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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다섯 번째 이야기 – 재산보다 소중한 도둑의 안전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7-08 21:47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불법이지만 특별한 경우는 예외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의 신체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합리적인 (reasonable) 수준의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용서가 되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상황에 어울리는 적당한 수준의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67년 미국 아이오와 (Iowa) 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브라이니 (Briney) 부부에게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80에이커의 농지와 농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니 부부는 이 농가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집은 10년 가까이 비어있었지요. 


문제는 이 집이 늘 비어있다 보니 낯선 사람이 몰래 침입하는 일이 잦았다는 것입니다. 창문을 깨지거나 난장판이 되는 일은 다반사였고요. 가치가 있는 물건을 도둑맞기도 하였습니다. 


피해가 끊이지 않자 남편인 에드워드 브라이니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는데요. 바로 스프링건 (spring-gun) 을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프링-건이란 자동으로 발사되게 설치해놓은 총을 가리키는데요. 주로 산탄총을 많이 사용합니다. 


에드워드 씨는 20게이지 (gauge) 짜리 산탄총을 침실 안쪽에 설치하고 방문 손잡이와 방아쇠를 선으로 연결해 방문을 여는 순간 총이 발사되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총구를 침입자의 복부에 향하게 하였으나 부인의 만류에 조금 낮추어 다리를 향하게 해놓았지요.


사건은 스프링-건을 설치해 놓은 후 한 달여가 지나서 발생했습니다. 이 집에 몰래 들어온 마빈 캣코 (Marvin Katko) 씨가 다리에 총을 맞고 심하게 부상을 입은 것입니다. 


농가 근처의 주유소에서 일하던 마빈 씨는 옛날 물건 모으기를 좋아했는데요. 특히 오래된 유리병이나 날짜가 표시된 유리 과일병을 주로 수집하였습니다. 이날도 그는 오래된 유리병을 찾기 위해 브라이니 부부의 농가에 몰래 들어갔지요. 


마빈 씨는 이전에도 한번 이 농가에 침입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프링-건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침실문을 열자 그의 다리를 향해 산탄총이 발사되었지요. 


정강이뼈 대부분이 부서지는 큰 부상을 입은 마빈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약 40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는 다행히 불구가 되지는 않았지만 1년이 넘도록 치료를 받아야 했고, 다친 다리는 원래보다 한참 짧아졌습니다. 경제적 피해도 상당했지요. 


결국, 마빈씨는 자신의 절도죄를 인정하고, 형법상 처벌을 받음과 동시에 브라이니 부부에게 자신의 부상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묻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불법 침입을 했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위험한 무기를 사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지요. 배심원은 마빈 씨의 손을 들어주었고 브라이니 부부는 그에게 $30,000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요즘 돈으로 약 $200,000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고 하네요. 


이 판례는 아무리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살상적 무력 (deadly force) 은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한 유명한 판례입니다. 


자신의 집에 몰래 침입한 이에게 손해배상까지 하게 된 에드워드 씨는 훗날 신문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스프링건의 총구를 몇 피트 (feet) 더 올려놓았을 것이라고 자신의 분노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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