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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 차별과 법 (4)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09-29 17:16

1988년 9월 22일, 멀로니 (Brian Mulroney) 수상은 국회에서 일본계 캐나다 인들에게 과거의 차별행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였는데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일본인들이 캐나다에 이주하기 시작한 때는 1870년대였습니다. 이들은 주로 밴쿠버 아일랜드 (Vancouver Island) 를 비롯한 캐나다 서부지역에 자리를 잡았는데요.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큰 차별을 경험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계 캐나다 인들은 시민권이 있거나 캐나다에서 태어났어도 투표를 할 수 없었으며 공직에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변호사, 회계사, 교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할 수도 없었지요.

하지만 이들에 대한 가장 큰 차별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941년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습격하자 이듬해 캐나다 정부는 전시 특별조치법 (War Measures Act) 를 제정하고 캐나다 안에 거주하는 모든 일본인과 일본계 캐나다인을 적국적 (敵國籍) 거류 외국인 (전쟁 중 상대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으로 분류합니다.

전시 특별조치법에 따라 2만 명이 넘는 일본계 사람들이 격리 수용되었는데요. 기록에 따르면 이들 중 70% 이상이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재산 대부분을 강제로 빼앗기고 가족들과도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캐나다정부는 이들에게 로키 (Rocky) 산맥 동쪽으로 이주하거나 일본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는데,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버타, 마니토바, 온타리오, 퀘벡 등지로 이주하였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약 4,000명 정도 되었는데 이 중에 반 정도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사람들이었다고 하니 “돌아갔다”라는 표현이 무색합니다.

흥미롭게도 1944년 맥켄지 (MacKenzie) 수상이 국회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2차 대전 중 스파이 행동을 하다가 적발된 일본계 캐나다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말 이러한 차별행위에 대한 진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보상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88년 멀로니 수상은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1인당 $21,000을 보상하기로 하고 국회에서 정식으로 사과하였던 것입니다.

캐나다에 한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한 때는 1960년대였는데 이때만 해도 법적인 차별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공식적인 차원의 차별을 경험한 한인은 많지 않을 겁니다. 또한, 캐나다는 이미 1970년대에 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 를 국가정책으로 채택하였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이나 출신국가에 대한 차별이 적은 사회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된 것처럼 캐나다가 언제가 차별이 없는 사회는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캐나다가 이처럼 평등한 사회가 되기까지 많은 이들은 아픔이 있었고 노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한인도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고 보다 많은 사회참여를 통해서 캐나다가 더욱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일조했으면 합니다.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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