번도 같은 그림을 그려낸 날은 없다. 고향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아니지만 매일 아름다운 해맞이를 할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가는 나무데크에는 간간히 보이는 여행객들 뿐 바람소리만 겨울의 적막감을 더 해준다. 몇 안되는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고 여념이 없고 주민들은 빠른 걸음으로 운동에 열심이다. 방파제 끝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바위는 새들의 휴식처가된다. 파도는 비스듬히 하얀 돌이 있는 쪽으로 사선을 그리면서 서서히 몰려간다. 거기엔 이동네의 상징인 하얀 바위가 있다.
486톤이나 되는 화강암인 이 돌은 해마다 시에서 하얀 페인트칠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낙서도 하고 올라가기도 해서 아마도 보호차원에서인 것 같다. 1982년에 캐나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별로 특징도 없는 그저 하얀 그 바위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 곳 추장의 딸이 바다의 신, 아들과 사랑에 빠져서 혼인할 장소를 찾느라고 돌을 던졌는데 그 돌이 해변가로 밀려와서 지금 자리에 멈쳤다고한다.

전설보다 난 그 주위 경관에 더 마음을 빼앗긴다.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기찻길, 멀리 보이는 눈이 쌓인 잘생긴 산과 가끔은 기적소릴 올리면서 지나가는 기차가 내 유년의 기억을 일깨워 준다. 대부분 끝도 안 보이는 화물차를 싫고 달리지만 가끔은 여행객을 실은 객차도 지나간다. 나도 저 기차를 타고 내 고향으로 달려보고 싶은 그런 풍경이다.

운이 좋은 날은 물개의 무리도 볼 수 있고 흰 머리 독수리도 볼 수 있다. 높은 나무 가지꼭대기에 거만 하게 앉아서 먹이 감을 탐색하는 흰머리 독수리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몇 시간동안 꼼작도 않고 그 자릴 지키는 인내심은 사람들도 고갤 들고 한참씩 바라보게 한다. 가끔은 물개의 무리도 나타난다. 여러마리 떼를 지어 나타났다간 또 사라지곤 한다. 물개를 보는 날은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한참씩 물위를 지켜보곤 한다.

어느 날 방파제로 나가는 다리위에 유난히 많은 조개껍질이 눈에 들어왔다. 바스러진 껍질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남편에게 웬 조개껍질이 이렇게 많지 하고의아해 했더니, 갈메기가 까먹은 껍질이라고 했다. 갈매기 한 마리가 조개를 물고 바로 내 눈앞에 떨어뜨리곤 내려앉드니 깨졌는지 주둥이로 확인을  한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지켜보았지만 깨지지 않았다. 갈매기는 다시 조개를 물더니 더 높히 나르려고 비상을준비한다. 이 번 엔 성공해 조개를 먹길 바라는 마음에 높이 날아서 껍질이 깨질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높히 조절이 안됐는지 조개는 깨지지않았다. 갈매기는 주위를 살펴보곤 조갤 물고 한참을 돌더니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부끄러워서일까.  ......? 그 후론 여러번 갈메기가 조개를 떨어뜨려서 요리 조리 뒤적이면서 조개살을 파먹는걸 보았다. 갈매기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다음 날 그 길은 깨끗이 청소가 되지만 오후엔 다시 껍질로 어지러워진다. 몇 마리의 갈매기들은 다리 난간에 혼자 앉아서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 갈 생각을 하지않는다. 너무 춥고 배도 고프고 아니면 어디가 아파서 날아갈 힘조차 없는 것일까? 겨울바다는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면서 저물어간다.

바다가 있어 고향을 그리워 하고 내 유년의 기억을 일깨워 주는 이 곳이 내 삶의 위안이 된다. 비 오는 겨울바다는 온통 회색으로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이 안 되고 모든 사물이 회색이다. 내 고향 바다, 집 뒤로 난 기찻길에서 보내던 그 시절이 다시 다시 나를 기억속의 한 장면으로 끌어 드린듯 어릴때의 그리운 추억이 현실인 듯 가끔은 혼동이 되기도 한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이 조금씩 희미하게 바래지는 그림처럼 안개속인 듯 스물거리면서 스쳐지나간다. 생각나는 데로 기억하자. 그리고 곱게 접어서 내 머리속 한 자리에 보관했다가 그리움이 사무쳐오는 날 슬그머니 내려놓고 안개 속으로 들어가보자.
한 무리의 갈매기들이 바다 위를 선회한다.
"끼룩 끼룩 " 그들만의 언어로 노래한다.
그들도 고향의 겨울바다를 그리면서 슬프게 울어대는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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