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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간호는 저의 천직입니다”

김기연 kimhealthcareconsulting@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2-06 18:26

"Never Been Kissed"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좋은 신문사의 리포터가 기사감을 찾아서 비밀리에 잠시나마 고등학생으로 살았으나 기사거리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This is what I know."  자기가 아는 것을 써야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된다면서 신문에 그 내용을 실었습니다. 

그것의 좋은 예가 실제로 영화까지 만들어진 베스트 셀러책 "말리와 나" (Marley & Me) 인데 이 책의 시작은 어느 신문사의 연재 칼럼에서 였습니다.  말리라는 강아지와 자기 가족의 얘기를 칼럼에 연재하면서 많은 감동을 주었고 그것을 엮어 책이 되었던 것입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2007년부터 일하기 시작한 써리병원의 노인전문병동(Acute Care for Elders)에서의 일입니다.  어느 날 밤 근무를 갔더니 다른 간호사가 자기 환자의 벨이 울리면 한번 가 봐 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  환자는 한국 할머니셨는데 밤만 되면 벨을 너무 자주 눌러서 이유없이 벨을 누르는 분으로 인식되어 있음도 함께 알려 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벨이 울렸습니다.  가서 한국말을 건네었더니 한국말을 하는 간호사라며 너무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부탁할 것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조금 있으니 또 벨이 울렸습니다.  또 다시 가서 한국말을 건네었더니 "꿈이 아니구나!" 하시면서 여전히 해달라고 할 것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벨을 누르면 한국 간호사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밤이 새도록 더 이상 한번도 그 분의 벨은 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 간호사가 근무한다는 것만 알아도, 언제든 벨을 누르면 내 말을 알아듣는 간호사가 오리라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사라지고 안심하고 주무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아무 도움을 드리지 않았는 데도 그 분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었음을 알고나니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남기신 말씀 "네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라" 는 유언을 생각합니다.  요즘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연세드신 분들과 만나는 삶 속에서 인생의 오랜 세월에서 묻어나는 진실한 깨달음의 얘기를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고 또 행복합니다.  "김 간호사,  오늘이 귀한 거야.  오늘이 가면 오늘은 또 오지 않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의 생명에 감사하는 그 분들에게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배우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간호사로 근무하며 행복한 이야기, 깨달은 이야기, 그리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얘기들과 함께 어르신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간호지식들을 곁들여 글을 연재하려 합니다.  노인병동, 요양원, 그리고 가정간호에 이르기까지 내가 받은 잔잔한 감동을 이야기로 나눠보려 합니다 .  이것이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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