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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째 이야기 – 친절에 대가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10-23 16:53

1821 2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 코네티컷 (Connecticut) 주에 대니얼 밀스 (Daniel Mills) 라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많은 농부가 그러했듯 대니얼 씨도 여행자에게 쉴 곳을 제공하고 돈을 받곤 했습니다.

 

어느 날 대니얼 씨의 집에 리바이 와이먼 (Levi Wyman) 이라는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청년은 오랜 항해를 끝내고 뭍에 도착에 어딘가를 향해 여행하는 길이었습니다. 대니얼 씨는 늘 그랬듯이 리바이에게 방을 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리바이는 대니얼 씨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아마 오랜 항해기간 동안 병에 걸린 모양이었습니다. 대니얼 씨는 리바이를 정성을 다해 간호했습니다. 마을에서 유명한 의사도 불렀고요. 심신이 불안정한 리바이가 자해를 하지 않도록 두 명의 남자를 고용해 밤낮으로 리바이를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대니얼 씨는 리바이가 빈털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꽤 부유한 집의 아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리바이의 아버지는 쎄쓰 와이먼 (Seth Wyman) 이라는 사람으로 미국 독립전쟁의 첫 교전이었던 렉싱턴 알람 (Lexington Alarm) 에서 포병대를 이끌었던 로스 와이먼 (Ross Wyman) 의 아들이었습니다.

 

대니얼 씨는 매사추세츠 (Massachusetts) 에 있는 쎄쓰 씨에게 리바이의 상태를 알리고 서둘러 아들을 데리러 올 것을 권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연로한 쎄쓰 씨에게 장거리 여행은 무리였던지 한 장의 편지를 띄우는 것으로 대신하는데, 그 편지로 쎄쓰 씨는 대니얼 씨의 친절에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도 리바이가 완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합니다. 또한, 만약 그에 따르는 비용을 리바이가 지불하지 못할 경우 자신이 그 비용을 대신 지불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후 완쾌된 리바이는 대니얼 씨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떠났고 대니얼 씨는 당연하단 듯 쎄쓰 씨에게 리바이의 숙박비와 간호비용을 청구했습니다. 그 금액은 $16이었습니다.

 

정확하게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세쓰 씨는 이 금액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리바이와 가족과의 사이가 아주 안 좋았기 때문이었는지 모릅니다. 대니얼 씨는 모르고 있었지만 리바이는 몇 년째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지내던 중이었거든요.

 

어찌 되었던 대니얼 씨는 결국 쎄쓰 씨를 고소하게 되었고 Mills v. Wyman 이라고 알려진 이 소송은 오늘날 계약법상 가장 중요한 판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재판은 1심과 항소심 모두 쎄쓰 씨의 승소로 끝났는데 그 이유는 법원이 지나간 일에 대한 대가 (past consideration) 또는 도덕적 의무 (moral obligation) 는 약인 (consideration; 컬럼 2, 29회 참고) 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약이 성립될 수 없다.”라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이 판례는 지난 회에 소개해 드린 Hamer v. Sidway 와 비슷한듯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라 자주 비교되는데요. 이렇듯 법은 비슷한듯한 상황에도 확연히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법적 책임면제고지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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