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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도 써 볼만한걸!

김난호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7-22 09:44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아니 엊그제 닦아놓은 가스렌지가 왜 이리 더럽지? ‘   투덜대며 저녁을 준비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불편했던지 “나는 아니야.  절대 아니야”  라며 난처해한다.   ‘나는일 하고 왔기 때문에 나도 아니야.   그럼 이 집에 나보다 많이 머문 사람은 나 말고 누가 있지?  귀신이 다녀갔나? ‘ 라며 장난을 걸어본다.    바로 그때옆에서 꼬리를 흔드는  우리 집 막내 딸 같은 강아지가 눈에 뛰었다.   “아! 바로 요 녀석이 라면 끓여 먹었나보다. “ 라며 남편이 분위기를 바꾸려한다. 요점도 없는농담이 오고 간다.   결국 남편이 “내가 내일 닦아줄게. “라고 하면서 이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자려고 누워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우엉을 졸이면서 끓어 넘친 간장,설탕 물이 타 버려 눌어 붙은 것이 생각 났다.   아! 미안해서 어쩌나?


옛날 같았으면 아닌건 아니라고 끝까지 밝히려 했던 남편이 요즈음은 내게 져주는 일이 많아졌다.   그것이 은근 재미있어 장난도 치며 넘어갔던 적이 많았다.그러나 이번 만큼은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어쩔줄 모르겠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반찬을 이것저것 해 놓고 출근하였다.   모든 사실을 털어 놓자니  다음에 내가 쑥 잡힐 일이요 안 밝히자니 미안한 마음이다.   남편은하루종일 일하느라 바빴고 더구나 내가 피곤하다며 미쳐 식사 준비를 못한탓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던 모양이다.   나는 내가 끓어 넘친 딱딱한 숯덩어리는 생각지 못하고  먼지만큼 흘린 라면 가닥 몇개를 가지고 억지를 떨었던 것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가니 깨끗이 닦여진 가스렌지를 보고 다시 또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 모르겠다.   아침에 잘 차려놓은 밥상탓인지 남편은 기분이 좋았다.   그 뒤를이어 저녁에 또 좋아하는 싱싱한 미나리나물을 보고는 너무 맛있게 저녁을 즐긴다.


 “마누라 ! 오늘은 왜 하루종일 반찬이 좋아? “  하면서 콧노래까지 부른다.   그.이유를 말해 줄수는 없지요.  그냥 맛있게 드세요.


   나는 미안한 마음을 만회하려 반찬을 만들었고 왜 인지 모르지만 본인의 실수도 아닌 일로 바쁜 와중에 주방청소를 해주다 보니 서로가 행복했다.


 억지! 써 볼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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